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의 애플, ‘에어로팜’은 어쩌다 파산에 몰렸나
농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수직농업 기업 에어로팜(AeroFarms)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대표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혁신적 농업으로 평가됐던 수직농업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다. 고금리로 투자금 유치가 쉽지 않았던 것뿐 아니라 높은 비용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로팜은 2004년에 설립된 미국 3대 스마트팜 기업 중 하나다. 폐공장을 개조해 64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설치했다. 설립 이후 약 2억 3천 9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농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직 농업은 작물을 물에 담그지 않고 분무기로 물을 주며 천 위 공중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햇빛과 흙이 필요 없고 최소한의 물과 영양분만으로 재배가 가능하며, 전통 농사 방식의 95%, 기존 수경재배의 40%에 달하는 물을 절약을 할 수 있다. 작물을 물에 넣어 키우는 수경재배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재배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에어로팜은 여기에 작물의 종류 및 성장 상태에 따라 LED 파장을 자동 조절하는 ‘조명 자동화 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기존 스마트팜 대비 75% 높은 수확량을 달성했다. 1년에 30번 작물을 수확할 수 있고, 동일 면적 대비 생산성도 390배 높다.

전통적인 농업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원 낭비도 줄일 수 있어 에어로팜은 ESG 시대에 중요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에어로팜의 상장과 추가 투자유치를 어렵게 만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은행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 감소 및 철회에 나섰다. 대출 규모의 축소에 따라 신용 경색으로 올해 미국 내 1~4월 파산 신청 기업은 235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10년 만의 최대치다. 에어로팜의 파산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수직 농장 업계 투자금은 2022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 및 소프트웨어 회사 Pitchbook의 분석 결과, 2022년 3분기 수직 농업 벤처 투자금은 4억 3400만 달러로, 2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씨티그룹의 AgTech 투자은행의 글로벌 책임자 Adam Bergman는 지난해 수직 농업 업계 투자금이 10억 달러를 넘겼지만, 올해는 1억 달러 미만으로 91%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폐업하는 기업이 생기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농장 설치 취소 및 연기하는 등의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한때 4억 7천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던 수직 농장 유니콘 인팜(Infarm)은 지난해 11월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500명을 해고했다. 인팜은 경제 상황과 공급망의 붕괴, 치솟는 동력비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직 농장을 보유하고 있는 카레라(Kalera)도 재무적인 어려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으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 된 후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냈다. 결국 지난 4월 대출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카레라의 채권자만 200명 이상에 달했다.

첨단 로봇을 이용한 수직 농업 스타트업 피프트시즌(Fifth Season)도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약 18km에 달하는 브래독 공장은 아직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피프트시즌은 폐쇄 직전까지 친환경 샐러드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덜란드의 수직 농업 스타트업 글로우팜(GlowFarms) 역시 자금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고 밝히며 지난해 11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위기를 겪었으며, 이를 해결할 자금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수직 농장의 높은 운영 비용도 한몫했다.

수직 농장은 조명과 HVAC(난방, 환기, 냉방) 시스템 등 시설 설치 및 유지 비용이 실외 농장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CoBank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직 농장 대부분이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또 푸드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AgFunder(에그펀더)에 따르면, 잎채소(Leafy greens) 약 450g(1파운드)당 손익분기점은 전통 농장 0.65달러, 온실 농장 2.33달러인데 반해 수직 농장의 손익분기점은 3.07달러에 달한다.

에어로팜은 투자금으로 버지니아 새 시설을 설립한 후 파산 신청을 하면서 수직 농장 업계가 직면한 문제의 대표 사례가 됐다.

한편, 에어로팜은 최고 경영자가 특별 고문으로 물러나고, 최고 재무 책임자인 가이 블란샤드를 회장으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을 재조정했다. 또한 회사 가치 회복을 위해 자금 조달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수직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28년 설립된 미국의 푸드인스티튜트는 "제품구성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수직농장은 시장 잠재력이 크지 않은 틈새 시장이나 이국적인 작물에 집중해 수요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쉽게 구할수 있는 저렴한 기존 제품과 경쟁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함께 인공조명 온도제어 환기 등과 관련된 에너지 비용 변동에 취약한 수직농업의 약점이 최근 드러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에너지도 상당부분이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ESG 트렌드에도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인적구성의 문제도 있다. 수직농업도 농업이다. 하지만 수직농업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농부나 농업경제학자를 찾기 쉽지 않다. 대신 엔지니어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생산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생산 프로세스를 설계하다 보니 작물의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푸드인스티튜드의 분석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