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 시가 총액 1위 기업이 됐다.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분 덕분이다. 왜 AI 열풍이 엔비디아를 시가 총액 1위로 만들어 준 것일까, 둘이 무슨 상관일까.
생성형 AI는 가장 기본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칩이 좌우한다. 이 GPU와 칩을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곳이 엔비디아다. 기업용 GPU 시장의 91.4%를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계속 발전하면 할수록 엔비디아의 AI 칩도 계속 더 팔린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챗GPT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GPU 수는 2020년 약 2만 개에서 앞으로 3만 개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량용 반도체와 챗GPT 같은 생성형 AI, 이 두 분야가 어떻게 서로 시너지를 내며 오토모티브 시장을 달구고 있는지 알아보자. (1)챗GPT와 차량용 반도체테슬라는 GPT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의 성능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테슬라의 수많은 반도체 중 핵심은 트립(trip) 칩이다.
이 칩은 자율 주행에 필요한 복잡한 계산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한다. 왜냐하면 서버에 있는 GPU와 연동 없이 트립 칩이 자체적으로 자율 주행 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GPU와 연동에 드는 시간이 줄어드니 AI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따라서 AI가 다양한 운전 상황, 교통 변수를 학습할 시간도 늘어나고 능력도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테슬라는 자율 주행 중 발생하는 오류나 이슈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능력, 해결하는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GPT에 필적할 AI를 목표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알파벳(Alphabet)의 AI 전문 계열사인 딥마인드 출신들이 대거 이 계획에서 거론되고 있다.
인간보다 더 객관적이고 빠른 의사 결정, 차량과 차량 사이의 상호 작용, 차량과 교통 시스템 사이의 상호 작용, 자연어 검색, 유지·보수 관리 모니터링에 GPT가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왜냐하면 GPT는 다양한 변수와 케이스를 만들고 이를 자율 주행에 학습시켜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을 통해 자율 주행을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대화형’인 GPT는 인간인 운전자·탑승자와 대화하면서 인간이 불편을 호소하면 해결하고 인간이 주지해야 할 교통 문제가 있으면 사전에 공지해 주는데 아주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어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인터페이스 방식이다.
“차 안이 너무 답답해. 습기가 너무 불편해”라는 탑승자의 말에 차는 알아서 공기 청정기를 가동하고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 준다. “이 길이 지금 제일 빠른 길이야. 비포장도로여도 괜찮으니 무조건 시간이 조금 걸려야 해.” 이런 말에도 차는 알아서 답을 준다. 인간이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원하는 바, 아쉬운 점을 화두로 던지면 차가 알아서 해답을 찾아주고 딱 맞는 해결점을 구할 때까지 대화를 해 준다.
앞으로 GPT 같은 생성형 AI 알고리즘을 자율 주행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글로벌 오토모티브업계에서 기세가 더욱더 타오를 것이다. (2)AI 스타트업챗GPT·AI·차량용 반도체. 이 키워드가 가져온 광풍은 시장의 AI 스타트업들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1월 초거대 AI 주요 100개 사의 기업 가치는 총 480억 달러(약 63조원)인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290억 달러(약 38조원)로 전체의 60.4%를 차지했다.
초거대 AI는 감원과 불황의 늪인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챗GPT처럼 텍스트나 이미지를 학습해 답변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를 개발할 역량이 되는 스타트업은 인기가 높다. 큰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KT는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칩을 구현하는 하드웨어 소자의 설계와 판매를 전문화한 기업)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KT에서 3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발 시스템온칩(SoC)을 출시했다. 전력 소모량을 혁신적으로 줄인 GPU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AI 차량용 반도체와 챗GPT는 GPU의 성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GPU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GPU 기술을 독보적으로 확보하는 기업은 이를 통해 자율 주행,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자연스럽게 석권하게 된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이유다.(3)클라우드 챗GPT·AI·차량용 반도체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데 뜬금없이 왜 클라우드 사업일까. 저 세 개의 키워드가 모두 클라우드 사업을 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 세 개의 키워드는 미래 차의 핵심인 자율 주행을 가속화할 것이다. 자율 주행은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로 움직인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간, 차량과 외부 건물, 차량과 교통 시스템, 차량과 외부 물체, 차량과 환경 정보 같은 이 수많은 데이터는 양도 많고 질도 좋아야 한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커뮤니케이션돼야 한다. 사람 목숨과 관련된 자율 주행을 위해 차가 주행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베이스가 되니까 말이다.
이 빅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로컬 컴퓨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정보를 보내는 쪽도, 정보를 받는 쪽도, 정보를 업로드하는 쪽도, 정보를 다운로드하는 쪽도 모두 클라우드를 통해 대용량·고품질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내용에 오류가 있어서도 안 되는 고급 AI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이 때문에 클라우드 사업이 점점 더 힘을 가지게 된다.
AI가 기업의 경쟁 우위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 MSP(Managed Service Provider)도 주목을 끌고 있다. MSP는 아마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고객 요청에 맞춰 구축, 운영하는 기업이다. AI를 도입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거나 마케팅을 계획하려는 기업들은 이 MSP의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를 통해 컨설팅을 받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때로는 외주 유지·보수를 계약한다.
계속해 더 높은 품목,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AI, 차량용 반도체가 나올수록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클라우드에 대한 니즈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 소구 포인트를 통해 계속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당연히 클라우드 운영 기업들도 계속해 더 좋은 기술, 더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개발해야 고객을 놓치지 않는다.
AI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당신도 당신의 파이를 차지해야 하지 않는가. 어떤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지 전략을 짜기가 어렵고 힘이 드는가. 위에서 살펴본 키워드들에 집중해 보자. 어떤 키워드가 시장을 달구고 있는지,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찾아내 보자.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힘든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마주한 문제가 당신을 정말로 힘들게 하고 있는가. 그것은 그 일이 힘든 일이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 선택한 방법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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