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X 모 가댓의 신작, AI와 꿈꿀 수 있는 미래를 한 권에

[서평]
AI와 함께할 시대를 두려워하지 마라
AI 쇼크, 다가올 미래
모 가댓 지음 | 강주헌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인공지능(AI) 학습법인 딥러닝을 처음으로 만들면서 구글AI의 대부로 불린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얼마 전 구글을 떠나면서 “일평생 해 온 수십년간의 AI 연구를 후회한다”는 말로 AI의 위험성 경고했다. 그의 말처럼 초대형 AI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우리의 미래는 정말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전부일까.

같은 최첨단 테크놀로지업계에서 AI 전문가이자 개발자로 구글X 신사업총책임자(CBO)를 역임한 모 가댓 역시 비슷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행복을 풀다’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AI 쇼크, 다가올 미래’를 통해서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AI와 함께하며 인류를 섬기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것이지 인류를 해치는 디스토피아를 예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는 초거대 AI를 아무것도 모른 채 지구에 온 갓난아기 외계인에 비유한다. “많은 초능력을 지닌 외계인이 어렸을 때 지구에 왔다고 상상해 보자. 이 외계의 방문객은 우리 세계를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지구의 가치관에 전혀 구속받지 않는 데다 지구를 파괴할 능력까지 지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초악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는 어려서 어느 쪽으로 성장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중대한 순간 어떤 부모가 그 아이를 발견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지구의 미래는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인간의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AI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고 우리가 그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글솜씨에 전문 분야 지식을 결합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AI의 태동과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며 AI의 특성과 문제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해쳐 나가야 할 현재와 미래의 과제 그리고 AI의 위험성에 대처할 방법을 설파한다.

모 가댓은 “AI 전문가는 전문화된 좁은 시야로 AI에 접근해야 하고 그 시각에는 테크놀로지를 넘어서는 존재론적인 면이 완전히 빠져 있다”며 보통 사람들이 AI와 함께하는 삶에서 밀접하게 겪게 될 도덕·윤리·정서적인 쟁점들이 오히려 기술 바깥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AI 전문가나 개발자들은 결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AI 분야의 기술자나 정책 입안자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미래를 살아낼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윤리적 개념을 가진 자율적 지능체로서 AI를 인정하고 그들을 어린 아이처럼, 자식처럼, 제자처럼 대하며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가.

“스튜던트 봇이 졸업하며 연구실을 떠나 현실 세계에 관여하기 시작하는 순간 개발자는 그 봇에 지시하는 통제권을 상실한다. 바로 그때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당신과 나, 우리가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당신과 나, 우리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좌우하는 진정한 선생이 될 수 있다.” AI와 함께 살아갈 대중들,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AI에 대한 책이지만 인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AI를 의식도, 감정도, 가치도 없는 기계로만 인식하는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다는 데 있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전달하는 데 좀 더 주력한다. AI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지금 당장 변화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AI에 자신의 취향을 알려줄 수 있듯이 개인 유저들 스스로 사생활을 침범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나 딥페이크 사용을 중단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콘텐츠 추천 엔진에 먹이를 주지 않는 등 현명한 행동부터 해 나가길 촉구한다.

모 가댓은 이 책 마지막에 1956년 여름 뉴햄프셔 주의 다트머스대에서 AI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정확히 99년이 되는 해인 2055년의 모습을 그린다. 그때 우리는 어떤 상태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가치와 태도, 행동이 AI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 ‘스캐리 스마트(Scary Smart)’가 암시하듯이 ‘무섭지만 똑똑한’ AI의 공포에서 벗어나 ‘무섭게 똑똑하게’ 성장하도록 우리가 올바르게 행동하고 가르치는 지혜를 발휘하자. 그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두려워하며 한 걸음 물러서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