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수수료 도입 논의 중…카드사, 오픈페이도 지지부진 ‘이중고’

[비즈니스 포커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식당에 애플페이 결제 관련, 키오스크에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식당에 애플페이 결제 관련, 키오스크에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온 지 두 달이 지났다. 그간 간편 결제 시장에서는 현대카드 가입자 순증,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연합 등 많은 일이 일어났다.

애플페이의 영향력을 지금 당장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불편해 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에서는 결제가 어렵고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더더욱 결제가 가능한 매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페이의 가맹점은 약 10만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교통카드 기능이 더해진다는 소식 역시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이 한국의 간편 결제 시장에 ‘시즌 2’를 열었다는 점이다. 간편 결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금융사부터 정보기술(IT) 기업, 유통사 등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더 이상 비슷비슷한 서비스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 많은 혜택, 보다 편리한 결제 방법을 갖춰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애플페이 상륙 두 달, 옥석 가리기 돌입한 간편 결제 시장

손잡은 삼성·네이버, 카카오는 ‘논의 중’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간편 결제 시장점유율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전자 금융업자가 47.9%, 신한플레이 등 금융회사가 26.8%,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가 25.3%를 차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와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의 협업으로 온라인 결제 시장에 침투를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 간편 결제는 곧 단말기 시장의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간편 결제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에도 애플페이는 껄끄러운 존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연합은 그간 온라인 결제에서 강세를 보였던 전자 금융업자들엔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네이버 양 사는 양 사의 간편 결제 고객들에게 서로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

이처럼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동맹’을 굳건히 하는 와중에 카카오페이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5월 15일 열린 카카오페이는 기자 간담회에서 애플페이의 상륙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백승준 카카오페이 사업총괄리더는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점유율은 현재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매장에서도 이미 멤버십 자동 적립 등 여러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 역시 삼성페이와의 협력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연동에 대해 다양한 사안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타 페이 업체들은 수익성을 따져보고 있다. 신세계는 페이 서비스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미래에셋페이는 6월 서비스가 종료된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동력을 잃은 LG페이 역시 오는 6월까지만 서비스된다.

물론 이들의 서비스 종료와 매각 등이 전부 다 애플페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우후죽순 쏟아지던 페이 서비스가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더 이상 타사와 차별화되지 않는 서비스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오픈페이 사업자들도 깨달았다는 의미다.

삼성페이 수수료 도입에 속 타는 카드사

이처럼 간편 결제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조용히 웃음 짓는 곳은 현대카드다.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된 3월,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업 카드 8개사 중 가장 많았다. 이는 현대카드의 전월 신규 회원 수 11만60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와 삼성페이 계약을 한 카드사들에 기존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그간 삼성전자는 카드 업체들과 삼성페이에 대해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해 왔고 이 계약은 양측의 이견이 없는 한 자동으로 연장돼 왔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최근 기존 계약을 그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카드사들에 서면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과 카드사가 맺고 있었던 기존 계약은 8월 만료되고 새로운 조건으로 신규 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기조 변화에 대해 ‘수수료 유료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의 영향이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에서 결제액의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페이 역시 수수료를 받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삼성페이가 카드사에 ‘애플이냐 삼성이냐’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카드사 측에 삼성페이에 수수료를 지불할 것, 혹은 애플페이와의 계약을 하지 않는 것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드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설상가상으로 1분기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하나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급감했다. 우리카드는 548억원으로 46.4% , 롯데카드는 522억원으로 40.5%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820억원으로 31% 줄었다. 이 밖에 신한카드·현대카드·삼성카드 역시 영업이익이 한 자릿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페이의 수수료 요구는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는 ‘오픈페이’를 통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KB·하나·신한 등 3개사는 오픈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다른 카드사들의 추가 합류 소식은 아직까지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더 많은 카드사들이 합류해야만 그나마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와 겨뤄볼 만 한데 카드업계로서는 속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5월 11일 신용카드학회가 개최한 ‘지급 결제 시장 개편과 여전사의 경영 전략’ 세미나에서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픈페이에 대해 “기존 간편 결제 서비스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고객 경험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나머지 카드사의 추가적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