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부터 돌아온 ‘사막여우’ 임희정은 7언더 65타를 몰아치며 독주를 시작했다. 3라운드 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그간 실망했던 팬들의 우승 기대감 속에 2위에 한 타 앞선 10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챔피언 조는 ‘바람의 딸’ 이소미(9언더), 슈퍼루키 김민선7(8언더). 올 시즌 우승이 없어 노심초사한 이소미의 샷은 다른 선수에 비해 초반부터 날이 서 있었다. 6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고 15번 홀까지 임희정을 2타 차로 따돌리며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우승이 유력한 상황, 하지만 세상사 어찌 생각대로 되는가. 뜻밖의 복병 임진희를 만났다.
선두에 4타 뒤진 6언더로 출발한 임진희가 15번 홀까지 6타를 줄이며 이소미와 12언더파 동타다. 임희정을 견제하느라 숨은 추격자의 동태를 살피는 데 실패한 격. 이제 초조한 쪽은 이소미다. 이런 상황에서는 버디를 치기 위한 무리한 샷보다 실수를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야 한다.
멘탈이 흔들렸을까. 이소미는 17번 홀에서 티샷 난조로 하지말아야 할 보기를 범했다. 반면 임진희는 18번 홀 두 번째 샷을 3m 근처에 붙여 버디를 잡으며 최종 라운드 7언더파, 4라운드 합계 13언더 275타로 올 시즌 3승째를 올리고 다음 대회가 열리는 고향 제주도로 날아 갔다.
울긋불긋 단풍 드는 길목에 열린 이번 대회는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상금순위 60위) 언저리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한 샷, 한 샷이 피를 말리는 전쟁이었다. 어쩌면 이들에게 우승은 사치다. 단 1원이라도 소위 영끌 해서 시드권 순위 안에 드는 것이, 그들이 맞닥드린 최대 난관이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엮었다.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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