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상속인이 증여받은 부동산을 상속 개시 전에 처분했다면?[조주영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 갑과 두 자녀 을과 병 등 3명의 가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갑은 2023년 1월 1일 사망할 당시 가진 2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등 모든 재산을 을에게만 준다고 유언했다. 그런데 15년 전인 2008년에도 갑은 을에게 당시 시세 2억원인 아파트를 증여했고 을은 2015년 그 아파트를 4억원에 매도(처분)했다. 이 경우 만약 계속 보유했다면 현재 시세는 8억원이다.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한 병은 당연히 유류분 반환 청구를 고려하게 된다.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 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해 이를 산정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고자 하는 병으로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상속 재산은 2억원(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 및 8억원(증여 재산의 현재 가액)을 합한 10억원이고 민법상 내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 5억원의 절반인 2억5000만원이므로 을에게 2억5000만원을 달라는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계산하면 을은 “내가 그 아파트를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면 그 시세가 8억원이므로 병의 주장이 맞지만 나는 오 전에 4억원에 아파트를 처분했으므로 병의 유류분 산정 시 그 아파트 가액을 8억원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해 그 재산이 유류분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 개시 전에 처분했거나 증여 재산이 수용됐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 재산의 가액은 증여 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 개시까지 사이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살피건대 민법 제1113조 제1항의 규정이 구체적으로 증여 재산의 가액 산정 방법까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기에 이는 결국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위 규정에서 증여 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이유는 만약 증여 없이 상속 재산에서 유출되지 않고 남아 있었더라면 유류분권리자가 이를 상속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수증자가 증여 재산을 상속 개시 시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상속 개시 당시 시가를 증여 재산의 가액으로 평가한다.

반면 수증자가 상속 개시 전에 증여 재산을 처분했거나 증여 재산이 수용된 경우 그 재산을 상속 개시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위의 경우와 달라야 한다. 민법 제1113조 제1항이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상속 개시 시 원물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증여 재산에 대해서까지 그 재산 자체의 상속 개시 당시 교환 가치로 평가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처음 든 사례로 돌아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포함되는 아파트(증여 재산)의 가액은 상속 개시 시인 2023년의 시세 8억원이 아니라 2015년의 실제 처분 대가(매도 대금)인 4억원에 상속 개시 시까지 8년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액이므로 8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0%라면 상속 개시 시 증여 재산 가액은 4억8000만원(4억원×1.2)이다.

따라서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은 증여 재산의 가액 4억8000만원에 상속 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 2억원을 합한 총 6억8000만원이고 병의 유류분은 그 4분의 1인 1억7000만원일 뿐 애초에 기대했던 2억5000만원이 아니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