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사진=연합뉴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 CEO가 지난 2017년 중국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다.

로이터통신은 6월 5일 SEC가 바이낸스와 자오 CEO를 증권관련 법률 위반을 이유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SEC는 소장에서 바이낸스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부적절하게 이용해 이득을 얻었으며, 고객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했다고 제소 이유를 밝혔다.

SEC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비밀리에 고객 자산을 별도의 가상화폐 관련 업체로 송금한 뒤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바이낸스의 가상화폐 거래량이 실제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부풀리는 효과를 냈다. 바이낸스가 고객의 자금을 송금한 업체는 '메리트 피크'(Merit Peak)와 스위스에 등록된 '시그마 체인 AG'(Sigma Chain AG)으로, SEC는 두 업체 모두 바이낸스와는 별도의 법인이지만, 자오 CEO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 바이낸스는 일부 큰손 투자자들에게 당국의 감시를 피해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현재 미국인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직접 투자는 금지돼 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고객의 이익과 상충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특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지난 3월에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파생상품 등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제소되는 등 미국 감독기관의 표적이 된 상태다. 이 외에 미국 국세청(IRS) 또한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자오 CEO는 SNS를 통해 "바이낸스에 맡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회사 직원 모두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SEC 제소 소식이 알려진 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 일제히 폭락하는 등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6월 6일 기준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전일 대비 약 6.22% 급락해 2만5000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6000 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5.41% 급락해 1803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시총 4위 바이낸스 코인은 10% 이상 폭락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