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를 방문해 노후된 주거환경을 담은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를 방문해 노후된 주거환경을 담은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얼마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기 신도시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 추진 시 가구 수를 최대 21%로 늘릴 수 있게 규제 완화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가구 수 증가 규제가 15%인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규제 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발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과 달리 가구 수를 늘리는 것에 제약이 많다.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은 기존 낡은 주택을 모두 헐어버리고 새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법에서 정하는 용적률 내에서는 가구 수 증가가 자유롭다.

예를 들어 모든 가구(100가구)가 132㎡(40평)형으로만 구성되고 기존 용적률이 200%인 어떤 재건축 대상 단지가 300%의 용적률로 재건축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조합원은 여러 선택이 가능하다. 단지 내 가구 수를 늘리지 않고 일대일 재건축을 한다고 하면 198㎡(60평)형으로 넓혀 갈 수 있다. 그러면 이 단지는 재건축 후에도 가구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공사비는 모두 조합원 부담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선택을 한다.

조합원용 아파트는 132㎡형으로 하고 일반 분양용 아파트는 66㎡(20평)형으로 하면 일반 분양에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조합원용 아파트의 추가 부담금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조합원용 아파트 100가구와 일반 분양용 아파트 100가구가 생기게 된다. 조합원 본인의 대지 지분을 줄이면서 단지 전체의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수직 증축, 안전상 문제로 규제 있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내 아파트 전경./한국경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내 아파트 전경./한국경제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이것이 쉽지 않다. 기존 낡은 건물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건물의 구조물을 남겨 놓고 그것을 활용해 아파트를 짓는 방법이다. 그런데 리모델링 사업은 가구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 단지 내 빈 공간에 신축하는 별동 증축이나 기존의 건물에 수직으로 증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

별동 증축은 건물을 새로 지을 만한 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기존 단지에 그런 공간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런 빈 땅이 있었다면 최초 분양 당시에 더 많은 가구를 지어 분양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수직 증축이다. 기존 건물에서 층수만 더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수직 증축은 안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무한정 층수를 올릴 수 없다. 기존의 기둥이나 내력벽을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층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층수에 맞춰 기둥을 새로 설계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문제가 없지만 낮은 층수에 맞춰 과거에 건설됐던 기둥을 활용해 높은 층수의 건물을 짓게 되면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은 수직 증축에 매우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사업자가 마음대로 층수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이 15층 이상이면 최대 3개 층까지 수직 증축이 가능하고 기존 건물이 14층 이하면 2개 층까지만 수직 증축이 허용된다.

예를 들어 모두 15층으로 구성된 어떤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 단지는 가구 수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기존 건물이 15층 이상이니 3개 층을 수직 증축해 18층짜리 건물로 지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15층에서 3개 층이 더 늘어나는 것이니 가구 수는 20%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에서 가능한 것이지 실제 법에서는 15%만 가능하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따져봐도 최대 20%까지 가구 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법에서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15%까지만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과는 전혀 무관한 규제를 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을 이번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에 한해 21%로 완화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 아니고 21%인 이유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15층짜리가 모두 18층이 되어도 20%밖에 가구 수가 증가되지 않는데 국토교통부 장관은 왜 20%가 아니라 21%라고 했을까. 첫째는 기존 층수가 낮은 단지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9층으로 지어진 단지는 2개 층을 증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22%나 가구 수가 늘어난다. 다시 말해 기존 층수가 9층 이하인 단지가 리모델링할 때는 가구 수가 20% 이상 늘어나는 경우도 생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용적률이 낮은 저층 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보다 재건축 사업이 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추진하는 단지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가구 수를 21%나 늘릴 수 있다는 조항은 현실 세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이는 수직 증축만 있는 경우이고 별동 증축과 결합해 생각하면 20% 이상 가구 수가 늘어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번 발표의 둘째 이상한 점은 낡은 아파트가 더 많은 서울에는 왜 15%만 적용하고 1기 신도시에는 21%라는 당근을 던져준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서울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등 공공의 기여 없이 21%나 가구 수를 늘려 주는 것은 재건축 사업에 비해 과도한 특혜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15%만 허용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서울시 당국자의 시각이다.

이러한 가구 수 증가에 대한 규제는 그야말로 규제를 위한 규제다. 안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규제라는 뜻이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존에도 2개 단지밖에 허가받지 못한 사업이다. 그런데 (사업이 성공해 수익이 많이 생길까봐) 여기에다 안전과 전혀 상관없는 가구 수 증가 15% 제한이라는 추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이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고 여기에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면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한 현실에 비춰 볼 때 과도한 규제가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에게 보다 나은 주거의 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