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투자 시장 뉴 트렌드]
채권 투자 A to Z [ 투제 시장 뉴 트렌드]
‘채권 개미’들의 시대다. 고금리 시기에 채권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채권 거래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들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채권 막차에 타고 싶은 초보 채권 투자자들을 위해 채권 투자 방법을 정리했다.채권 투자 방법초보 채권 투자자라면 투자 대상 채권 범주를 먼저 정하는 게 좋다. 국채·지방채·특수채는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가 인기다. 현대차증권이 2001년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국채·회사채·국공채의 월평균 수익률과 월변동성 등을 비교해 매력도를 조사한 결과 회사채의 매력도가 2.2로 가장 높았고 국공채(1.1)와 국채(1.0) 순이었다.
채권 투자 A to Z [ 투제 시장 뉴 트렌드]
다음은 실전이다. 채권 투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은행과 증권사를 통한 직접 투자와 채권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랩 등을 통한 간접 투자 등이 있다.

직접 투자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먼저 은행에서는 ‘특정금전신탁(이하 특금신탁)’을 활용해 투자할 수 있다. 특금신탁은 은행이 고객에게서 자금을 받아 주식이나 예·적금, 채권 등의 상품 가운데 고객이 지정한 운용 방법과 조건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대개 신탁 금액은 1억원 이상인 만큼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계약 기간은 1년 정도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단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은행들이 계약 기간이 짧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사용해 채권 투자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홈페이지 메뉴 항목에 채권 매매를 위한 화면을 따로 두고 있다. 장외 채권, 장내 채권, 외화 채권, 단기 사채, 신종자본증권 등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후 주식 사듯이 매수를 신청하면 된다.

장외 채권과 장내 채권은 채권이 시장에 나오는 과정을 구분한 것이다. 장내 채권은 ‘기관투자가→한국거래소 채권 시장→개인 투자자’의 과정을 거친다. 장내 채권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채권이 다 있다. 일종의 도매 시장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채권도 많다.

반면 ‘기관투자가→증권사→개인 투자자’의 과정으로 시장에 나오는 채권을 장외 채권 시장이라고 한다. 장외 채권은 기관투자가가 증권사에 내놓은 채권들로, 해당 증권사가 대규모로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고객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일반인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채권들로, 소매 시장에 비유된다. 따라서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되도록 장외 채권을 추천한다.

장내외 채권을 선택했다면 다음은 단가·금리·시기·등급 등 채권의 특성을 비교해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운용 자금 성격·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기간(장기물·단기물)과 금액을 결정한다. 1000원부터 채권 매수가 가능하다. 특정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회사명’을 검색하면 된다.

장내외 채권에서 채권을 검색하면 각 채권별 위험도와 등급이 나타난다. 신용 듭급은 ‘A’ 등급 이상을, 최소 ‘BBB-’ 등급을 추천한다. 잔존 기간은 채권의 만기일이다. 원금을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시기로, 자신의 재무 상태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채권별로 이자 지급 방법은 상이하다. ‘이표채’는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란 뜻이다. 1개월·3개월·6개월 등으로 구분된다. 이자는 바로 주식 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현금화가 가능하다.

단가·금리·시기·등급 등 채권의 특성을 비교해 종목 선정을 끝냈다면 이제 매수 단계다. HTS와 MTS에서 제공하는 매수 가능 수량 계산기를 통해 자신이 매수하려는 금액을 적는다. 입력 완료를 누르면 매수 가능한 채권 숫자가 나온다. 채권 정보 확인서를 정독하고 채권 위험도와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다. 동의한다면 매매 버튼을 통해 주식처럼 바로 매매할 수 있다.

