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 저렴한 가격 유지 위해 셀프 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시도
월마트, 상시 할인 체제 도입하며 고객 충성도 높여

[케이스 스터디]
알디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알디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백화점부터 복합 쇼핑몰, 생활용품 업체까지 연달아 파산하면서 오프라인 소매 업체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도 희생양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아마존, 한국의 쿠팡 등 거대 이커머스 기업들에 고객을 뺏기며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고객을 집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매장 리뉴얼, 체험형 콘텐츠 강화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오프라인 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성공 가도를 달리는 마트가 있다. 독일 ‘알디’와 미국의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알디의 창립자인 알브레히트 형제는 독일 최고의 부자이자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 월마트의 창립자인 월튼 가문 역시 월마트를 등에 업고 거부의 자리에 올랐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을 들여다봤다.알디, 싸고 좋은데 도움이 안 되는 모든 것을 제거알디는 1946년 설립된 독일의 슈퍼마켓 회사로, 초기에는 소규모 가족 사업이었다. 카를 알브레히트,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가 어머니인 안나 알브레히트의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은 게 시작이다. 지금의 알디 모델을 정립한 것은 1961년이다. 알브레히트 형제는 점포 이름을 ‘알브레히트’에서 ‘알디’로 줄이고 세계 최초의 식료품 할인점 모델을 도입했다.

알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저가 정책 △매장 단순화와 제품 라인업 축소 △불필요한 서비스 제거 등이다. 여기에 창업자의 ‘검소한’ 성향이 더해지면서 알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슈퍼마켓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알브레히트 형제는 ‘가격’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숨겨진 비용이 없다’는 점은 알디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이다.

매장 내 ‘셀프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판매가를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1940년대에는 고객이 가게에 들어와 카운터 직원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면 직원이 고객의 구매 목록을 일일이 찾아줬다. 그동안 고객은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알디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카운터 직원’을 없앴다. 고객이 직접 원하는 물건을 찾고 카운터로 가져오면 직원은 계산만 해주는 방식으로 마트 운영 전략을 변경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동시에 직원의 역할은 카운터 밖으로 확대했다.

가격 외의 모든 것은 단순화했다. 유통 기한이 길거나 부패하지 않는 제품만 판매했다. 일반 할인점이 취급하는 품목은 2만 개 수준이었는데 알디는 이를 700개로 줄였다. 또, 인기가 없어 재고가 쌓이는 품목은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문 목록에서 삭제했다. 마케팅 광고나 매장 장식에는 1원도 투자하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경쟁사 대비 20% 낮은 가격을 도입할 수 있었고 알디의 인기는 빠르게 높아져 1948년 4개의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매장은 1955년 100개로 늘었고 1976년 아이오와 주에 미국 최초의 매장도 오픈했다. 이후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까지 매장을 늘렸다. 현재 알디는 미국 36개 주에서 2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 수는 2만5000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알브레히트 형제가 검소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들 형제는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매년 10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보내는 전용 별장, 전용 제트기, 전용 요트 등을 구입하지 않았다. 개인 운전사도 없고 맞춤복 대신 기성복을 입는다.

알디는 전체 판매 품목의 90% 이상을 자체 브랜드(PL)로 채운다. 코카콜라 대신 알디콜라를, 하이네켄 맥주 대신 알디맥주를 판매다. 이 역시 판매가를 낮추기 위한 시도다. 알디는 1990년대부터 일정 금액 이상 마진을 줄일 수 없는 브랜드 제품 대신 PL 제품을 개발했고 현재도 PL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알디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품질도 나쁘지 않다. 알디는 독일 최고 권위의 품질 테스트 기관 ‘슈티프퉁 바렌테스트’가 발행하는 소비자 잡지를 시판 24시간 전에 받아보고 중하위 평가를 받은 제품은 매장 오픈 전 진열대에서 빼버리는 방식으로 품질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인지도 없는 PL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40년 전의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디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40년 넘게 우리는 동일한 원칙을 고수해 왔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과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은행·약국·수표 현금화 등 필수적이지 않은 서비스는 모두 없앴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알디는 어려움을 겪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포브스는 ‘알디는 올해 영국에서 식료품 체인 모리슨스를 제치고 넷째로 큰 슈퍼마켓으로 성장했다’며 ‘다른 슈퍼마켓 그룹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그 속도는 경쟁사에 비해 두 배 빠르다. 소비자들이 다시 마트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알디의 타깃은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젊은층이다. 자일스 헐리 알리 영국지사장은 “우리의 타깃은 현명한 쇼핑객들”이라며 “정가로 판매하는 전통적인 슈퍼마켓에 등을 돌리고 투명하고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알디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시빅사이언스는 알디의 인기에 대해 ‘알디의 핵심은 가격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며 ‘브랜드를 키운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알디는 2010년대 후반부터 젊은층을 확보하기 위해 유기농 농산물과 유기농 제품을 확대했다.

