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종목은 6월 14일 오전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방림이 오전 11시 46분께 가장 먼저 가격 제한폭까지 내려갔다. 이후 동일금속은 11시 57분 하한가까지 폭락했고 동일산업·만호제강·대한방직이 잇따라 낮 12시 10∼15분께 차례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5개 종목이 거의 동시에 일제히 폭락한 원인은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매물이 쏟아지며 폭락했다는 점에서 SG증권발 급락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SG증권발 사태 당시에는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대량 발생한 반대 매매로 9개 종목 주가가 동시에 폭락하면서 투자 컨설팅 업체 대표 라덕연 씨가 주도한 주가 조작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다만 지난번 사태처럼 증권사 CFD 계좌와 연계된 반대 매매 매물이 쏟아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불공정 거래로 유죄를 받은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연관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추천한 종목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강 모 씨는 지난 3년간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방림·대한방직 등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내용의 글을 쓰며 투자자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강 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약 1년6개월간 조광피혁·삼양통상·아이에스동서·대한방직 등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6월 15일 이번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강 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이날 5개 종목에 대해 즉시 거래를 정지했다. 회사 측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능한 한 서둘러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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