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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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 지방은행의 위기와 관련해 미국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6월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SEC와 법무부가 SVB 파산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조사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골드만삭스까지 대상이 된 것이다.

미 금융 당국은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지방은행발 위기를 촉발하는 데 골드만삭스가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에 내몰린 SVB가 자본 확충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고용했고, 골드만삭스 관련 부서는 SVB로부터 210억 달러(약 27조원) 상당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다.

문제가 된 것은 골드만삭스가 SVB의 조언자이자 자산 구매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는 점이다. 은행이 한 기업으로부터 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과 SEC는 골드만삭스 측과 그 담당 부서가 조언자이자 구매자로서 채권 포트폴리오 매각과 관련해 부적절하게 소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문서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산 직전 골드만삭스 측은 SVB 경영진에게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보유 채권 포트폴리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본 조달 전에 매각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SVB 문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했고, 몇몇은 골드만삭스 측이 채권 매수를 제안했다고 말하고 있다. SVB도 어려움에 부닥쳤다는 내용이 시장에 퍼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VB는 지난 3월8일 SVB는 대규모로 부채 증권을 매각해 1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이후 SVB 주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포함한 다른 악재들과 함께 폭락했다. 예금자들은 서둘러 돈을 인출했고, 3월10일 SVB 파산이 현실화했다. 이후 시그니처은행과 퍼스트 리퍼블릭 등 다른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이어지며 은행 위기가 촉발됐다.

결과적으로 시장 불안감을 달래겠다는 취지로 골드만 삭스가 SVB에 제시한 조언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 연방정부가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대규모 국채 매각 과정에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SVB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며 시장의 불안감을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SVB 채권 포트폴리오를 지난 3월 매입한 후 매각을 시작했고, 전부 매각될 때까지 5천만 달러(650억원) 미만의 수익을 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1억 달러 가량의 이익을 봤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