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채권은 장기 국채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장기 채권인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이었다. 이자율은 낮지만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고채를 넘어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고금리를 주는 비우량 회사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는 2~3%대다. 이와 비교해 신용 등급 ‘AAA’급 미만 비우량채는 비교적 만기가 짧은 반면 수익률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AA-)와 ‘BBB-’의 금리는 각각 연 4.359%, 연 10.751%다.
김지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한국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그보다 높은 금리의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활기 띠는 회사채 시장, 기업들 회사채 발행 러시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발행 규모를 키우고 자금 조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해 5%대를 넘어섰던 회사채 평균 금리(AA- 기준)가 5월 4.0% 선으로 낮아진 만큼 기업들도 비교적 저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는 것이다.
지난 4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SK네트웍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한항공 등 20곳이 넘는다. 발행 규모만 해도 1조5000억원이 넘는다. 5월에도 HD현대건설기계·LG헬로비전·포스코인터내셔널·DL·삼천리 등이 수요 예측을 진행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SK(주)(신용 등급 AA+)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 무려 1조원이 넘는 1조780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삼천리(AA+) 또한 1500억원 모집에 6850억원의 자금을 그러모았다. ‘AA-’ 등급의 LG헬로비전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모집에 9500억원과 77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신용 등급 ‘BBB+’인 대한항공은 지난 4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그 4배에 육박하는 투자 수요가 몰려들었다. 낮은 신용 등급에도 ‘국내 최대 항공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회사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 완판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4월 총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한 HD현대일렉트릭은 5300억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아 발행 규모를 1500억원으로 증액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4월 10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 예측에서 618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 등급 ‘AA-’ 미만을 비우량채로 분류하고 있는데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중공업의 신용 등급은 모두 ‘A-’로 비우량 등급에 속한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고금리 후순위채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발행 주체가 대부분 금융사들이어서 원리금 상환이 불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진행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수요 예측에는 발행 규모인 27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61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현대차증권은 5월 25일 6년물 공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청약을 진행했는데 당초 계획보다 많은 12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최종 발행 금리는 연 6.5%로 결정됐다.
개인들의 채권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월 31일 금융꿀팁 200선’을 통해 꼭 알아야 하는 채권 투자 유의 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채권의 종류와 위험이 다양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으로 민원이 지속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채권 투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별 회사마다 리스크가 다른 만큼 재정 상황 등을 잘 판단한 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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