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 규모와 경위, 자금 출처 등 안갯속…로비 의혹 제기되면서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

홍영식의 정치판
김남국 의원이 5월 14일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이 5월 14일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은 공정과 상식을 거스르는 행태로 지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기 위한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코인 리스크’의 중심에 서면서 젊은이들에게 공정과 상식의 역린(逆鱗)을 건드리고 있다. 그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게이트’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자금 출처와 투자 규모는 물론 코인 보유와 거래 내역, 현금화 과정 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자금 출처와 규모를 두고 의혹투성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위믹스 코인을 약 80만 개, 60억원대어치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실시와 대선을 앞둔 2022년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5월 8일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팔아 9억8574만1515원의 예수금을 남겼고 이를 가상자산 초기 투자에 썼다”며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약 9억1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전세가 만기돼 보증금 6억원으로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샀다”고 재차 해명했다. 맨 처음 6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2021년 1월 13일 약 4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고 처분하고 한 달 뒤 그 돈을 다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유동 자산 거의 전부를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몰빵’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 외에 정확한 코인 거래 규모와 경위, 자금 출처 등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NH농협은행 계좌에서 예금 약 10억원이 증가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에 가상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을 은행 입출금 계좌에 현금으로 예치 또는 재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클립’ 지갑에는 2022년 1월 빗썸 거래소에서 위믹스 42만 개가 대량 이체됐다는 전문가의 역추적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 28억원어치다. 그렇다면 2022년 2월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가 최대 127만 개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새로운 코인 지갑이 발견됐다는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확인을 못했다”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 외에 또 다른 게임 관련 P2E(Play to Earn : 돈 버는 게임) 코인 ‘마브렉스’도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 게임 회사 넷마블이 게임 머니 거래용으로 발행한 코인이다. 2022년 2월부터 위믹스 코인을 팔고 신생 잡(雜)코인들을 잇따라 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이 코인들을 산 뒤 일부 코인은 가격이 뛰어 수상한 투기라는 의심도 샀다.

이해 상충 논란도 크다.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연관 관계가 크다는 의혹도 속속 제기됐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 의원은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는데 당시 김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공동 단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표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의 P2E 규제 완화를 언급했는데 그 배경에는 김 의원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역시 대선 때 민주당은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를 기획한 사람이 선거대책위 온라인소통단장을 맡고 있던 김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보유한 시기였다. 이 펀드 출시 뒤 위믹스 등 NFT 테마 코인 값이 오름세를 탔다.

김 의원이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기 직전 위믹스에 호재로 작용할 법안을 발의한 것도 이해 상충 논란을 부르고 있다. 2021년 12월 2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발의 의원에 김 의원이 올라 있다. 이 법안은 ‘게임 머니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1년 게임 ‘미르4’를 출시했다.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하는 길을 텄지만 한국엔 불법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P2E 합법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P2E 시장에서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위믹스에는 호재였다. 입법 로비 의혹,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2021년 8월 가상자산의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윤리적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2022년 4월 3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할 때 약 16분간에 걸쳐 10차례 코인 거래를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월 3일 형사소송법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때도,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가 이뤄졌을 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동안에도 수십 차례 코인 투자를 반복했다. 한 장관 청문회 때는 김 의원이 이 모(李 某) 씨를 ‘이모(姨母)’라고 혼동해 촌극을 빚었다.

국회의원 윤리 강령과 윤리 실천 규범에는 ‘국회의원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김 의원은 입법 활동 중 사적인 투자 활동을 한 것인데 명백한 국회 윤리 강령과 실천 규범 위반에 해당된다. 코인 투자에 매달리면서 재산 증식에 전념하느라 국회의원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크다. 국회의원은 부업이고 본업이 코인 투자라는 비아냥이 나올 지경이다.

⑤김 의원 사태는 MZ세대에게 공정과 상식의 역린을 건드렸다.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 가난한 척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뒤로는 수십억원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린 데 대해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시·도당 대학생위원회는 청년 정치인을 자처한 김 의원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겼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청년들의 분노는 여론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5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한 주 전 31%에서 19%로, 30대는 42%에서 33%로 각각 떨어졌다.

⑥김 의원은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라면만 먹는다는 등 가난 마케팅에도 열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도 올렸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을 이용한다. 정말 아껴 쓰겠다.” 그는 이렇게 호소하며 후원금 계좌 번호를 첨부했다. 김 의원은 2022년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후원금을 거뒀다.

⑦그는 탈당했지만 이재명 대표 거취 논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당장 ‘꼼수 탈당’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윤리 감찰 이후 징계 절차가 시작되고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탈당하면 5년간 복당이 금지된다. 당 대표가 긴급 윤리 감찰을 지시하자 탈당으로 선수를 친 것이다. ‘잠시 떠난다’고 한 것을 보면 탈당을 일시적 도피로 여기고 추후 슬그머니 복당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당 안팎에선 그의 의원직 제명 주장이 거세다. 불똥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 재신임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어느 순간엔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정하고 결단을 내려 줬으면 좋겠다(이원욱 의원)”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