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회사 레이어, 2019년 마리떼 인수 이후 리브랜딩 나서
3억원 수준의 매출, 350억원까지 늘어…올해 목표 1000억원
온라인 마케팅 강화해 젊은 고객 확보…오프라인으로 사업 확장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쇠락한 브랜드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비자들에게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노후화된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대체할 수 있는 신선한 브랜드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소비자들에게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그 어렵다는 리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가 있다. X세대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다. 이 브랜드는 1990년대 유명 연예인들이 입는 청바지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며 젊은 사람들의 ‘로망’으로 불렸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어느 순간 기억에서 사라졌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심지어 젊은층 사이에서는 ‘힙한’ 이미지다. 1990년대 브랜드는 어떻게 다시 인기를 얻게 됐을까.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성공 포인트 1. 로고 빼고 다 바꾼 리브랜딩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1972년 프랑스 부부 디자이너인 마리테 바슐르히와 프랑수아 저버에 의해 설립됐다. 브랜드명은 두 창업자의 이름을 합쳐 만들었다. 스톤워싱·배기진·엔지니어드진 등 다양한 청바지 종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1990년 처음 들어와 청바지(데님)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1990~1994년 MBC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배우 장동건 씨가 입고 나와 이른바 ‘장동건 청바지’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1020세대 사이에서 가장 입고 싶은 청바지 브랜드가 됐고 한때 연매출 8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다양한 청바지 브랜드들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트루릴리젼·스톰·리바이스·에비수·허드슨진 등 경쟁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잊힌 브랜드가 됐다. 이후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2012년 6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한국의 패션 회사 레이어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레이어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LMC’를 운영하는 회사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잊힌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신찬호 레이어 대표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헤리티지를 살려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레이어는 계약 직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의 데님 중심 브랜드를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레이어가 담당해 리브랜딩했다. 특히 디자인을 브랜드가 탄생된 곳인 프랑스와 연결 지어 ‘프렌치 감성’을 살리고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타깃 고객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했다. 패션 시장에서 구매력과 영향력이 높은 여성 고객을 확보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5일 오후 4시 마리떼 한남의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또 ‘청바지만 잘하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품 카테고리의 확장을 시도했다. 과거에는 데님 소재의 하의가 주력 상품이었지만 레이어가 판권을 확보한 이후 스웨트 셔츠·후디·니트 등 상의를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됐다. 여기에 키링·볼캡·헤어밴드·에코백 등 액세서리 제품군도 적극 강화하고 있다.

바꾸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로고’다.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1990년대 로고를 그대로 사용한다. 오히려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상의 전 제품에 로고를 크게 적용하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매출 성장을 이끄는 것들은 모두 클래식 로고가 들어간 제품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클래식 로고 티셔츠는 지난해 누적 40만 장이 팔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블랙핑크 제니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제품을 착용한 모습.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블랙핑크 제니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제품을 착용한 모습.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모델 배우 고윤정. (사진=레이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모델 배우 고윤정. (사진=레이어)
성공 포인트 2. 젊은층 공략한 온라인 마케팅레이어는 약 1년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에 대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섰다”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셀러브리티·인플루언서 등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협업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타깃 고객인 2030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 모델도 젊은층에서 인기 있는 여배우만 기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배우 차정원 씨를 활용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배우 고윤정 씨를 기용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주연으로 출연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이 인기를 얻으며 고윤정 씨는 대세 배우가 됐다”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브랜드와 함께 동반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1년 11월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씨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제니 씨가 입은 제품은 전면에 로고가 크게 들어간 3만원대 티셔츠다. 이후 제니 씨는 공항 패션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야구점퍼·비니 등을 착용한 것도 브랜드 인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케팅 강화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고객군이다. 기존에는 한국에서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인들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제품 착용 모습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9월 5일 오후 4시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플래그십 매장은 성공적 리브랜딩을 증명할 만한 장소였다. 50㎡(약 15평) 남짓한 매장에 20명이 넘는 고객들이 동시에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중국인과 일본인이었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매장 외부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매장 입장과 관련한 안내문을 부착해 놓았다. 매장 밖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을 한남동 거리 곳곳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특히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입점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매장은 지난 7~8월 기간에 월평균 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백화점에 입점된 일반 매장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K-패션이 뜨면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매장을 찾기 힘들지만 한국에 오면 매장이 많다. 여기에 유명인들이 우리 제품을 입은 모습을 보고 따라 입으려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가별로 따지자면 대만·중국·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고객들도 많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필드 고양 마리떼 매장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스타필드 고양 마리떼 매장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성공 포인트 3. 고객 접점은 ‘젊은 동네’로온라인에서는 마케팅에 주력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젊은 고객들이 자주 찾는 곳을 선점했다.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이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2021년 2월 더현대 서울 오픈에 맞춰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오픈 초기에는 인지도 부족으로 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다음 달 8000만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면서 더현대 서울에서의 월평균 매출은 5억원으로 늘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레이어는 공격적으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기 시작했다. 1년간 15개 매장을 열었고 2021년 11월 한남동에서 첫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했다. ‘마리떼 한남’이다. 한남동은 패션 비즈니스의 성지이자 패션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많은 곳이다. 둘째 플래그십 매장은 지난해 9월 홍대에 열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플래그십 매장의 위치 선정에 대해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식 매장이 아니더라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8월 초 성수동에서 첫 오프라인 세일인 ‘마리떼 마켓’을 진행, 3일간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시에 백화점 입점 매장도 늘렸다. 더현대 서울 이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목동점, 롯데백화점 동탄점·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대구점 등을 연이어 오픈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8월 말 기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전국 3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관계자는 “계속 매장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연내 50개점 오픈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적으로 인기가 증명되고 있다. 마리떼 한남은 월평균 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거 마리떼 홍대의 매출 규모는 5억원이다. 이 밖에 더현대 서울 월평균 5억원, 롯데 동부산점 월평균 3억원, 신세계 센텀점 월평균 3억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의 효과를 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플래그십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11월 한남동에서 플래그십 2호점을 오픈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명동에서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