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8월 24일부터 이들 동안 미국 와이오밍 주에 속한 작은 휴양 도시에서 열릴 ‘2023 잭슨홀 미팅’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아 각종 기준금리 체계에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변화하는 각종 기준금리 체계가장 큰 변화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조달 시장에서 기준금리로 활용해 온 런던 시중은행 간 금리, 즉 ‘리보 금리(LIBOR : London Inter Bank Overnight Rate)가 올해 6월 말부터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융 위기 이후 각종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준금리의 생명인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사국인 영국이 리보 금리 퇴출을 결정한 이후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미국 중앙은행(Fed)을 중심으로 리보 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를 연구해 왔다. Fed가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담보부 조달 금리(SOFR : 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다. 산출 방식은 시장 참여자의 실제 거래 금액을 감안한 중간 금리라는 점은 리보 금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SOFR은 무담보인 리보 금리와 달리 담보부 금리인 데다 익일물 확정 금리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도 최소 8000억 달러가 넘어 5억 달러에도 못 미친 리보 금리와 커다란 차이가 난다. 리보 금리가 문제가 됐던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기준금리의 생명인 신뢰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리보 금리와 함께 또 하나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 Federal Fund Rate)도 ‘익일 환매 금리(ON RRP : Overnight Repurchase Agreement)’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 2015년부터 보조 지표로 삼아 검토해 온 ON RRP는 Fed의 통화 정책상 기준금리로 갖춰야 할 기능이 FFR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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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과 ON RRP 등이 새로운 기준금리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국제 금융 시장을 상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띠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국제 금융 시장의 움직임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금리 간의 체계도 잡혀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도 새로운 기준금리가 이른 시일 안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거래 규모부터 커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인프라 면에서도 중층적(中層的)인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의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국제화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논의할 현안은올해 잭슨홀 미팅에서는 새로운 기준금리 조기 정착 방안과 함께 작년 3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상한 문제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적으로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고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다.

산출 공식은 우선 실질 균형 금리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 반응 계수(물가와 성장에 대한 통화 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량 수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 기간 중 경제성장률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 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적정 수준보다 높아 작년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급하게 단행했는지를 입증해 주고 있다. 2021년 5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당시 ‘일시적’이라고 오판하고 평균 물가 목표제로 안이하게 관리해 온 Fed가 뒤늦게 ‘볼커 모멤텀’으로 대처한 결과다.

볼커 모멘텀식 대응은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을 불러온다. 말이 뛰는 식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 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 1년 이상 길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10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진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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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하지만 ‘선제성’를 중시하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NBER식으로 지나간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유효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Fed가 경기를 판단하고 예측하는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 이후 15차례 걸쳐 장·단기 금리 간 역전,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과 같은 투자의 구루가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 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 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에 대해 Fed는 경기 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그 근거로 고용 시장이 견실한 점을 들고 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가 희생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볼커 모멘텀식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볼커 모멘텀식 대응으로 ‘R스타(R*)’ 금리가 ‘R스타스타(R**) 금리’보다 높아진 것도 부작용이다. R* 금리는 실물 경기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다. 반면 R** 금리는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또 하나의 중립 금리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지면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져 스트레스지수(SI)가 올라가고 위기가 발생한다.

코로나발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직전까지 20년 이상 저물가가 지속되는 여건에서 R* 금리와 R** 금리 간의 괴리는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3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실물 경기 섹터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급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R* 금리가 높아졌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추정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분명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만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두 금리 간의 격차가 벌어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Fed만 하더라도 올해 안에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해 놓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 세수가 부족해지면 재정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도 통화 정책 이상으로 중요하다. 만약 세금 인상과 공공 서비스 지출 삭감 등을 통한 긴축으로 대응한다면 도심일수록 죽음의 도시로 내모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감세와 공공 서비스 지출을 늘려 도심의 매력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간단한 래퍼 곡선을 통해 살펴보면 대도시처럼 세율과 재정 수입 간에 역비례 관계인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는 여건에서는 세율을 낮추는 것이 경제 의욕과 도시 매력을 높여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을 막고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

최근처럼 작년 3월 이후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통제권에 들어오면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쪽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과연 2023년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