HTS와 MTS를 통해 계산한 예상 수익률은 만기까지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다. 물론 채권 단가가 오르면 만기 이전에 시장에 중도 매도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채권 단가가 떨어진다면 만기까지 기다려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채권 발행사가 파산하면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리스크가 있으므로 ‘신용도’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국내외 신용 평가사들은 채권에 부도가 날 가능성, ‘신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 등급을 매긴다. 신용 등급에 따라 ‘트리플 A(AAA)’부터 ‘D’까지 18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보통 ‘AAA’부터 ‘BBB-’까지가 ‘투자 적격’, 그 이후가 ‘투자 부적격’ 단계로 평가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BBB+’ 이상 매수를 권한다. 만기는 길수록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긴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최소 2~3년은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잔존 만기가 1년 내외 정도 남은 채권이 은행 예금과 비슷하게 인식돼 초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신용 등급이 투자 적격 등급인 ‘BBB-’ 등급 이상인 채권을 선택하고 동일한 신용 등급이라면 채권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세금은 표면 금리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에 표면 금리가 낮은 채권을 선택하면 세후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채권은 최소 매수 금액이 100달러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 해외 채권 탭에서 매수 가능한 채권 종류를 확인하고 각 상품의 수익률과 만기, 이자 지급 주기 등을 확인해 매수하면 된다. 이때 해외 채권은 달러로 발행해 환전해야 하므로 환율과 원화 금액을 따져야 한다. 또한 증권사마다 수익률과 만기 등이 다르므로 확인해 봐야 한다.

직접 채권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ETF와 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우선 직접 투자 방식은 투자 금액이 많은 경우에 유리하다. 직접 투자할 때 이자 소득만 과세하고 매매 차익에 따른 이익은 비과세되는 반면 간접 투자할 때는 이자 소득뿐만 아니라 매매 차익에도 과세되기 때문이다. 또 채권 가격이 떨어져도 만기까지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 회수가 가능하다. ETF 투자 시에는 매매 타이밍에 따라 원금도 잃을 수 있다.

반면 거래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면 ETF 투자가 유리하다. 특히 재테크 초보자라면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 여러 개의 채권에 분산해 투자해 개별 채권보다 채권 가격의 변동성이 작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만기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만기 매칭형 ETF’도 나왔다.
채권 투자 A to Z [ 투제 시장 뉴 트렌드]
투자 유의점은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채권이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도 리스크가 있다. 국가든, 회사든 발행 기관이 파산하면 휴지가 된다. 특히 후순위 채권은 일반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지만 변제 순위가 낮으므로 선순위 채권이 먼저 변제된 후 원리금 회수가 가능해 발행 기관 파산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금융회사가 판매 중인 조건부자본증권은 후순위 또는 후후순위 채권이므로 변제 순위가 낮고 발행 기관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무 상환과 이자 지급 의무가 모두 없어지게 되므로 원금 손실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부도 가능성이 낮은 대기업 계열사 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안정성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할 만하다.

또한 채권은 금융회사별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원리금을 보장해 주는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채권 발행 기관의 파산 위험을 살펴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 등급뿐만 아니라 상품 위험 등급도 확인해야 한다. 대개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시 신용 평가 회사가 평가한 신용 등급만 확인하지만 판매 회사가 별도로 금융 상품을 평가한 상품 위험 등급도 확인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채권 판매 시 신용 평가사의 신용 등급 외에 투자자 관점에서 환매의 용이성, 상품 구조의 복잡성 등 여러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 위험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채권의 투자 설명서나 신용 평가서 등도 살펴야 할 주요 정보다. 채권이 펀드나 파생결합증권보다 상품 구조가 간단하다고 생각해 수익률만 확인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발행 기관의 사업 위험 등 원금 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채권 투자가 각광받는 것은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자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매입 시점에 채권 투자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어 문제가 없지만 채권을 중도에 매도할 때 매도 시점의 채권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시중 금리의 변동에 따른 채권의 가격 변화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향후 시중 금리가 낮아져 채권 가격 상승이 전망될 때도 예상보다 금리 변동이 천천히 이뤄지게 되면 투자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에서 직접 장외 매수했더라도 해당 채권이 상장돼 있다면 HTS와 MTS 등을 통해 장내 매도할 수도 있지만 해당 종목의 장내 거래량이 적다면 거래 체결이 매우 어려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무엇보다 단기에 필요한 자금이 장기 채권에 묶이지 않도록 채권의 잔존 만기가 운용 자금의 투자 목표 기간과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