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ESG 트렌드’ 10곳 중 9곳 ESG 경영 집중

‘ESG,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기업 어디?
최근 몇 년 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들의 핵심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데다 정부가 2030년까지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해서다. 특히 기관과 투자자들이 투자 전 ESG 경영 여부까지 검토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연합의 ‘2023 ESG 트렌드’ 결과에 따르면 올해 ESG 경영 규모를 지난해보다 증가시키겠다는 비율이 36.0%, 작년 수준과 유사가 57.0%로 10곳 중 9곳이 ESG 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ESG 실천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앞선 조사결과에 따르면 ESG 경영 애로사항으로 ESG 관련 전문성 부족(21.7%), 과도한 비용 소모(15.5%)등을 뽑았다.

ESG 경영에 필요한 각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하고 과도한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테크·스타트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기술개발 지원부터 임직원 대상 위급상황 대비 교육, 워케이션, 웰니스, 탄소 저감 커피, 폐기물처리까지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를 돕는 테크·스타트업들이 조력자로 나서고 있다.

선한 영향력으로 ESG 실천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S)을 이행을 위해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테크·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기업들이 사회적 약자 지원,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카카오 정보기술 솔루션 개발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와 서울 외 지역 발달장애인의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지분 투자형 표준사업장인 브라보비버의 통합형 그룹웨어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 그룹웨어 솔루션은 장애인 고용 및 장애사원들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해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법인을 연계한 플랫폼으로 ▲상품 판매/구매 ▲포인트/기여금 정산 등의 기능을 제공, 시스템 내 프로세스 간소화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특히 발달장애사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발한 UI/UX 설계,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디자인으로 직관성을 높였으며 장애사원들이 통합형 그룹웨어 솔루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QR 로그인 기능을 탑재했다.

이 외에도 경기도 양평군에서 이달부터 군민을 대상으로 시범 제공하는 데이터기반행정 디지털 플랫폼인 '양평군 지능형 원사이트 통합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디케이테크인의 스마트시티 디지털 융합서비스인 ‘스마트민원행정’ 솔루션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스마트민원행정 솔루션은 AI챗봇, 클라우드, 데이터, IoT 등의 기술을 활용해 도시 전반의 행정 업무를 디지털화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웹사이트나 공공기관 방문을 통해 열람하고 신청해야 했던 ▲생활민원 ▲공공시설 및 프로그램 예약 ▲양평군의 모든 정보를 하나의 채널에서 안내 받을 수 있는 개인별 생활밀착형 정보 서비스 등을 카카오톡을 AI(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해 간편하게 대체시켰다.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는 “파트너사들이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자사의 기술을 선택해주시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및 여러 기관들과 함께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따뜻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급상황 대비 교육을 해주는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재난 및 응급상황 대응 솔루션을 운영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위코멧은 자동심장충격기(AED) 및 심폐소생술(CPR) 전문 교육과 대한심폐소생협회 산하 교육기관 '브레이든 러닝센터'를 운영하며 응급상황 교육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병원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자기주도학습 브레이든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 임직원들의 위급 상황 대비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가 곧 ESG', 임직원 사내 복지 강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공급망 ESG 실사법’을 마련해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될 만큼 인권 경영이 강조되고 있어 기업들은 인권영향평가를 고려한 사내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직원들이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한다.

여행 슈퍼앱을 운영 중인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지에서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기업들이 이를 통해 직원 복지 향상 및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워케이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워케이션 스타트업 오피스(O-PEACE)에 투자해 제주를 시작으로 국내와 아시아 유명 휴양지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며 국내 워케이션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웰니스 사내복지 플랫폼 ‘달램’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직원들이 신체·정신 건강을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달램은 스트레칭과 명상, 온라인 심리상담, 조직과 개인을 위한 코칭 등을 지원한다. 달램은 고객사들이 자사 서비스를 도입 후 임직원들의 사내 복지 만족도가 약 1.8배 상승했고, 업무 집중도 및 생산성도 35%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탄소 다이어트 기술로 환경문제 해결
전 세계 기업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도 ‘2050 넷제로 선언’을 통해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품 사용, 기업 폐기물 수거와 같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구독형 서비스인 내일의 커피는 자체 개발한 탄소 저감 프로세스가 적용된 커피 원두를 공급하고 있으며 탄소 감축 기여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한다. 내일의 커피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많은 중소기업들이 내일의 커피를 구독해 커피 한잔당 종이컵 30개에 달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폐기물 수집·운반 종합 서비스 '업박스'는 폐기물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해 관리해준다. 수거한 폐기물의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측량 값, 환경 지수, 처리 과정을 업박스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음식물과 일반 폐기물은 물론 플라스틱, 종이까지 처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