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커져
한국,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등으로 변화에 대응해야

[경제 돋보기]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글로벌 투자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순유입(BOP 기준)은 3440억7000만 달러였지만 2022년 1801억7000만 달러로 47.6%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각종 외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는 다양한 대내외 요인으로 중국을 외면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투자 철회와 중국 비율 감축 결정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선진국의 연기금은 중국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FDI 감소는 다양한 대내외 요인이 존재한다. 가장 두드러진 대외적 요인은 미·중 무역 분쟁에 이은 경제 안보 시대의 도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오면서 첨단 기술·공급망·환경·인권 등의 분야로 확대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외적 요인에 중국 내부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지난 4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반간첩법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의 전문에 따르면 ‘어떠한 개인과 조직도 불법으로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취득·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 수정안은 이미 넓게 적용되는 ‘국가 기밀’과 ‘국가 안보’ 개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지사 사무실을 중국 공안이 급습해 컴퓨터와 전화를 압수한 사건은 중국 내 모든 글로벌 회사를 긴장시켰고 추가적인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강력했던 코로나19 대응 조치 이후 경기 반등이 미진한 점,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실망스러운 대처 등도 FDI 하락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경제는 1992년 시장 개방 이후 FDI 주도 경제 체제로 성장을 지속해 왔다. 당시만 해도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FDI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급격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기술 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FDI와 함께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FDI의 블랙홀’로 여겨지던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투자자가 외면하는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현상과 위험을 인식하고 연기금 펀드매니저 대상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흥 경제권에는 더할 수 없는 기회다. 보유한 금융 자산을 그냥 놀릴 리 없는 글로벌 투자자는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를 물색 중이고 멕시코·인도·베트남·브라질 등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에 투자 자금이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투자를 제한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중 분쟁이 무역·첨단 기술·공급망 등에 이어 투자 분야로 확산하고 있어 신흥 경제권이 더욱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첨단 기술과 연계한 FDI 유치 전략, 규제 완화를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 등을 통해 이러한 글로벌 투자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활용한 경기 부양, 다양한 분야로의 혁신, 고용 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중국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 한국의 대응법은[강문성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