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클라우드·반도체·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챗GPT, 어느 분야까지 먹여 살릴까[테크트렌드]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노트북을 사기 위해 홈페이지 고객 서비스 메뉴에서 챗봇이나 메신저로 상담하는 당신. 다양한 가격 옵션, 정확한 스펙 정보, 빠른 배송 정보 같은 좋은 콘텐츠만 기본적으로 잘 주어지면 만족할까.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당신을 좋은 것에 안주하게 놓아 두지 않는다. ‘위대한’ 것을 추구할 때다.챗GPT, 왜 뜰까최근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AI 언어 번역기가 있다. 딥플(DeepL)이다. 구글 번역기에 ‘안녕 2022, 안녕 2023’이라고 쓰면 ‘굿바이(Goodbye) 2022, 굿바이(Goodbye) 2023’이라는 번역 결과가 나온다. 한국어의 ‘안녕’이 가진 두 가지 의미를 자연스럽게 해석하지 못한다.

하지만 딥플 번역기는 ‘굿바이(Goodbye) 2022, 헬로(hello) 2023’이라고 번역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도 알려준다. ‘바이(Bye) 2022, 헬로(hello) 2023’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한다.

딥플은 챗GPT의 근간인 아키텍처를 사용한 번역기다. 챗GPT는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다. 오픈API라는 곳에서 개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했다.

챗GPT는 사용자와 나눈 앞뒤 대화를 기억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애플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는 문맥을 잘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아주 간단한 질문과 아주 정확한 지시에만 활용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고도화된 답변,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조언을 내놓는 챗GPT는 인간과 AI 사이 대화가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제시했다. 대화가 가능한 인간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경지를 넘보고 있다.챗GPT와 검색 엔진MS는 ‘빙(Bing)’에 이 챗GPT를 도입한다. 구글은 초거대 AI를 활용한 챗봇 기반의 검색 엔진 바드(Bard)를 2월 공개했다. 메타·네이버·카카오도 모두 AI 검색 엔진 서비스 출시를 선포했다.

구글의 검색 엔진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MS의 빙은 3%에 그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챗GPT가 탑재된 빙으로 구글의 검색 영역을 뺏기 시작하면 MS는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다.챗GPT와 브라우저브라우저는 챗GPT 기능을 제공해 브라우저에서 사용자의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인간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질의 빅데이터가 수집되는 것이다. 브라우저는 이를 바탕으로 웹 검색 기능과 콘텐츠를 사용자 맞춤으로 더욱 정확히 제공할 수 있어 더 많은 사용자를 그러모은다.

MS는 에지 브라우저에 챗GPT를 탑재하고 PDF를 업로드하면 빠른 속도로 각 페이지의 요점을 정리하고 문서 내용에 대해 AI와 대화를 나누는 기능을 선보인다.

구글도 크롬에 챗GPT 확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챗GPT가 알맞은 정보를 찾아 주고 요약한다면 사용자는 광고를 클릭할 일이 없다. 따라서 구글은 매출의 아주 큰 부분인 검색 광고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MS는 준비가 됐다. 빙·챗GPT·에지 브라우저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자사 애저 클라우드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B2B로 챗GPT를 서비스할 수도 있다. 챗GPT와 클라우드많은 분야에서 챗GPT가 활용된다는 것은 많은 분야에서 AI가 활용된다는 뜻이다. AI가 활용되면 활용될수록 더욱더 많은 데이터가 클라우드 기반에서 돌아가게 된다. 개개인의 로컬 PC나 저장소에서 이 고용량 데이터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고용량 데이터는 수시로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대화해야 한다. 당연히 고성능 클라우드가 요구된다.

MS는 이 분야에서 시사점이 크다. MS는 오픈API에 투자해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이미 클라우드로 제공하고 챗GPT의 기반이 되는 GPT-3 독점 사용권을 얻었다. 클라우드 애저에 최신 AI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애저 오픈AI 서비스도 출시한다.

챗GPT 인터페이스를 개인과 기업이 각자 원하는 곳, 필요한 곳에서 매번 개발할 필요 없이 MS의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이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쓸 수 있다. 인터페이스끼리 맞닿는 부분인 일부 모델의 통신 방법만 조정하면 된다.

또 클라우드의 장점이 무엇인가. 사용한 만큼만 이용료를 내면 된다. 그리고 사용량이 많을 때는 관리 리소스를 더 투입하고 사용량이 적을 때는 관리 리소스를 조금 투입하는 식의 유지·보수 전략을 수립하기도 용이하다. 고정적인 제품이 아닌 ‘서비스’일 때 장점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클라우드다. 앞에서 설명한 SaaS의 완벽한 시나리오다.

마침 구글과 MS 모두 클라우드 사업을 이미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구글과 MS의 클라우드에 연계해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구글과 MS는 수익 창출 루트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챗GPT와 반도체챗GPT가 뜨게 되면 AI 반도체 분야도 주시해야 한다. 대용량 대규모 고퀄리티 데이터를 신속 정확하게 프로세싱하는 데 특화돼 나온 것이 AI 시스템 반도체다. AI 시스템 반도체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 서버와 클라이언트 통신 능력을 보장한다.

사회 곳곳에서 챗GPT가 사용되면 각종 AI 챗봇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에도 이것이 도입될 것이다. 따라서 이 반도체 수요 역시 치솟을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2년 AI 반도체 시장 규모를 444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에는 861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챗GPT와 모빌리티챗GPT가 모빌리티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 메르세데스-벤츠에는 MBUX 음성 어시스턴트가 탑재돼 있다. “안녕, 벤츠”라고 부르면 대답하고 간단한 명령으로 내비게이션,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 MBUX는 자연어를 인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내일 비 와?”라고 굳이 묻지 않아도 “내일 우산 가져가야 할까?”라고 물어봐도 원하는 정보를 알려준다.

인간과 차가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하는데 챗GPT는 더욱더 강력한 지원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 고도화된 정확한 대화가 차와 인간 사이에 이뤄지게 된다.

운전자는 차 안에서 ‘음성 인식’ 기능을 쓸 때 챗GPT가 있다면 더 다양하고 흥미롭게 차를 이용할 수 있다. 두 손이 핸들을 잡고 있고 두 눈이 전방 주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로 차 안을 컨트롤하는 것이 편하다. 차량 조작, 차량 관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 내비게이션 활용, 음악과 날씨 검색 등 기존에 음성 인식 서비스로 하던 것들을 더욱 고도화해 쓸 수 있다.

기존 검색은 입력된 질문에 대해 기존 자료 속 결과를 나열해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챗GPT는 AI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대답한다. 가장 적절한 것으로 추천도 해준다. 가장 최선인 답을 찾아 질문과 답이 이어지면서 인간과 AI 기계가 같이 문제를 해결한다.

A에서 B까지 가는 길을 찾는 것은 현재의 음성 인식 기술로도 이미 상용화된다. 챗GPT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이 중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지하철·택시·자동차·기차 등 여러 옵션 중 가장 최적화된 방식을 제시해 준다. 음악을 추천받을 때도, 오일 교환할 시점을 논의 할 때도, 타이어 점검 받을 장소를 물색할 때도, 브레이크 배터리 체크 필요 여부를 질문할 때도 챗GPT는 대화하면서 정확한 답을 찾아 준다.

챗GPT에 물었다.

‘왜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당신은 그게 왜 나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결국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당신도 모르잖아.’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