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이면의 업의 본질·철학·정신에 집중한 5가지 브랜드 사례

[브랜드 인사이트]
사진=나이키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나이키 웹사이트 갈무리
“우리도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같은 슬로건을 만들 수 있을까.” 기업과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1980년대 공개된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은 힘이 세다. 처음에는 광고 캠페인을 위해 사용되다가 점차 공식적인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팔딱이는 생명력을 가지고 전 세계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단순한 소통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의 인식에 착 달라붙어 브랜드를 접함과 동시에 슬로건을 떠올릴 만큼 강력한 인장을 남겼다. 그뿐인가. 도전·행동·가능성·땀의 숭고함 등 가슴을 뛰게 만드는 뜨거운 감정까지 동반하게 한다.

우리도 이렇게 힘센 슬로건을 만들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단 우리를 잘 알고 제대로 정의할 수 있다면 말이다. 슬로건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한 토막글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은 우리를 톺아보는 일이다.

브랜드 업(業)의 본질과 철학, 추구하는 정신과 정서에 따라 슬로건의 내용과 꼴은 다양하게 완성될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다운’ 슬로건이야말로 브랜드가 가진 잠재력을 세상에 정확하게 알리는 수단이 되고 공명을 일으키며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역시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제품 이면에 있는 정신에 집중하는 데 힘을 썼다고 한다.

표면적인 것을 넘어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뿌리에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브랜드의 뿌리가 되는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한 토막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다음 5개 브랜드 사례를 참고하며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 보자.

나이키

①운동은 특별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신체가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운동선수다. ②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km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③운동의 가능성을 믿고 모든 운동선수를 존경한다.

나이키는 운동의 힘을 알고 운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믿음은 슬로건에 뚜렷하게 담겨 있다. 정직한 신체 활동이 주는 가치는 ‘두(Do)’에서, 운동이 지닌 보편성과 용이성의 가치는 ‘저스트(Just)’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이키의 슬로건을 보면 가슴이 뛰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는 이유는 이들의 운동을 향한 철학이 슬로건 안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레드불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레드불 웹사이트 갈무리
레드불

①에너지 드링크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②몸과 마음의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③목표를 이루고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

사람들이 레드불을 접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대체로 감당할 수 없는 목표가 목전에 있을 때 해내고 싶은 간절함과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담아 마신다. 이때 레드불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것,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힘이자 저마다 지닌 잠재력을 실현하게 하는 촉진제가 된다.

이것은 레드불이 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가치이자 제품 이면에 담긴 업의 본질이고 이를 함축해 완성한 슬로건이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Red Bull Gives You Wiiings)’다. 핵심 개념은 ‘윙스(Wiiings)’다.

날개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의 상징으로 사용돼 왔다.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지만 계속해 꿈꾸고 시도하는 도전의 역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레드불이 정의한 업의 본질과도 맥이 닿는다. 게다가 사전에 등재된 단어에 ‘i’를 반복 사용하면서 브랜드만의 언어를 만들고 더 강력한 힘과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의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에어비앤비 웹사이트 갈무리
에어비앤비

①여행지 숙소는 잠깐 머무르는 곳이 아니다. ②숙소 주인, 현지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곳이다. ③사람들이 여행지에서도 연결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에어비앤비가 정의한 업의 본질은 ‘소속감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는 슬로건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Belong Anywhere)’을 완성하게 한 핵심이 됐다.

특히 한 단어 ‘빌롱(Belong)’을 통해 브랜드가 숙박 시설에 대해 생각하는 독특한 철학을 표현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혜택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슬로건을 접한 고객은 에어비앤비만이 줄 수 있는 여행의 특별함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사진=CJ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CJ 웹사이트 갈무리
CJ

①일상을 이루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②우리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본다. ③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일상을 만든다.

CJ의 슬로건은 ‘당신의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Live New)’다. 다양한 영역에 걸친 이들의 비즈니스는 일상 곳곳에 퍼져 있지만 이들이 만드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와 결심, 모든 것에 ‘새로움’을 줄 것이고 새로움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업에 대한 고유의 철학을 담아냈다.
사진=호호당 웹사이트 갈무리
사진=호호당 웹사이트 갈무리
호호당

①보자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②일생 의례(한 개인이 평생 거치는 의례) 기쁜 날엔 늘 보자기가 있었다. 마음을 전하는 물건이다. ③보자기로 소중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한다.

보자기를 시작으로 전통 생활 소품을 현대화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전파하는 브랜드 호호당이 정의한 업의 본질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슬로건 ‘좋은 일만 있으라고’에 담긴 다정한 인사말과 언어의 온도는 이 브랜드가 해석하는 보자기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게 하고 한국 문화에 담긴 사려깊은 정서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위 사례들에선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업의 본질과 철학을 탐구할 때 먼저 하는 일은 ‘부정’이다. 기존에 시장이 갖고 있던 지배적인 개념, 상품과 서비스가 지니는 표면적인 속성에 ‘아니다’를 외치며 뒤집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면에 숨은 또 다른 가치를 발굴하고 브랜드가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더해 다르게 정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경쟁사 대비 차별적인 강점을 갖게 하는 일이고 고객이 브랜드를 식별하는 고유한 지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앞서 정의한 본질과 철학을 슬로건으로 완성할 때는 은유와 상징의 미학을 활용한다. 내용을 압축한 하나의 단어(Do, Wiiings, Belong, New, 좋은 일)를 내세우며 추상적이고 장황한 개념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강력한 연상 작용을 통해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돕는다.

셋째, 사례로 언급한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상품·서비스·마케팅 등 커뮤니케이션 방법에서 모두 일관된 결을 보여줬다. 만일 브랜드가 실천하는 사업과 슬로건에 담긴 메시지 간 격차가 있다면 고객은 브랜드의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슬로건은 브랜드가 세상과 마주하는 얼굴이자 고객과 맺는 약속이다. 이 때문에 고유한 슬로건을 만들어 내는 것 이상으로 꾸준히 알리고 정직하게 실천하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슬로건은 브랜드가 하는 행동의 기준이 되고 실제 결과물로 보여주며 세상과 고객을 향해 한결같은 진심을 전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슬로건은 살아 있는 정신이 돼 고객을 움직이는 강력한 메시지로 존재할 수 있다. 힘센 슬로건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조한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조한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조한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