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스타트업 2000억 투자 사기…연이은 투자 실수에 ‘도마’
소프트뱅크가 또 한번의 투자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실수로 소프트뱅크의 투자 배경 또는 투자사 조사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는 투자한 스타트업 한 곳의 설립자들이 사용자 지표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펀드 성과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며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빼돌렸다며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고 CNBC 등 외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2021년 4월에 출시된 소셜 미디어 스타트업인 IRL은 ‘Z세대를 위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미디어 앱 중 하나’였다.

소프트뱅크는 이 회사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추가적인 입소문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IRL은 앱 이용자들이 서로 이벤트를 공유하고 그룹 채팅을 하는 방식으로, 소프트뱅크는 IRL이 페이스북을 대체할 새로운 Z세대용 SNS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IRL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20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28세 이하 인구의 25%가 앱을 내려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연간 이용자 수 증가율은 400%였다.

IRL 출범 한 달 후인 2021년 5월 소프트뱅크는 대기업의 고액 투자 펀드 중 하나인 비전 펀드를 통해 IRL에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했다. 또, 이 회사 CEO인 아브라함 샤피와 노아 샤피, 야신 아니스를 포함한 내부자들이 가진 지분 일부를 추가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IRL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1조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단숨에 유니콘기업 반열에 오른 것.
하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 수 등 소프트뱅크가 믿었던 IRL의 성장 수치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장에 따르면 IRL의 수치는 투자자, 즉 소프트뱅크를 속이기 위한 위장이었다.

이 음모는 2022년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RL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용자의 95%가 봇(bot)과 자동화 계정 등으로 부풀려진 가짜였으며, 창업자와 그의 형제들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가짜 계정을 생성해온 것이다. IRL 신규 이용자 획득에 드는 비용 또한 투자자에게 밝힌 것보다 3배나 많은 고비용 구조인 점이 미 금융 규제 당국의 조사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2023년 4월 아브라함 샤피는 CEO 자격을 정지당했고 회사는 6월에 해산됐다.

이 소송은 소프트뱅크가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에 적용한 조사 수준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CNBC 측은 전했다.

소송에 따르면, 사용자 수에 대한 제3자의 평가가 IRL의 자체 영업 발표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지만, 소프트뱅크 담당자들은 “확실하지 않다”는 아브라함 샤피의 설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에도 1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기록했다. 또 공유오피스 위워크에도 2017년부터 여러 차례 투자했지만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은 5조3223억엔(약 50조원)에 달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