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모셔 오기’보다 중요한 ‘관리’…경력 이직자 안착을 위한 조직 역할[김한솔의 경영 전략]
‘대퇴사 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였던 때가 있었다.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게 많아진 상황에서 나온 표현이다.

기업에 이는 위기다. 하지만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새롭게 오는 사람도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 특히 한국에서는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경력 이직자들의 원활한 조직 내 안착, 이른바 ‘소프트 랜딩’을 고민한다.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여러 가지 선물로 웰컴 키트를 준비하는 등 따뜻하게 맞이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경력 이직자들의 성과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만족하지 못한다. 조직에 들어온 새로운 멤버가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 직원과 경력 직원이 있다면 누가 더 적응하기 쉬울까.

아무래도 직장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신입은 경험치가 없기에 빈 컵을 채워 나가듯이 회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경력직은 이미 자신의 컵에 무엇인가 어느 정도 채워 놓은 상태다.

그것이 옮겨 간 조직과 잘 맞는다면 나머지 부분도 빨리 채워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존 경험에서 얻어진 것을 버리는 것이 먼저다. 운동도 그렇지 않은가. 시작할 때 잘못된 자세로 배우면 그 자세를 지우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자신만의 색깔과 스타일 덕분에 기존 직장에서 우수한 인재였는데 새로운 조직에선 헤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일하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잘 통했던 업무 방식을 고수하려는 것은 우리 뇌의 기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관성을 이겨 내려면 조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경력 이직자들을 새로운 조직에 소프트 랜딩 시키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해야 할 3가지 지원을 알아본다.수평적 관계에서 안착을 도와라
경력 이직자에게 조직이 줄 수 있는 첫째 지원은 ‘관계’다. 기존 직원들과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주라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보딩 버디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계 맺기를 돕는다. 기존 직원이 친구, 즉 ‘버디(buddy)’ 역할을 하면서 신규 직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해준다. 많은 조직에서 쓰는 멘토와 멘티와는 다른 용어를 쓰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멘토는 주로 선배가 맡다 보니 수직적 분위기로 흐를 때가 많다. 하지만 버디는 친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수평적 관계에서 온보딩을 돕는다는 철학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데는 세 가지 장치가 더 있다.

하나는 버디를 엄격하게 선발하는 것이다. 직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기본이고 동료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만 버디가 될 수 있다. 또한 신규 입사자의 직속 상사와 일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직자가 오래 함께해야 할 사람은 결국 직속 상사다. 그의 업무 스타일 등을 아는 버디가 주는 조언이 경력 직원의 업무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게 당연하다.

둘째는 버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필요하다면 기존 업무량도 조정해 준다. 버디 역할 역시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확한 기한을 두고 진행을 한다. 3개월이라는 한정된 기한 동안만 운영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덕분에 서로가 그 시기에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분석 결과 버디와 자주 만난 사람일수록 조직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람을 활용해 관계 맺기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조직 차원에서 만남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도 관계 맺기를 도울 수 있다. 소속 부서 사람들과의 티타임이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 업무적으로 연관된 타 부서 직원들과도 의도적인 식사 자리 등을 만들어 주는 식이다.

일이 결국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은 경력 직원들이 초기에 잘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계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지원은 업무다. 일을 덜 줘 적응할 시간을 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거꾸로 많은 일을 맡기면서 강하게 트레이닝시키라는 것도 아니다.
경력 이직자의 압박감을 고려하라그 사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업무 지원이다.

경력 이직자는 무엇인가를 빨리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서 무리한 요청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할 때가 많다. 일도 낯선 데다가 일하는 분위기도 익숙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그래서 초반엔 해당 직원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작더라도 성공 경험을 하게 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리더의 노력이다.

초기에 무작정 일을 시키기보다는 과거 조직에서 어떤 일을 잘해 왔는지, 어떤 업무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는지 등 업무 히스토리를 통해 구성원의 강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해당 강점을 우리 조직의 업무 성과에 어떻게 접목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 이유는 그 사람만이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혹은 다르게 일하는 방식에서 배울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적응이라는 명분으로 ‘맞추라’는 강박에 빠지곤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만의 새로움이 상쇄되기도 한다.

조직이 원하는 그 사람만의 새로운 것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업무 기회를 줄 때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마지막 셋째는 학습 지원이다. 경력 이직자들의 마음 관리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주변에서 버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잘 챙겨 줘도, 잘할 수 있는 업무 기회가 주어져도 낯선 환경에 처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게 의도적으로라도 시간을 줘야 한다.

리프레시를 위한 휴식을 주라는 의미는 아니다. 경력 이직자들이 처하게 되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비슷한 고민을 갖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과정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터놓고 얘기하는 과정만으로도 자정 작용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좀 더 빠른 적응을 위해 이들이 해야 할 구체적 팁을 주는 교육을 통해 제공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경력 이직자들이 주로 빠지는 함정이 무엇인지, 조금 더 빠른 조직 적응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현업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하는 교육을 마련해 주자.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존의 마인드, 걱정을 조금이나마 낮춰줄 수 있는 기회를 ‘교육’이라는 장치로 활용하는 것도 조직이 해야 할 중요한 지원 중의 하나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낯설다. 이때 어떤 사람은 본인만의 친화력으로 빨리 녹아들 수 있지만 머뭇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이를 개개인의 성향에만 맡긴다면 조직은 너무 큰 것을 잃는다. 그래서 조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작은 지원이라도 우리 조직이 해야 할 것을 찾고 시작해 보자. 그것이 함께 일해야 할 새로운 사람에 대한 배려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