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능력 잃어, 이 대표 물러나고 비대위 전환을” “기승전 대표 사퇴인가”. 혼돈의 민주당
홍영식의 정치판
“대선·지방 선거 패배 평가했다면 출마 못했을 것”
△민주당 당내 분란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본인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니 당내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도 아무런 얘기를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다 지고도 패배 원인에 대한 평가도 못했다. 만약 평가를 했다면 이 대표가 (인천)계양을에 출마할 수 있었겠나. 평가를 했다면 당 대표 경선에 나올 수 있었겠나. 모든 문제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자신의 방탄을 한 게 위기의 원인이다. 본인이 떳떳하지 못하니 계속되는 의원들의 실언에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것 아닌가. 김남국 코인 사태가 나도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보나.
“국회의원에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 계양을에 출마한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정 국회의원이 하고 싶다면 분당에서 출마하는 정면 승부를 했어야 했다. 자신이 시장을 한 정치적 고향에서 나서야지 거기 떨어질 것 같으니 연고도 없는 계양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보나.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미뤄 왔던 대선과 지방 선거 평가를 해야 한다. 이 대표 책임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혀야 한다. 그런데 자기 쪽 사람(이래경)을 혁신위원장에 앉히려고 했으니 말이 안 된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나.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
△친명계에선 ‘기승전 이재명 책임’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면 누구 책임인가.”
△만약 끝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단해서 미리 말할 수는 없다.”
△김남국 사태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많이 했다.
“단호하게 풀었어야지. 탈당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했더니 그다음 날 탈당해 버렸다. 당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탈당 못하게 했어야 했다. 당이 나서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등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사법적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했다(잇단 설화 논란을 일으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김재원·태영호 전 최고위원). 저쪽 당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 당은 사법적 문제가 터졌음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자정 능력을 잃었다.”
△혁신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최소한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했어야 했다. 이런 사람으로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좋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고 했어야지.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친명-비명 대결 구도가 끝이 안 보인다.
“이 대표가 물러날 때까지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이재명이 잘해서 당 지지율을 확 끌어올리든지….”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이 힘들다고 보나.
“지금 167석인데 이걸 사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당 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하는 게 우선이다. 이미 얘기한 대로 대선 지방 선거 패배 평가부터 해야 한다.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고 어떻게 쇄신과 혁신이 가능하겠나. 지금 제일 큰 문제는 친명계가 강성 팬덤에 기대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의원들이 입을 닫아 버리고 집단지성은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조국 사태 때도 모두가 다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얘기 못하는 바람에 공정 가치를 뺏겨 버리고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된 것이다.”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을 나가야 한다면 이재명이 나가야 한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이 대표는 리더십을 잃고 신뢰의 위기가 막장까지 갔기 때문에 대표직을 고수한다면 민주당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며 “하루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초선 의원은 “2016년부터 4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두면서 오만에 빠졌다”며 “지난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패했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착각에 빠져 반성의 기회를 잃은 게 민주당 위기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 지도자들은 희생과 헌신의 리더십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이 대표는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당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최고 당 지도자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찾기 어려우니 당의 기강이 서겠나”라고 비판했다.
돈봉투, 혁신위원장 낙마에 책임 지는 사람 없어
익명을 요구한 중도파 의원의 진단이다. “책임 정치가 실종된 게 가장 큰 위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와 관련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게 당 대표라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실천해 오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돈봉투,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 등 고비 때마다 유야무야 넘어가고 누구 하나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에 대한 신뢰의 위기는 진작부터 제기됐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 도덕성 파문까지 겹쳤지만 검찰 기획 수사 탓으로만 돌리고 내부의 쇄신엔 눈감아 버렸다. 분란이 생길 때 책임을 지는 대신 당 대표 개인을 위해 당헌을 바꾸고 불체포 특권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으면서 신뢰를 잃고 질서를 망가뜨려 버렸다. 당내 친명·비명계가 1년 넘게 지루하게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지만 당 중진은 뒷짐만 진 채 누구 하나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자칫 팬덤의 공격 목표가 될까 두려워 당내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아 버리고 있다. 민형배 의원 탈당을 두고 여론은 ‘꼼수’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결과를 위해 수단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 앞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민주화라는 거대한 이념을 좇던 과거 민주당의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가 당의 모든 일에 대해 따져보지고 않고 ‘기승전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혁신위원장 문제만 해도 발탁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과거에도 혁신위원장 한 사람 정도는 당 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인선을 했다. 대표가 어떻게 혁신위원장 과거 발언을 샅샅이 검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물러나면 대안은 있나”라며 “사안마다 대표를 흔들고 분란의 늪으로 끌어들인데 대한 책임은 비명계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핵심 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모든 당무에 대해 기승전 대표 사퇴를 해야 한다면 대표를 한 달에 한 번 뽑아야 할 것”이라고 했고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대표를 사퇴시키고 다시 전당대회를 열자고 하는 것은 당을 더 큰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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