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하는 적의 항공기로부터 하늘을 지키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사진=한국경제신문
침투하는 적의 항공기로부터 하늘을 지키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사진=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사우디 양국이 국방·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10월 24일(현지 시간) 한국·사우디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국방·방산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및 국제 안보와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방·방산 분야에서 협력과 조정을 증진하기로 했다. 한국과 사우디 간 방산협력은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 차원에서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을 만난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은 앞으로 한국과 차세대 방산 협력을 함께하길 희망한다면서 기술 협력과 공동 생산까지 함께하는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10월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10월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한국과 사우디 간 대규모 방산 무기 수출 계약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0월 22일(현지 시간) 현지 브리핑에서 “방위 산업이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가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되도록 협력해나가고자 한다"며 "우리 방산 수출 성과를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와 논의 중인 방산 협력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가 도입하려는 무기 체계와 계약 규모에 대해서 “아직 말할 수 없다”면서도 “(계약) 성사 단계에 와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다연장로켓(MLRS)인 '천무'를 배치한 데 이어 LIG넥스원의 유도 로켓 무기인 '비궁'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2022년 11월 방한 당시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2’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우디가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을 이용한 공격을 받았던 만큼 요격미사일 수요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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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니파·시아파 갈등 등 분쟁이 잦은 한편 풍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어 세계 최대 무기 수입지역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한 국가 2위로, 세계 전체 무기 수입량의 9.6% 차지했다. 이어 3위가 카타르(6.4%)였다. 카타르의 경우 2013~2017년 대비 2018~2022년 무기 수입량이 311% 증가하는 등 무기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 간 방산 협력으로 중동 지역에서 한국 방산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의 방산 수출은 2022년 173억 달러를 기록, 역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전 세계적인 군비 증액 경쟁이 불이 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신속한 납품 속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의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동 무기 수출은 2013~2022년 10년 사이 10배가량 증가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사우디, 카타르의 경우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높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사우디, 카타르의 국방비 지출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높아 우리 방산산업의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며 무기 납품 속도가 매우 빨라 중동시장에서 한국무기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