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인 테슬라와 포드가 충전망을 공유하며 동맹을 맺기로 했다. 포드자동차는 5월 25일 테슬라와 제휴를 맺고 내년 초부터 자사 전기차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1만2000여 곳에 설치돼 있는 테슬라의 충전소 '슈퍼차저'를 이용한다고 발표했다.
짐 팔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의 음성채팅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대화를 진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포드는 내년 초부터 테슬라가 개발한 어댑터를 활용해 V3 슈퍼차저를 사용하게 된다. 2025년부터는 자사 전기차에 테슬라 자체 충전 표준을 장착해 어댑터 없이 충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다. 데이터 통계업체 익스페리안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5.4%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BMW, 포드자동차 등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며 빠르게 테슬라를 추격 중이다. 실제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9.4%에서 2021년 68.2%, 2022년 65.4%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미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돼 있는데다 사용이 간편하고 신뢰성이 높은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는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는 북미에 2만700개 이상의 수퍼차저 플러그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다른 전기차 브랜드는 여러 충전 서비스 제공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자체 충전망을 전기차 경쟁업체, 충전망 사업자 등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이번 포드와의 충전망 공유를 발표하기 전에도 유럽의 다른 전기차 브랜드들에게 상당수의 충전기를 개방한 바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도 유사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포드의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원활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테슬라의 의도”라며 “전기차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인 포드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충전망 공유 협상을 계기로 포드자동차는 테슬라의 충전표준을 채택하는 최초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가 됐다. 포드의 대변인은 "이번 협상을 통해 충전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로 충전소 공유가 이뤄지는 시점이 다가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