성수역 3번 출입구로 나와 10분여쯤 걸었을까. 어두운 회색빛 공장 건물들 사이로 조금 더 반질반질한 질감과 한 톤 밝은 회색 건물이 눈에 띈다.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돋보이지 않는 듯 돋보이는 이곳은 성수동 나들이 필수 코스로 꼽히는 ‘LCDC SEOUL’이다.
이 이야기들은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의 이야기를 만든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LCDC SEOUL 곳곳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묻어 있다.
LCDC SEOUL의 공간 기획을 총괄한 아틀리에 에크리튜의 김재원 대표는 문을 열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의 방으로 연결되는 몬스터주식회사의 세계관에서 이곳의 콘셉트를 설계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만화와 같이 정말 이곳의 문 너머 공간에서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브랜드들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 사이트에 ‘성수동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이곳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 비결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이야기의 힘이 돋보인다. 이야기가 있으니 공감이 되고 공감이 되니 편안하다. 또한 편안함이 느껴지니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다.
이곳은 1층 카페 이페메라(CAFÉ EPHEMERA), 2층 패션 라이프스타일 숍(SHOP LCDC), 3층 브랜드 숍이 모여 있는 도어스(DOORS), 4층 루프톱 바 포스트스크립트(Bar Postscript)로 이뤄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방문객의 발걸음이 위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1층 카페에는 건물 중앙을 관통하는 나선형 계단이 조성돼 있다. 자연스럽게 전 층으로 발걸음이 이어지게끔 하는 설계가 신선했다.
이곳은 케즈나 오뚜기 등 타 기업의 팝업 스토어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의류 회사가 운영 주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처럼 자사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노출하기보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다는 점이 이 공간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 수’라고 느껴졌다. 앞으로도 좋은 수를 통해 다른 곳과는 차별되는 ‘한 수 위’의 공간임을 증명해 주길 바란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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