이후 친환경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신규 고객을 대거 확보했다.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매장 내에서 쇼핑백을 제공하지 않은 것도 젊은층의 호감을 샀다. 시빅사이언스는 ‘알디 쇼핑객은 환경 친화적인 제품 구매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8년 처음으로 온라인 식자재 배달 업체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 결과 알디 쇼핑객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식료품 배달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치(32%)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시빅사이언스는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알디에서 더 자주 쇼핑하게 되는 것’이라며 ‘주차 문제나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도시 거주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전략이고 원격 근무자들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알디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알디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트닷컴 등 인수로 온라인 약점 극복’…월마트의 성공 전략지난 9월 월마트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9월 14일 기준 월마트 주가는 165.25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13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2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경쟁사로 언급되는 미국 대형 마트 업체 타깃의 주가가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월마트는 최근 한달간 미국의 기업 주식 분석 사이트 잭스닷컴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주식 중 하나로 꼽힌다. ‘아마존의 시대’에 월마트는 여전히 가장 핫한 주식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월마트는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피해 간 것이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외식 수요가 줄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수요가 늘어났고 이것이 식품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온라인 사업이다. 그동안 진행한 M&A의 성과라는 설명이다.

월마트는 1962년 미국 아칸소 주에서 설립된 잡화점으로, 기업인 새뮤얼 무어 월튼이 자신의 성(Walton)을 따 ‘월마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1969년 미주리 주까지 점포를 늘리고 법인화를 시작했다. 월튼은 월마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소도시 중심의 매장 입점 △기업 파트너십 강화 △EDLP(Everyday Low Price : 매일 초저가) 전략 △롤백 전략 등을 계획했다.

월튼은 틈새시장을 노렸다. 당시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케이마트와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 깁슨스 등은 인구 수 1만 명 이하의 소도시에는 입점하지 않는 것을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월튼은 정반대로 생각했다.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초반에는 대도시 대비 투자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소도시 전략은 월마트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소도시 거주자들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월튼이 소형 비행기를 타고 미국 남부와 중서부 소도시를 돌면서 신규 매장이 들어갈 위치를 물색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월튼은 자서전에서 “공중에서 교통 흐름을 확인하고 도시와 마을이 어느 방향으로 성장하는지 가늠해 보면 그곳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의 파트너십 전략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월마트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제조사의 상품을 우선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동시에 제조사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단가를 추가로 낮췄다. 월튼은 빠르게 매장을 늘려 1970년대에 이미 100개가 넘는 월마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 규모의 경제를 적극 활용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고객에게는 최저가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월마트트의 가장 오래된 판매 전략인 ‘매일 초저가(EDLP : Everyday Low Price)’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1974년 특정 기간에 한시적으로 할인하던 기존 업체들의 판매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365일 값싼 가격에 판매하는 ‘EDLP’ 전략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도입 초반에는 효과가 없었다. 할인 기간이 따로 없고 가격에 크게 변화가 없어 고객들이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EDLP의 테스트 품목이었던 스프레이 페인트 캔은 직전 매출 대비 127%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세계 최대 유통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업 초기 월마트의 ‘EDLP’ 전략을 표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마트는 추후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초저가에 추가 할인을 더해 주는 ‘롤백 전략'을 추가로 내놓았다.

월마트는 현재까지도 순이익 마진을 1~5% 범위로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이익은 모두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게 월마트의 확고한 경영 방침이다.

매장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소비자가 찾는 상품은 무조건 월마트에 있어야 한다는 게 월튼의 철칙이었다. 월튼은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제공하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월튼은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월마트 구호(Walmart Cheer)’가 그 결과물이다. 월튼은 1970년대 한국의 한 테니스볼 납품 업체의 공장을 방문했는데 당시 현장 직원들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공장 직원들은 아침 일찍 한곳에 모여 함께 같은 구호를 외친 뒤 목표를 공유했다. 월튼은 매장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 고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이를 ‘월마트 구호’로 적용했다.

여기에 선제적인 정보기술(IT) 투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월마트가 완성됐다. 월마트는 1983년 물류 관리와 데이터 처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항공 기술 회사 휴즈와 공동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1987년에는 위성 통신망도 구축했다. 1988년에는 전 점포에 재고 관리에 용이한 POS 레지스터를 도입했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데이터화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마존과의 경쟁을 위해 온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신생 온라인 소매 업체 제트닷컴(2016년), 가구 이커머스 업체 헤이니들(2017년), 슈즈닷컴(2017년), 아웃도어 패션회사 무스조(2017년), 남성 의류 커머스 브랜드 보노보스(2017년), 여성 의류 브랜드 모드클로스(2017년)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이 밖에 인도 최대 온라인 쇼핑몰 플립카트, 글로벌 쇼트폼 플랫폼 틱톡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통합에 주력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통로마다 키오스크를 배치하고 온라인 월마트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는데 재고가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수 있다. 제품은 매장 또는 집에서 수령할 수 있다.

월마트의 이 같은 노력으로 코로나19 사태 기간에도 꾸준히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월마트의 매출은 2019년 5240억 달러(약 709조원)에서 2020년 5592억 달러(약 756조원), 2021년 5728억 달러(약 775조원), 2022년 6113억 달러(약 827억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06억 달러, 2020년 225억 달러, 2021년 259억 달러, 2022년 2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