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탄소 중립 전략-배터리

[ ESG 리뷰]
전동차 생산 공장 3D 렌더링 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전동차 생산 공장 3D 렌더링 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배터리 산업은 전동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온실가스 감축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리튬·코발트·니켈·흑연 등 원재료가 되는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정제하는 과정에서 수질과 토양이 오염되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배터리 제조사와 전후방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원자재 사용 비율을 높이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와 각 사가 제공한 자료 등을 토대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탄소 중립 목표와 달성 전략, 온실가스 배출량과 집약도, 감축 추이 등을 분석했다.

삼성SDI, 2027년 전고체 상용화 목표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쓰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경제적인 데다 안정성이 높고 탄소 감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환경 단체 교통과환경(T&E) 조사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제조 과정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최대 39%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삼성SDI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수원 연구소에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고 올 상반기 준공을 마치고 샘플 제작에 나선다. 2025년까지 전고체 공급망을 확보, 배터리 3사 중 가장 이른 2027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온도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이어 가며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4700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실험실을 구축해 대규모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전고체 파일럿 생산 라인 설치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2024년 하반기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배터리 라인의 생산 효율성 증대를 위해 최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 안에 상용화하기로 했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가장 도전적인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했다. SK온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RE100)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2035년까지 넷 제로를 실현하기로 했다. 탄소 중립과 달리 넷 제로는 탄소 포집·저장 등 기술을 토대로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 SK온은 탄소 포집과 활용 기술, 타 제품과의 환경 기술 우위 등을 토대로 넷 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스코프 3(공급망을 포함한 총외부 배출량) 감축 목표도 수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4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 공급망(밸류 체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2050년까지 모두 감축한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늦은 2050년을 탄소 중립 목표 연도로 설정했다. 스코프 3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공급망 감축·탄소 상쇄

기업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저탄소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 원재료 재활용과 재사용, 탄소 상쇄에 주력한다. 전력 외 사용하는 연료를 바이오매스·수소 등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는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이후에도 이를 기반으로 국제 사회의 탄소 감축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월 배터리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 가입 이전에도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미국 미시간 주 공장에서 녹색 요금제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 왔다. 글로벌 생산 공장은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충북 오창과 중국 난징 공장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매년 높여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기후 변화 대응과 자원 순환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 배터리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자원 회수 시스템을 확대해 공급망 온실가스를 최소화한다. 전기차 배터리 제품의 전 과정 평가(LCA)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광물 원자재 회수 프로세스와 폐배터리 재활용률도 개선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원자재 조각(스크랩) 회수, 전문 업체와 협력 등을 통해 공정에서 배출되는 원자재의 재활용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리사이클 연구소를 신설해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냈다.

삼성SDI는 205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은 2025년 42%, 2030년 65%, 2040년 90%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헝가리 법인과 중국 톈진 법인에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고 2030년 전체 해외 법인으로 확대해 2050년 한국 사업장까지 모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삼성SDI는 2021년 헝가리 법인과 톈진 법인에서 REC를 구매하고 한국에서는 2020년 녹색 요금제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등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RE100 거래 시장에 시범 참가했다. 삼성SDI는 전력 구매 계약(PPA) 체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2030 RE100·2035 넷 제로 목표

SK온의 탄소 중립 전략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아이테크놀로지를 배터리·소재 사업 부문으로 묶어 넷 제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부문에서 2035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업계에선 가장 이른 일정으로, 다소 도전적 목표로 보인다.

SK온의 RE100 달성 목표 연도는 넷 제로보다 5년 이른 2030년이다.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넷 제로 특별 보고서를 통해 상세한 추정치를 제공하고 있다. 배터리·소재 부문에서 2035년 1379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는 배출량의 58%에 달하는 805만 톤을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줄인다. SK온의 서산·헝가리·미국·중국 등 국내외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장으로 전환한다.

SK이노베이션은 RE100 달성 시점인 2030년 배터리·소재 부문 전력 사용량을 1만2369GWh로 예상한다. 해당 전력량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기준 5.7GW급 발전 설비(24.5% 효율 기준)가 필요해 다양한 방식의 조달 수단 마련이 요구된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줄이고 남는 574만 톤은 공정 효율 개선으로 289만 톤, 친환경 연료 전환으로 243만 톤, 온실가스 포집과 저장으로 42만 톤을 줄인다. 탄소 감축을 위해 배터리·소재 부문에서 2035년까지 97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 부문 스코프 3 감축 목표도 수립하고 있어 SK온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스코프 3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 집약도를 90%(2019년 대비) 낮추기로 했다. 절대량 기준으로는 2019년과 비교해 2050년까지 70%를 감축한다. 2025년, 2030년, 2050년의 중간 집약도, 절대량 감축 목표도 수립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기사 전문과 더 많은 ESG 정보는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