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로 받은 와인 ‘유효 기간 2년’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추석 선물로 받은 와인 ‘유효 기간 2년’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사진설명> 타이로스, 카베르네 소비뇽(위)과 판티니, 에디치오네 와인 두 종류는 기름진 추석 음식과 잘 어울린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눈앞이다. 가끔 선물로 와인 한 병 또는 와인 세트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시내 백화점 등 유통가의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 넘어간 충동 구매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와인처럼 곤란한 선물이 또 있을까. 개인 취향과 와인 지식 수준이 각기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종류도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남지 않은 한가위, 와인 선물 선택 요령과 추석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두 종류를 소개한다.

먼저 명절 와인 선물 세트를 잘 선택하려면 겉모양이 화려한 포장과 과도한 할인율 표기에 현혹되지 말자. 근본을 알 수 없는 싸구려 와인을 섞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급조한 라벨에는 ‘보르도’나 ‘그랑크뤼’, ‘리제르바’와 같이 인지도 높은 온갖 전문 용어를 의미 없이 조합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와인을 조금 안다’는 초보자들이 주요 타깃이다.

전문가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생소한 이름이다. 간혹 ‘진흙 속 진주’ 같은 와인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확률이 낮고 검증되지 않은 와인을 선물용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비노나 와인서처 같은 와인 검색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할인율은 크지 않지만 평소 꾸준히 팔리는 와인의 품질은 확실히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명절 선물용으로 2년 내 출고된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은 병에 담기는 순간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맛과 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서서히 숙성이 진행된다. 와인의 수명은 그 성질과 유형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 중 90% 정도는 와이너리에서 출고된 지 2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즉 명절 선물용 와인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인 셈이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끝으로 선물 받을 상대방이 전문가급 와인 애호가라면 취향 찾기에 고민하지 말고 얇고 고급스러운 와인 잔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굳이 스틸와인(독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반 와인)이 아니더라도 스파클링이나 포트와인도 추석 선물용으로 무난하다.

한편 추석 명절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실레누스, 타이로스 카베르네 소비뇽’과 ‘판티니, 에디치오네’를 소개한다. 한 병 가격은 두 병이 들어 있는 백화점 선물 세트와 비슷하지만 더 좋은 감동과 와인이 주는 기쁨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둘 다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고기전 등 기름진 한국의 추석 음식과 잘 어울려 후회 없을 것 같다.

타이로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소재 와이너리인 실레누스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밝은 루비 컬러와 잘 익은 무화과·체리향이 가득하다. 초반 쓴맛이 좀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마시면 둘째 잔부터 둥글둥글한 타닌감과 기분 좋은 당도가 잡힌다. 셋째 잔은 직접 체험해 보고 느낌을 공유해 보시라.

세련된 스타일의 이탈리아 와인, 에디치오네도 추석 와인으로 손색없다. 주요 품종으로 몬테풀치아노(33%)와 프리미티보(30%), 산지오베제(25%)를 사용했다. 코코아 파우더와 진한 꽃향기는 다른 와인에서 쉽게 잡을 수 없는 특징이다. 집중하면 미세한 버터 향도 만날 수 있다. 더운 느낌과 알코올감이 다소 강한 편이다.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