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어온 2차전지주(株) 열풍은 새 시대의 서막일까, 갈 곳 잃은 투심이 낳은 단기 테마주일까. 최근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2차전지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과, 상반기보다는 한풀 꺾인 양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올해 대장주 '2차전지' 랠리 어디까지... 추후 유망섹터는?
무엇보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및 경기 둔화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긴축 기조 장기화 등 각종 악재가 전망되는 하반기 주식 시장의 투자방향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과연, 2차전지를 향한 투자 순애보는 과연 언제까지 오롯이 이어질 수 있을까.

신산업 및 산업 정책 분야 경제 전문가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금 추세로 봤을 때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가 증시의 테마가 될 것 같다”며 “다만, 예전과 달리 과거에는 말 그대로 소문이나, 아직 성과도 없는데 ‘그렇게 하겠다’라는 비전만으로 급등하는 회사들이었다면 이제는 실적도 따진다. 에코프로의 경우만 봐도 지금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똑똑해진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2차전지 경쟁력에 대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신산업이라고 분류하는 게 반도체,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3가지 산업을 전부 구축하고, 잘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가령, 대만은 반도체에 분명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기차나 2차전지에 대한 산업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니다. 일본 역시도 이 3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조금 뒤처진 분야가 많은 게 또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장점이 순발력이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이런 신산업에 대해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역동성은 한국이 제일 빠르다”며 “사실 2차전지처럼 지금 막 태동하는 인더스트리에서는 결국 규모 싸움이다. 누가 먼저 시설 투자를 해서 많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고 시장의 표준을 리드할 수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분명 한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교두보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중 간 갈등 역시 2차전지 관련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2차전지 관련)중국은 가장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중국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 시 가격 경쟁력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미·중 간 갈등이 점점 불거지면서 중국의 2차전지뿐만 아니라 전기차 회사들이 신규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었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오히려 중국이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울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아직도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2차전지에 관심을 둘 이유는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단 그는 투자 시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통상 미래지향적인 신산업이 처음 태동할 때는 많은 기업들이 다음 차세대 먹거리를 얻어내기 위해서 본인들도 해보자라는 신규 투자를 한다”며 “예전에 이동통신사 시절에도 철강 회사인 포스코를 포함, 다른 분야에 종사하던 한화그룹, 한솔그룹 등 여러 회사들이 017, 018, 019 등 해당 시장에 몰렸지만 수많은 회사들이 결국 다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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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면서 “모든 신사업에는 이른바 교통정리가 되는 기간이 있다. 지금 2차전지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너무 확신에 차서 투자하기보다는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금은 역동적인 시장이다라는 걸 기억하면서 조금 추격 매수를 하거나 아니면 분산 매수를 해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투자처를 두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2차전지 이후 주목받을 증시 섹터로는 반도체와 광물을 꼽았다.

그는 “파운드리(foundry) 분야에서는 TSMC가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도 이제 2종 디바이스들이 하나하나씩 더 생길 때마다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삼성이 따라잡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파운드리는 고객의 주문을 받았을 때만 만드는 거거든요. 즉, 지금 TSMC가 가지고 있는 메인 고객 중에 누군가가 거래처를 예를 들어서 삼성으로 바꿨다 그러면 1·2등 순위가 바로 바뀔 수 있다. 주요 고객과의 거래 그리고 주요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맞춰줄 수 있는 그 신뢰만 확보하면 한 번에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죠. 바로 그런 차원에서 저는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지금 반도체 전쟁이니, 인공지능(AI) 전쟁에 프레임이 많이 쌓여있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1등만 살아남는 건 아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기술력을 구현하는 데 투여될 다양한 광물이다. 그걸 누가 얼마나 많이 선점하고 편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향후 그동안 중국 주도로 공급했던 광업 또는 광업과 전후방 관련된 제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회사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교두보가 될 회사는 앞으로 크게 주가가 반등되거나 크게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