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초선 의원 모임…‘검수완박’ 주도, 김남국 ‘코인 파문’,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까지
홍영식의 정치판 더불어민주당의 ‘108번뇌’, ‘앙팡 테리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강성 그룹 ‘처럼회’를 이렇게 규정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구설에 오른 사건들에 처럼회 회원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인 사건으로 정치권을 들쑤셔 놓고 있는 김남국 의원(민주당을 탈당해 지금은 무소속)도 처럼회 소속이다.처럼회는 2019년 최강욱 민주당 의원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키기에 앞장섰던 의원들이 주축이 돼 2020년 6월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형식은 공부 모임이지만 행동에 더 방점이 찍힌다. 정식 명칭도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다. 처럼회를 붙인 취지는 ‘누구처럼 되자, 혹은 누구처럼은 되지 말자’로 알려졌다. 창립 멤버는 최강욱·김남국·김승원·김용민·황운하 의원이고 강민정·김의겸·문정복·민병적·민형배·박영순·양이원영·유정주·윤영덕·이수진·장경태·최혜영 의원이 참여하고 있고 최근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합류했다. 그는 주사파 계열의 강성 운동권 집단인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한 바 있다.
처럼회가 주도한 대표적인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건국 이후 70여 년에 걸쳐 형성된 형사 사법 체계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었다. 검수완박법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강행 처리됐고 이 과정에서 처럼회가 맨 앞에 섰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할 정도였다. 당 지도부가 ‘처럼회’ 소속 의원들에게 휘둘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수완박법을 심의하는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을 빼고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법사위에서 역시 검찰 출신의 소병철 의원을 빼고 ‘위장 탈당 꼼수’ 주역인 민형배 의원을 배치했다. 그런 만큼 검수완박법은 민주당 지도부와 처럼회 의원들의 합작품인 셈이다.
처럼회 의원 상당수 피고인, 입법권 활용 사적 보복?
김용민 의원은 검찰을 공소만 담당하도록 하는 공소청으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했고 황운하 의원은 6대 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이수진 의원은 특별수사청 설치법을 각각 대표 발의하는 등 검수완박법 후속도 처럼회가 주도했다.
처럼회 의원들 중 상당수가 피고인이다. 황 의원은 2018년 울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가담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채널A 사건’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김남국 의원은 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했고 김용민 의원은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된 바 있다. 이들이 입법권을 이용한 ‘사적 보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최강욱·김남국 의원이 법사위 소속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피고인이 검찰과 법원을 피감 기관으로 하는 법사위에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으면 스스로 제척(除斥)하는 게 마땅한데도 공직 윤리에 어긋나는 기본 상식조차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처럼회 의원들 중 파문을 일으킨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례는 김남국 의원뿐만이 아니다. 장경태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의겸 의원은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해 가짜 뉴스 주인공이 됐다. ‘위장 탈당 꼼수’로 논란의 주인공이 된 민형배 의원은 다시 민주당에 복당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코인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을 감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다”라고 썼다. 김남국 의원이 코인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논리다. 황운하 의원도 페이스북에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 프레임을 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는 적었다. 김남국 의원을 검찰의 수사 남용 피해자로 규정한 것이다.
유정주 의원은 “사냥하지 말자. 상처주지 말자. 우리끼리라도”라고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출당 당한바 있는 양이원영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인해 굉장히 마녀 사냥하듯이 여론 재판이 막 이뤄졌다.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김남국 의원을 옹호했다.
처럼회 의원들이 대통령 거부권 금지법까지 추진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이해 충돌 시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차단하는 국회법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처럼회 의원들이 대거 발의 명단에 올렸다. 재의 요구권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다시 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리로, 거부권으로도 불린다. 김 의원의 법안엔 의결된 법안이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이해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재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무총리가 재의권을 가지게 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국회법은 국회의원에게 이해 충돌 우려가 있는 안건에 대해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재의권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대통령 거부권 금지법, 위헌적·3권 분립 훼손 논란
김 의원이 이런 법안을 낸 것과 관련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처럼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역시 처럼회 회원들과 함께 김 여사의 주가 조작, 허위 경력 사건 등을 진상 규명하기 위한 특검 임명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삼권 분립과 사법 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위헌 입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위법인 헌법상 권한을 하위법인 국회법으로 제한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견해다. 김용민 의원이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거나 재판을 진행한 판사·검사에 대한 수사권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부여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논란이다.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처럼회가 김남국 의원을 두둔하는데 대해 당내, 특히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남국의 늪에 빠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강성 팬덤, 정치 훌리건들에게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면 집단 지성이 발휘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처럼회가 조국의 강에 빠지더니 이젠 남국의 강에 빠져 허우적대며 남국 수호를 외치고 있다”며 “이는 당을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처럼회 해체를 주장하며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팬덤에 기승하며 국민 목소기를 대변하지 않는 의원들의 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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