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도움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곳곳에서 미투 제품 등장해

[비즈니스 포커스]
신라면은 이제 한국 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사진=농심 제공
신라면은 이제 한국 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사진=농심 제공
최근 라면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한국산 제품을 비슷하게 베낀 ‘카피 제품’의 잇단 등장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일본의 닛신식품이 한국 라면을 연이어 베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닛신식품이 출시한 ‘UFO 볶음면’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과 흡사한 모습으로 출시됐다. 핑크빛의 용기 색뿐만 아니라 제품명에 아예 대놓고 한글로 ‘볶음면’이라고 써 놓았다.

또 닛신식품은 농심이 일본에서만 판매 중인 ‘매콤달콤 양념치킨’과 유사한 형태로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 역시 한글로 ‘양념치킨’이라는 글자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두 제품 모두 한국 라면을 구매하려는 해외 소비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라면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라면은 베끼기 대상이 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을 포함한 즉석 면류 수출액은 8억6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라면 판매액은 관세청 수출액의 1.5배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청 통계에는 해외 공장을 통해 생산된 라면 매출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심만 해도 세계 각지에서 8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지는 ‘미투 제품’ 등장한국 라면을 베껴 논란이 된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일본에 앞서 중국의 수많은 라면 회사들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고스란히 카피한 제품을 내놓은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봉지 디자인부터 색감까지 원조 불닭볶음면과 구분이 되지 않게 제품을 내놓아 한국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이에 삼양식품은 중국 법원에 지식재산권(IP)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승소 판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과거에는 농심 신라면과 유사한 제품을 중국 회사가 만들어 ‘짝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이은 한국 라면 ‘미투 제품’의 등장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위상과 인기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최근 많은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라면이 맛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라면만을 찾는 애호가들까지 생겨났다.
닛신식품이 출시한 ‘UFO 볶음면(위 왼쪽)’과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위 오른쪽)’.
닛신식품의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아래 왼쪽)’과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아래 오른쪽)’.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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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신식품이 출시한 ‘UFO 볶음면(위 왼쪽)’과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위 오른쪽)’. 닛신식품의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아래 왼쪽)’과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아래 오른쪽)’. 사진=각사 '
이처럼 한국 라면에 대한 니즈가 급증하자 한국 라면처럼 보이기 위해 포장에 한글을 넣거나 아예 비슷한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는 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과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 한국 제과 기업들도 이를 카피한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끌자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한국 라면을 거의 비슷한 모양을 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출 전망도 밝아
한국 라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과 맥을 같이한다. K팝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국내외에서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이들이 라면을 먹는 모습 등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한류 팬들도 한국 라면 맛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불닭볶음면 애호가라는 것은 ‘아미(BTS 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도 일본도 베낀다…높아진 ‘한국 라면’의 위상
이런 한류 열풍을 앞세워 삼양식품은 별다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불닭볶음면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정국이 매운 불닭볶음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간접 광고 효과를 누린 셈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에는 BTS 영상을 보고 불닭볶음면 맛을 궁금해 하는 유튜버들이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이름의 영상을 유행처럼 올리고 있다. 매운맛에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다’며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렇게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 번쯤은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농심도 이와 비슷하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는데 여기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큰 주목을 받았다.

‘기생충’은 농심의 주력 상품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오랜 기간 대표 수출 상품이었던 신라면에 이어 너구리와 짜파게티까지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

농심 관계자는 “이 세 개의 상품을 앞세워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 라면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였다. 일본 도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라면 회사들의 매출도 순항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라면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55.7% 증가한 60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비율을 살펴보면 해외 비율이 67%에 이른다.

농심의 해외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12억4300만 달러(약 1조6507억원)를 기록했다. 농심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율이 50%를 넘겼다. 농심 관계자는 “특히 신라면은 2021년을 기점으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라면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팔도와 오뚜기 등도 최근 해외 매출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도 밝다. 한류 열풍이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면서 한국 라면 수출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또 다른 호재도 발생했다. 한국산 라면 등 즉석면류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진행해 온 ‘에틸렌옥사이드(EO) 관리 강화 조치’가 18개월 만에 해제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EO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농산물 등의 살균제 등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2021년 8월 EU로 수출한 한국 라면에서 EO의 반응 산물로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 검출되며 EU는 지난해 2월부터 EO 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해 왔다.

식약처는 EU의 이번 해제 조치로 관련 업체 수출액이 1800만 달러(약 238억원) 이상 늘 것으로 내다봤다. 또 EU의 EO 기준을 적용하는 대만이나 태국 등에서도 한국산 라면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