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3분기 매출 '200억유로' 미치지 못해
중국·미국 경제 어려워지면서 명품 성장세 둔화
LVMH 'M&A'에 좋은 기회라는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송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송영 기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명품시장의 분위기는 좋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지만, 명품은 예외였다. 해외여행을 못 간 돈으로 명품을 사 댔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지난 2년간 명품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지갑, 스마트폰 넣으면 가득 차는 핸드백 하나를 수백, 수천만원에 판매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대에 달했다.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주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세계 1위의 명품 기업으로 성장한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6.7%로, 테슬라(16.8%)를 뛰어넘어 애플(평균 30%)에 근접했다.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유동성 잔치가 끝나자 명품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LVMH는 올해 처음으로 분기 매출 ‘200억 달러(약 27조원)’ 선까지 무너졌다. 내년 전망은 더 부정적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 하락 몰고온 3분기 실적LVMH가 최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199억6400만 유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하락세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럭셔리 수요 감소로 LVMH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이 회사의 실적은 명품 호황이 힘을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LVMH의 분기 실적이 200억 유로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210억3500만 유로, 212억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3분기 LVMH가 205억~211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실제 매출은 이보다 약 5% 이상 적었다.

실적 발표 후 LVMH 주가는 하락세다. 10월 11일(현지 시간)에는 2021년 11월 이후 장중 최대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적이 발표된 10일(현지 시간) 주가는 733.50유로(장 마감 기준)였지만 11일에는 전일 대비 6.46% 하락한 686.10유로로 내려앉았다. 13일에는 660.60유로까지 내려갔다. 3거래일 만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연중 최저치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세계 1위 부자’ 타이틀도 뺏겼다. 지난해 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로 등극했던 아르노 회장은 주가 하락 영향으로 머스크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사진=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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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에는 △와인 △시계·주얼리 △향수·화장품 △가죽제품 등 주요 사업부문의 성장세가 모두 약화됐다. 상반기까지는 대부분의 사업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사업은 ‘전문점’ 부문밖에 없다.

와인 사업부문의 매출은 15억900만 유로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LVMH의 대표 코냑 브랜드인 헤네시가 코로나19로 급증했던 수요의 정상화, 소매점의 높은 재고 등 영향으로 부진했다.

시계·주얼리 사업부문은 25억24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한 상반기와 대조된다.

상반기 2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가죽제품 사업부문도 상황이 달라졌다. LVMH는 “루이비통은 신임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의 첫 컬렉션 쇼가 굉장히 열광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97억5000만 유로의 매출로 전년 대비 성장세는 9%에 그친 것은 물론, 분기 매출 ‘100억 유로’도 지키지 못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가죽제품 사업부문의 매출 성장률을 10%로 내다봤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다. 향수·화장품 사업부문도 매출 19억9300만 유로를 기록했지만 성장률은 13%에서 9%로 줄었다. LVMH 실적 지표, 중요한 이유블룸버그통신은 “명품업계는 부유층의 증가와 가방, 옷 앞면에 장식된 로고가 인기를 끌며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명품 회사들은 월스트리트의 기술주처럼 유럽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이번 하락세는 명품시장이 과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업계 1위 LVMH의 실적은 명품시장의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그간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했지만 2021년부터 매년 20%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다.

LVMH는 2019년 536억7000만 유로의 매출과 112억7300만 유로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16.8% 감소한 446억5100만 유로, 영업이익은 26.3% 급감한 83억500만 유로에 그쳤다.

반등이 시작된 것은 2021년부터다. 매출은 43.8% 증가한 642억1500만 유로, 영업이익은 106.5% 급증한 171억5100만 유로까지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23.3% 오른 791억8400만 유로, 영업이익은 22.8% 늘어난 210억5500만 유로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호황은 이어졌다. LVMH의 1~6월 매출은 422억4000만 유로(약 6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실적 악화의 주된 이유로는 중국 경제 정체, 미국의 수요 냉각 등이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쇼핑객, 특히 젊은 세대의 구매 만족도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LVMH는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해 “광란의 3년과 눈부신 세월을 보냈다”며 “이번 실적은 역사적 평균에 더 가까운 수치로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품업계의 주요 기업인 에르메스그룹과 케링그룹은 10월 24일(현지 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들의 실적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LVMH, 위기를 기회로 만들까시장의 이 같은 변화가 LVMH에는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LVMH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나설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VMH가 세계 최대 명품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적극적인 M&A의 결과다. 1987년 명품회사 루이비통과 주류회사 모에헤네시가 합병한 것이 LVMH의 시작이다. 1981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을 단돈 1프랑에 인수하면서 명품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후에도 LVMH는 펜디, DKNY, 불가리, 로에베, 티파니앤코, 에트로 등을 인수해 현재 60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이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르노 회장은 무자비한 인수로 유명하다”며 “그는 럭셔리 브랜드를 쫓고 삼켜버리는 능력이 있다. 아르노 회장이 명품 브랜드를 발명하지 않지만, 명품산업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 유럽의 회사가 시가총액 측면에서 테슬라, 메타 등 미국의 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영국 패션 전문 매체 더 비지니스 오브 패션(BoF)은 “아르노 회장은 성장이 약화하는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새 매물이 나올 수 있다. LVMH의 주가 하락이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에는 부정적이지만 산업 전반에 걸친 주가 하락은 자금력이 있는 회사에는 M&A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리치몬트그룹의 까르띠에가 대표적”이라며 “LVMH가 티파니앤코 브랜드를 16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아르노 회장의 M&A 명단에는 여전히 까르띠에가 있을 것이다.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 또한 M&A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