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실시간 암호화폐 기록이 뜨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실시간 암호화폐 기록이 뜨고 있다./연합뉴스
코인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존하는 크립토 종류는 2만 개가 넘는다. 그중 비트코인과 이더가 차지하는 비율은 시가 총액 대비 각각 48%, 19%다. 또한 USDT, USDC, DAI 등 주요 스테이블 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 정도다.

나머지 무수한 알트코인(원래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을 알트코인이라 칭했지만 과거 대비 우수한 펀더멘털을 증명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입지를 고려해 비트코인과 이더를 제외한 코인을 알트코인이라고 명명한다)이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10배 폭등하거나 10분의 1토막 나거나코인이 투기성 위험 자산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특히 알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극단적으로 높다. 1주일 만에 10배가 넘게 폭등하는 일도 있고 반대로 10분의 1 토막이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타 알트코인 대비 성숙한 대체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계인 비트코인과 이더는 이만큼 가격 변동성이 높지는 않다.

따라서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코인 투자자들은 알트코인을 기웃거린다. 비트코인과 이더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전체 코인 시장에서 20~25% 남짓 차지하는 알트코인 중에서 10배, 100배 갈 종목을 선별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숙련된 투자자가 아니라면 알트코인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물론 가끔씩 벼락부자가 되는 이들도 있지만 예외가 원칙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대부분은 거래소라는 코인 카지노에 들뜬 마음으로 입장했다가 손해만 보고 나간다. 실제로 2021년 4월 사람인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은 코인 강세장이 정점에 다다를 무렵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를 웃돌았 알트코인 가격 역시 상승하던 때였다. 아마 코인이나 사서 가만히만 있었어도 돈을 벌 수 있었을 시기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손해를 봤는데 이는 아마 매수 종목이 잘못됐거나 매매 회전율이 불필요하게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 잡알트(시가 총액이 낮고 근본이 없는 알트코인을 칭하는 용어)를 매수했거나 저점에 팔고 고점에 샀다는 뜻이다.

코인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떤 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 유망한 코인을 찍어 달라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의 답변은 항상 똑같다. 비트코인에만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면 8 대 2 혹은 7 대 3 정도 비율로 비트코인과 이더를 투자하라고 말이다. 아니면 아예 코인 분야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출자가 가능하다면 여기에 간접 투자하라고 한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이 알트코인에 투자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설사 돈을 번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과 이더를 장기 보유하는 것보다 수익률을 웃돌기는 쉽지 않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이 곧 코인 시장의 인덱스
지난해 업비트가 알트코인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하자, 투자자들이 업비트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업비트가 알트코인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하자, 투자자들이 업비트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령 전통 금융 투자 시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워런버핏 스타일의 패시브 투자가 액티브 투자의 수익률을 웃돈다는 점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특히 펀드에 투자할 때 비용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상장지수펀드(ETF)가 흥한 대신 기존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와 여기에 서비스하며 먹고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생태계가 붕괴된 것이다.

코인 시장도 이와 같은 패턴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코인 시장이 인덱스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를 중·장기적으로 매수 후 보유(이더는 스테이킹까지 하면 한 자릿수 초·중반대의 연간 추가 수익까지 있다)하는 것이 웬만한 액티브 투자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 전략이 그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예를 들어 BTC, ETH 가격이 향후 5년간 3배 이상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수익률은 대략 25% 정도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보수적인 가정이라고 본다.

실제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62만5000달러, 낙관적으로 150만 달러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 정도 수익률을 ‘수년간 꾸준히’ 낼 수 있는 개인 투자자나 크립토 투자사는 거의 없다.

개인 투자자가 선물 거래를 하거나 알트코인 투자로 운 좋게 돈을 버는 경우는 있지만 ‘부자로 남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또한 일부 가상자산 공개(ICO) 알트코인 투자가 대박이 날 수는 있겠지만 리스크 리턴 프로핏을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저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전통 금융 투자 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톱 헤지펀드들도 수년간 20% 수익률 내면 굉장히 잘하는 편이다. 따라서 숙련된 투자자나 전문 투자 기관이 아니라면 알트코인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만약 코인 전체 시가 총액이 적어도 5조 달러 이상 되고(현재 대비 4배 이상), 비트코인과 이더가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하가 되고(현재는 67%), 코인 간 가격 상관관계가 낮아진다면(라지캡-스몰·미드캡, 섹터, 체인 등에 따라 현재는 매우 높은 상황)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코인은 대체 자산으로 엄연히 인정받고 현재 투기성 리테일 자금 위주에서 기관 자금이 유입된 시장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다만 산업의 성숙도·매크로·규제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려면 적어도 3년은 넘게 걸리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알트코인 투자는 어렵다. 재능이든, 운이든 10% 미만의 사람들만이 알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전부적인 재능이 있거나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코인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은 단지 비트코인과 이더와 같은 블루칩 자산에 장기 투자하면서 동시에 묵묵히 커리어를 쌓는 것일 테다. 아니면 숙련된 투자자가 운용하는 전문 투자사에 간접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