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뉴스1
투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시세가 쌀 때 사서 시세가 오르면 비싼 값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투자의 형태다. 그러다 보니 집과 같은 자산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자산을 늘려 가는 것이 재테크의 왕도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실제로 한국 사람은 미국 사람에 비해 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가 시작된 2006년부터 작년 2022년까지 17년간 한국의 주택 거래량은 연평균 140만 채 정도(140만1949채)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미국 주택의 평균 거래량은 514만 채 정도(514만1176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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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의 거래량은 미국의 27.3% 정도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 인구가 미국 인구의 15.3%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로 한국 주택은 자주 거래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에 비해 78% 정도 거래가 많은 편이고 미국 사람에 비해 주택 보유 기간이 56%밖에 안 된다는 뜻도 된다. 한국 주택 회전율, 미국보다 78% 높아한국 주택의 매매 회전율이 미국보다 높은 이유 중 한 가지는 부동산 세제에 기인한다. 미국은 보유세제가 최초 취득가에 연동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비슷한 가격의 주택이라도 과거에 시세가 쌀 때 집을 산 사람은 보유세를 적게 내고 나중에 시세가 오른 가격에 산 사람은 보유세를 많이 내게 된다. 이러니 직장 문제로 거주 도시를 옮기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 집을 팔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존 집을 팔고 근처에 다른 집을 사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오래 집을 보유하는 사람에 대해 세제 혜택이 약한 편이다. 보유세는 정부에서 정한 공시가(기준 시가)를 바탕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오래전에 취득한 사람이나 최근에 취득한 사람 간에 차이가 없다. 양도소득세에서만 조금 차이가 나는데 그나마도 12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2년만 보유해도 비과세가 되므로 굳이 다년간 보유할 이유가 없다. 다주택자도 장기 보유 특별 공제가 1년에 2%밖에 되지 않으므로 오래 보유할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세제상의 차이점 외에도 주택 소유자 본인이 자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집을 자주 사고파는 것을 선호할까. 이직 등에 따른 인구 이동이 미국보다 심하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직이 자유로운 것은 미국의 직장이 한국보다 더하기 때문이다. ‘자산 증식’ 수단 된 집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택 매매 회전율이 미국보다 높은 이유는 한국은 집을 단순히 주거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집을 단순히 주거 공간으로만 보면 집을 매수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2년간(실질적으로는 4년간) 그 집에서 독점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전세라는 좋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집을 사는 이유는 거주 공간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주된 목적 외에도 시세 차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세 차익이 살 때와 팔 때 발생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샀다 팔았다를 자주 반복해야 시세 차익이 커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세 차익은 매수나 매도 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기간 내내 조금씩 시세 차익이 쌓여 가는 것이다. 매도는 보유 기간 내내 늘어난 장부상의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과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 사이에 시세 차익의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게 되면 취득세나 중개 수수료, 등기 비용 등 거래 비용만 추가로 더 들어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은 확보된 시세 차익을 현금화해야 ‘내 것이 된다’는 불안 심리와 (판 이후에는) 실물 자산 없이 현금만 보유했을 경우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또 하나의 심리적 원인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종목보다 더 나은 종목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처럼 투자 테마가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어제까지는 아파트가 인기가 있다가 오늘은 빌라가 인기가 있고 지난달까지는 역세권 주택이 인기가 있다가 이번 달에는 한적한 곳의 주택이 인기를 끌지는 않는다. 주거의 질에 대한 인간의 선호도가 단기간에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를 주식 투자처럼 단기 보유하면 실제 투자 수익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갈아타기를 하지 않고 부동산은 계속 보유가 정답일까. 비슷한 가치의 자산끼리 계속 사고팔고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가치가 낮은 것을 팔고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갈아타는 것은 좋은 방향이다. 다시 말해 입지가 떨어지는 하급지의 주택을 처분하고 입지가 좋은 상급지로 갈아타는 전략은 유효하다.

그런데 하급지 자산을 열심히 샀다 팔았다 한다고 상급지 자산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급지 자산 가격이 오르는 동안 상급지 자산도 오르고 심지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갈아타려면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근로 소득이나 사업 소득으로 벌어들인 돈을 열심히 저축해 기존의 자산을 갈아타기 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투자라고 하면 대부분 일확천금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소득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저축하는 것과 같이 실물 자산에 담아 두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도박’과 같이 운에 따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보다 차곡차곡 자산을 모아 가는 ‘저축’과 같은 행위가 투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은행에서 주는 이자보다 세후 수익을 더 내면 성공한 투자가 되는 셈이다.

반드시 단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히기보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라는 뜻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