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 규모와 경위, 자금 출처 등 안갯속…로비 의혹 제기되면서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
홍영식의 정치판
①자금 출처와 규모를 두고 의혹투성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을 약 80만 개, 60억원대어치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실시와 대선을 앞둔 2022년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5월 8일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팔아 9억8574만1515원의 예수금을 남겼고 이를 가상자산 초기 투자에 썼다”며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약 9억1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전세가 만기돼 보증금 6억원으로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샀다”고 재차 해명했다. 맨 처음 6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2021년 1월 13일 약 4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고 처분하고 한 달 뒤 그 돈을 다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유동 자산 거의 전부를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몰빵’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 외에 정확한 코인 거래 규모와 경위, 자금 출처 등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NH농협은행 계좌에서 예금 약 10억원이 증가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 가상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을 은행 입출금 계좌에 현금으로 예치 또는 재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클립’ 지갑에는 2022년 1월 빗썸 거래소에서 위믹스 42만 개가 대량 이체됐다는 전문가의 역추적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 28억원어치다. 그렇다면 2022년 2월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가 최대 127만 개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새로운 코인 지갑이 발견됐다는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확인을 못했다”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 외에 또 다른 게임 관련 P2E(Play to Earn : 돈 버는 게임) 코인 ‘마브렉스’도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 게임 회사 넷마블이 게임 머니 거래용으로 발행한 코인이다. 2022년 2월부터 위믹스 코인을 팔고 신생 잡(雜)코인들을 잇따라 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이 코인들을 산 뒤 일부 코인은 가격이 뛰어 수상한 투기라는 의심도 샀다.
③이해 상충 논란도 크다.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연관 관계가 크다는 의혹도 속속 제기됐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 의원은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는데 당시 김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공동 단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표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의 P2E 규제 완화를 언급했는데 그 배경에는 김 의원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역시 대선 때 민주당은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를 기획한 사람이 선거대책위 온라인소통단장을 맡고 있던 김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보유한 시기였다. 이 펀드 출시 뒤 위믹스 등 NFT 테마 코인 값이 오름세를 탔다.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기 직전 위믹스에 호재로 작용할 법안을 발의한 것도 이해 상충 논란을 부르고 있다. 2021년 12월 2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발의 의원에 김 의원이 올라 있다. 이 법안은 ‘게임 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1년 게임 ‘미르4’를 출시했다.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하는 길을 텄지만 한국엔 불법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P2E 합법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P2E 시장에서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위믹스에는 호재였다. 입법 로비 의혹,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2021년 8월 가상자산의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④국회의원으로서 윤리적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2022년 4월 3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할 때 약 16분간에 걸쳐 10차례 코인 거래를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월 3일 형사소송법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때도,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가 이뤄졌을 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동안에도 수십 차례 코인 투자를 반복했다. 한 장관 청문회 때는 김 의원이 이 모(李 某) 씨를 ‘이모(姨母)’라고 혼동해 촌극을 빚었다.
국회의원 윤리 강령과 윤리 실천 규범에는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김 의원은 입법 활동 중 사적인 투자 활동을 한 것인데 명백한 국회 윤리 강령과 실천 규범 위반에 해당된다. 코인 투자에 매달리면서 재산 증식에 전념하느라 국회의원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크다. 국회의원은 부업이고 본업이 코인 투자라는 비아냥이 나올 지경이다.
⑤김 의원 사태는 MZ세대에게 공정과 상식의 역린을 건드렸다.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 가난한 척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뒤로는 수십억원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린 데 대해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시·도당 대학생위원회는 청년 정치인을 자처한 김 의원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겼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청년들의 분노는 여론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5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한 주 전 31%에서 19%로, 30대는 42%에서 33%로 각각 떨어졌다.
⑥김 의원은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라면만 먹는다는 등 가난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도 올렸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을 이용한다. 정말 아껴 쓰겠다.” 그는 이렇게 호소하며 후원금 계좌 번호를 첨부했다. 김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후원금을 거뒀다.
⑦그는 탈당했지만 이재명 대표 거취 논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당장 ‘꼼수 탈당’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윤리 감찰 이후 징계 절차가 시작되고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탈당하면 5년간 복당이 금지된다. 당 대표가 긴급 윤리 감찰을 지시하자 탈당으로 선수를 친 것이다. ‘잠시 떠난다’고 한 것을 보면 탈당을 일시적 도피로 여기고 추후 슬그머니 복당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당 안팎에선 그의 의원직 제명 주장이 거세다. 불똥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 재신임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어느 순간엔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정하고 결단을 내려 줬으면 좋겠다(이원욱 의원)”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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