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BP)
(사진=한경BP)
브레인 포그
질 P. 웨버 저 | 진정성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왜 생각을 하다가도 자꾸 멍해지는 것일까.” 직장·학교·인간관계 등 온갖 영역에서 요구하는 산더미 일을 하다가도 생각은 수시로 다른 길로 빠지며 산만해지고 몸은 천근만근인 데다 할 일은 자꾸만 깜빡한다. ‘오늘 하루를 왜 또 낭비했지.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항상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할까. 난 대체 뭐가 문제일까’라며 자책하는 와중에도 정작 눈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또다시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처럼 정신이 흐리멍덩한 증상을 ‘브레인 포그’라고 한다. ‘뇌안개’라고도 불리는 브레인 포그에 빠지게 되면 말을 하다가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깜빡 잊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해 집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일 무기력과 피곤에 절어 있게 된다. 브레인 포그 증상이 계속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가족·친구·연인·일과 일상 등 그 어느 것에서도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이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하며 ‘브레인 포그’가 화두로 떠올랐다. 브레인 포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인간관계가 제한되는 등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이 줄어들고 집안에서 전자 기기에 의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뇌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쉴 새 없이 분비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온몸의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고 온몸이 저리게 되면서 브레인 포그 특유의 멍한 느낌을 만들어 내고 우울감, 신경쇠약, 기억력과 집중력 감퇴, 멍해지고 잠 못 이루는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브레인 포그에 빠지게 되면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고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웨버 박사는 안갯속에 갇혀서는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없듯이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웨버 박사는 우리를 브레인 포그에 빠지게 만드는 내적·외적인 환경과 문제들을 없앨 수는 없어도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관점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브레인 포그는 알츠하이머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의 의학적·신경학적 의식 혼탁 현상과 달리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의 반응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자,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급격하게 주의 산만의 늪에 빠진 직장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소개팅을 마쳤지만 자기 비하에 빠지는 남자 등 우리가 흔히 겪는 공감 가는 일상의 문제들과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브레인 포그를 극복하는 방안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흐리멍덩한 뇌가 아닌 명쾌한 뇌로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브레인 포그의 주요 원인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부터 부정적으로 굳어 버린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행동주의적·인지심리학적·신경과학적 방법, 방전돼 무기력한 뇌를 재충전하는 방법까지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 책에 수록된 ‘브레인 포그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브레인 포그 지수를 체크하고 웨버 박사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꾸준히 실천하며 노력한다면 분명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에 빼앗긴 집중력과 몰입을 되찾고 명쾌하게 사고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제안하는 10가지의 처방을 지금 당장 따라 해 보자.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