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28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득표율 52%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번 재선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첫 집권 이후 2033년까지 최장 30년에 달하는 사실상의 종신집권의 길이 열리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달러당 터키 리라 환율이 치솟는 등 터키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확정 다음날인 5월29일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10리라를 기록했다.

2018년 상반기만 해도 달러당 5리라 아래에 머물던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2021년 달러당 10리라를 돌파한 뒤 꾸준히 상승해 왔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리라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하락했다는 의미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년간 90%가량 하락했다.

리라화 가치가 하락한 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자국 통화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유발했다는 평가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도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결과, 튀르키예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연간)은 72.3%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물가상승률(전년대비)이 43.7%를 기록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통적’ 경제정책은 유지될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한 이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이제 8.5%로 인하됐고 인플레이션도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돈값이 하락해 물가상승률은 오른다는 경제상식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모건스탠리는 5월29일 "튀르키예가 기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경우 리라화는 29% 폭락할 위험이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빨리 달러당 26리라까지 환율이 오르고 연말까지 2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튀르키예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경상적자와 리라화 급락을 막기 위한 당국의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는 게 특히 우려되는 점”이라고 짚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리라화 가치 하락시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출시된 특별 저축 계좌에 1210억 달러를 예치하고 있다. 2021년 특별계좌 도입 이후 정부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들인 비용만 953억리라(약47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락하는 리라화의 가치를 지지하고 기록적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를 팔아 치우면서 지난해 말 750억 달러였던 튀르키예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513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5월 14일 기준 과거 6주간 95억 달러가 급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몇 주 동안 리라가 더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공공재정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