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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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마하의 현인’이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에이가 애플 등 보유 지분 가치가 급등했다. 2분기 47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벅셔해서웨이는 단기 미 국채를 포함해 역대 최대 수준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 회장은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도 미 국채 투자를 지속할 적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벅셔해서웨이는 8월 6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359억1000만달러(약 46조97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주식시장 폭락으로 436억2000만달러(약 57조549억원) 손실을 봤지만 이번에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억4300만달러(약 13조10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현금 보유액도 1473억7700만달러(약 192조7000억원)로 1분기 대비 약 13% 늘었다.

벅셔해서웨이 투자 '5개 종목'에 집중

CNBC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의 2분기 투자 폴리오의 78%가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코카콜라, 셰브론 5개 종목에 집중돼 있다. 올해 주식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보유 지분 가치가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일등공신은 ‘애플’이다. 벅셔해서웨이는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사들였고, 2018년 보유 지분을 5%까지 늘렸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현재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올해 애플 시총은 기업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주가는 2분기에만 18% 상승하며, 벅셔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가치는 1776달러로 늘었다. 이에따라 벅셔해서웨이는 애플로만 2분기에 260억달러(약 34조원)의 미실현 평가이익을 올렸다.

두번째로 보유 주식 평가액이 높은 종목은 BOA다. 보유지분 가치는 296억달러(약 38조7168억원)에 이른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이후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도 버핏 회장은 BOA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줬다. 일부 은행들의 구조조정 이후 대형은행들의 입지는 더 견고 해졌다. 신용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세번째다. 평가액은 264억달러(약 34조5312억원)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 살아나며 주가가 올들어 12% 가까이 상승했다.

코카콜라의 지분 평가액은 241억달러(약 31조5228억원)로 네번째다. 버핏 회장은 코카콜라의 열렬한 애호가다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올해 주가 흐름은 4.56% 하락한 상태로 부진하다. 석유업체인 셰브론의 보유지분 규모는 194억달러(약 25조3752억원)다. 셰브론은 올해 주가가 11% 넘게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이에 벅셔해서웨이는 2분기 중 셰브론 투자 지분 14억달러(약 1조8312억원) 어치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투자 비중이 높다. 버핏 회장은 셰브론을 포함한 에너지 회사는 현금 흐름이 높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이 외에 벅셔해서웨이는 미 단기 국채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도 미 국채 매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벅셔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이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데도 미 국채 투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벅셔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은 147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인 2021년 2분기의(약 1492억달러 )에 근접했다. 벅셔해서웨이의 현금보유액엔 미 단기 국채 1200억달러가 포함됐다.

버핏 회장은 8월 3일 한 인터뷰에서 "(피치의) 우려는 타당하고 나는 연방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동의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견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 국채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