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맞은 한국 바이오 업계, CDMO 내세워 수주 활동
‘조 단위’ 제조기반에 공정 개발로 고객 선점, 신약개발도 성장세
강력한 제조기반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바이오와 반도체산업 특성은 유사하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업계를 이끈 분야는 백신·치료제 등의 위탁생산(CMO)이었다. 업계 환경상 생산설비 조성을 위해 조 단위 투자가 가능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오염도 방지하는 반도체 제조시설의 클린룸 운영 노하우 또한 현재의 바이오 성장을 있게 한 공신이다.
코로나19로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특수를 맞봤다. 백신 제조 등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업계에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보건산업 수출실적’에 따르면 백신 및 체외진단키트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보건산업 수출 규모가 줄었다.
업계에선 신약기술 개발사(바이오텍)의 물량을 선점하고 부가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위탁개발생산(CDMO)이 부상하고 있다. CDMO는 고객사에 제품 사용화를 위한 공정을 개발하는 CDO(위탁개발)와 CMO를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인 ‘CPHI 바르셀로나 2023’에서도 국내 유력 바이오기업들이 일제히 ‘CDMO 비즈니스’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선두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바이오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역점 산업으로 꼽히며 삼성바이오는 2011년 창사 이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 결과 10월 25일 공시된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한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의 경쟁심화로 해당 분야의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근원적인 핵심기술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초기 수준인 국내 바이오텍은 성장을 통해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일명 ‘빅파마’와 달리 국내 바이오텍은 수조원 투자가 필요한 임상 3상이 어려워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10월 11일 기준 집계에 따르면 올해 기술수출 건수는 총 14건으로 계약 규모(비공개 제외)는 전년 대비 38.1% 증가한 3조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대웅제약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대웅제약은 1월에 중국 CS파마슈티칼과 섬유증질환 치료제 ‘베르시포르신’ 기술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월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 4월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규모로 계약을 체결한 바이오텍은 바이오오케스트라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에 대해 약 1조1000억원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에 이어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수출을 이어갔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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