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1캐럿 반지가 100만원?” 요즘 핫하다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김민주의 MZ 트렌드]
‘가장 비싼 보석’이자 ‘영원함’의 상징이었던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최근 1년간 40% 급락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다이아몬드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는 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이다.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란, 실험실에서 생산한 인조 다이아몬드다. 화학적, 물리적, 광학적으로도 채굴된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해 오직 특수 장비를 통해서만 채굴된 다이아몬드와 구별이 가능하다. 또 통제된 환경에서 만들기 때문에 채굴된 다이아몬드보다 완벽한 무결점 상태로 생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퀄리티는 동일한데 가격은 1/3에서 1/5 수준으로 저렴해 국내외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예비 신랑·신부 1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The Knot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3 이상이 천연 다이아몬드 대신 인조 다이아몬드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특히 18~34세 젊은 세대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구매율이 높았다.

또 스터디파인즈 기사에 따르면 런던 소재 보석 소매업체 퀸스미스(Queensmith)는 랩그로운 다이아 시장이 지난 5년간 286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요 또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젊은 층이 인조 다이아몬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유발 물질 및 비윤리적 행위 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MZ세대의 미닝아웃(가치관과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소비 성향과도 잘 들어맞는다.

2014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Sullivan) 보고서에 따르면 랩 다이아몬드는 채굴 다이아몬드보다 환경 영향이 1/7로 줄어들고, 사용되는 자원도 훨씬 적다. 채굴 다이아몬드는 수백만㎡의 토양을 오염시키고 과도한 탄소 배출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대기질을 악화시키며 1캐럿당 약 500ℓ의 물을 소비하고 6.5t가량의 지면을 깎아내야 한다. 반면 인공 다이아몬드는 토양 오염이나 탄소 배출은 거의 없으며 캐럿당 약 18.5ℓ의 물을 소비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천연 다이아를 고집하던 드비어스(De Beers)도 2018년 ‘라이트박스 주얼리’(Lightbox Jewelry)를 출시하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약 150년간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0%를 독점해 온 드비어스의 랩그로운 시장 진출은 쥬얼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파인주얼리 시장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태그호이어와 브라이틀링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LVMH 산하 투자회사 LVMH 럭셔리 벤처스는 지난해 7월 9000만 달러를 이스라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스타트업 루식스에 투자했다.
이랜드 로이드, 5부 다이아몬드 이미지 /사진=이랜드
이랜드 로이드, 5부 다이아몬드 이미지 /사진=이랜드
국내 주얼 브랜드들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운영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이월드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는 5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출시하고, ‘꿈의 다이아몬드(Diamonds of Dream)’ 캠페인을 함께 전개했다. 앞서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100만원에 판매했는데, 천연 다이아몬드 반지 가격의 1/5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에 3주 만에 1000개나 판매된 바 있다.

랩그로운 다이아 전문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VIP를 초청 행사를 진행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약 2시간 만에 1억원어치 제품이 판매됐다. 백화점 3사 주얼리 VIP 행사에서 단기간에 억대 매출이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백화점은 동탄점 매출이 터지자마자 바로 롯데백화점 본점 퍼스널 쇼핑룸을 내어주었다. 또, 10월 중으로 VIP 초대전을 진행한다. 국내 브랜드에게는 절대 단독으로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VIP들의 VIP만을 위한 공간이다. 해당 공간을 론칭한지 3개월 된 신생 국내 브랜드에 내준다는 것 자체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방증이다.

국제 시장 조사 기업 Research and Markets은 2022년 전 세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를 224억 5천만 달러로 추산했으며, 2028년까지 가치가 373억 2천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