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세입자, 실직·흡연보다 생물학적 노화 더 빨리 유발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세입자, 흡연·비만·실직자보다 더 빨리 늙는다
집 없는 세입자가 느끼는 주거 불안이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에식스대와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은 최근 '역학 및 지역사회 건강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임대'가 실직·흡연보다 생물학적 노화를 더 빨리 유발하고,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생물학적 노화란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의 조직과 세포의 기능 저하가 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영국의 가구패널조사(BHPS)에 참여한 1,420명의 주거 환경(임대 기간 및 비용, 건물 유형, 중앙난방 시설 유무, 정부 지원 등)과 건강 정보를 수집했다. 여기에 혈액 샘플을 통해 DNA를 채취해 참여자들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파악했다.

연구결과 세입자는 집을 소유한 사람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가 매년 17일씩 더 늘었다. 이는 실업(9.9일)이나 비만(8.4일), 흡연(7.7일)의 노화 촉진 속도보다 빨랐다. 연구팀은 임대료를 지불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거나 이사의 번거로움, 임대에 대한 낙인 등 불안한 주거 환경이 신체에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에이미 클레어 호주 주택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안전하고 저렴한 주거 공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며 "생물학적 노화 가속화는 건강 악화, 만성 질환 위험 증가 및 사망과 관련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