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ESG 리뷰]
겉도는 탄소 배출권 시장…활성화 위한 8가지 과제[ESG 리뷰]
2015년 1월 12일 개장된 한국 탄소 배출권 시장은 2023년 4월 28일 현재 거래일 수 기준으로 2045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개장 이후 수급 불안 요인이 배출권 가격 급등락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한국 탄소 배출권 시장의 취약한 부문인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중심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시장 메커니즘 충실’, ‘정책 및 제도 불확실성 제거’ 등을 위해 필요한 8가지 개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경매 제도 개선

탄소 배출권 경매 시장은 현물 시장의 수급 상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응찰(수요)이 입찰(공급)보다 크면 현물 가격보다 경매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전망을 하게 된다. 반대로 입찰(공급)이 응찰(수요)보다 크면 초과 공급으로 현물 가격보다 경매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가격 하락을 전망하게 된다.

경매 시장 제도 중 최고 응찰 가격과 최저 응찰 가격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과 낙찰 하한가 계산 방식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은 가격 발견 기능보다 오히려 경매 낙찰 가격의 불확실성만 높이고 있다. 해결책으로는 현물 시장과 동일하게 종가 대비 ±10.0%로 상하한 가격을 제한해야 하고 경매 시장 참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입찰 수량의 15~30%인 낙찰 수량 한도도 마련해야 한다 .

2. 시장 안정화 조치 개선

탄소 배출권 시장은 과거 배출량 수준에 기반을 둔 그랜드 파더링(grandfathering) 할당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 결과 탄소 배출권 시장은 태생적으로 공급 우위인 시장이다. 할당량은 사전에 과거 배출량 기준으로 정해지는 값인 반면 인증량은 사후에 확정되는 가변적인 값이다. 저성장과 경기 침제 국면은 계획 기간을 거치면서 과잉 할당 결과를 낳게 된다.

탄소 배출권 시장의 성패 여부는 공급 물량 통제와 직결된다. 유럽의 탄소 배출권 시장이 대표적 예다. 리먼 사태와 유럽 재정 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과잉 할당된 배출권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 탄소 배출권 시장 안정화 조치의 핵심은 물량 통제를 이용한 가격 관리다. 적정한 유통 물량 기준을 산정해 초과 시 경매 물량을 줄이고 부족 시 늘리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출권 가격을 상승시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다.

3. 정보 비대칭성 개선

정보 비대칭성은 시장 참여자 사이의 정보 격차를 일컫는다. 시장 운영과 관련한 정보는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투명하고 시차 없이 즉각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정책 당국이 탄소 배출권 시장과 관련한 정책·제도·정보에 대해 정보 비대칭성을 야기하는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자의적 재량보다 준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흐름이 필요하다.

사전적으로 정립된 준칙 없이 정책 당국 재량에 의한 부분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확대한다. 재량과 관련해 대표적인 것은 시장 안정화 조치(현저한 부족), 시장 조성자 의무 이행 평가 기준(시장 변동성 확대 기간 중 변동성의 정의), 유상 경매 시장의 낙찰 하한가 산식 미공개, 장외 거래 가격 및 거래량 미공개 등을 꼽을 수 있다.

4. 개인 투자자 시장 참여 허용

제삼자 시장 참여에서 개인 투자자는 현물 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파생 상품 시장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개인 투자자의 투자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비율은 83.0%를 차지한다.

최근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간접 투자 상품(ETF·ETN 등)을 이용한 제삼자의 시장 참여 방식은 지양돼야 하고 간접 투자 방식을 통한 현물 시장 활성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유럽 탄소 배출권 시장은 할당 대상 업체, 기관투자가, 개인 투자자, 헤지펀드, 글로벌 투자은행, 법무법인, 컨설팅 업체 등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삼자의 시장 참여는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 방식의 참여가 핵심이 돼야 하고 시장 참여자 제한을 조속히 없애야 한다.
겉도는 탄소 배출권 시장…활성화 위한 8가지 과제[ESG 리뷰]
5. 장내 탄소 배출권 파생 상품 도입

특정 상품이 파생 상품으로 상장되기 위해서는 기초 자산의 표준화, 높은 가격 변동성, 풍부한 유동성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초 자산은 톤 단위로 거래됨에 따라 표준화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고 연평균 장기 변동성 또한 45.9%에 달하는 높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저유동성 부문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장 조성자를 통한 유동성 보강은 단기적 처방이므로 실질적 유동성 개선과 보강을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와 장내 거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6. 장내 거래 의무화

한국의 탄소 배출권 시장은 개장 이후 누적 기준으로 장외 거래 비율 56.1%, 유상 경매 비율 10.8%, 장내 거래 비율 33.2%의 구성 비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장외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량 거래가 단일 가격에 가능하다는 점과 매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매매 거래 정보가 미공개된다는 점에서 선호하지만 현물 시장의 유동성 보강과 투명한 가격 결정 제고를 위해 장내 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

7. 유상 할당 강화

제1차 계획 기간 100% 무상 할당 이후 제2차 계획 기간에는 무상 할당 97%(유상 할당 3%), 제3차 계획 기간에는 90%(유상 할당 10%)의 비율로 유상 할당 비율을 높여 가고 있다. 유상 할당 비율을 높여 가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인하고 더 나아가 비용 효율적인 감축 프로젝트 개발에 있다.

최근 유럽 탄소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에 육박하는 고공 행진의 배경에는 유상 할당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유럽연합(EU) 지역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 배출권 유통 물량 축소가 있다. 한국의 탄소 배출권 시장도 제4차 계획 기간에는 경기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 표준에 적합하도록 유상 할당 비율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 할당 업종 대상으로 탄소 차액 계약 제도(CCfDs : 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를 도입해야 한다.

8. 이월 제한 제도 변경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유연성 메커니즘은 이월 제도, 차입 제도, 상쇄 제도, 조기 감축 실적으로 구성된다. 탄소 배출권 시장의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제도들로, 매우 신중하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 탄소 배출권 시장은 개장 초반, 시장 논리에 입각해 무상 할당의 경우 이월을 불허했다. 그 결과 유럽 탄소 배출권 가격은 톤당 0.03유로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월 금지의 배경은 무상 할당 배출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상 할당 비율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유상 할당과 이월 허용은 비례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 제4차 계획 기간부터는 유상 할당 비율이 10%라면 잉여분에 대해 10% 이월을 허용하고 만약 유상 할당이 100%라면 잉여량 100%를 이월할 수 있도록 유상 할당 비율과 연동해 이월 비율을 허용해야 한다.

앞서 말한 8가지 개선 과제는 상호 연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8대 과제 중 핵심은 ‘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 조기 허용’과 ‘탄소 배출권 선물 조기 도입’이다.

특히 탄소 배출권 선물을 도입하기에 앞서 경매 시장 개선, 시장 안정화 조치 개선, 정보 비대칭성 개선, 개인 투자자 시장 참여 허용, 장내 거래 의무화, 유상 할당 강화, 이월 제한 제도 개선 등 7대 과제가 먼저 개선, 보강돼야 탄소 배출권 선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김태선 NAMU En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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