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 1위 ‘미스터 에브리싱’…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 전략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뭐든 할 수 있는 돈과 권력이 있다는 의미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을 가진 리더가 있다. 2022년 기준으로 개인 재산은 2조 달러, 한화 약 289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공식 세계 부자 1위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승계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다.

그는 사우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승용차 옆자리에 태우고 직접 15분간 운전해 포럼 행사장으로 이동 중 “다음에 오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의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세자는 2017년에 500여 명에 달하는 정재계 고위 인사들을 체포해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한 대숙청 사건 및 2018년에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으며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네옴시티 건설 ‘비전 2030’ 추진…여성 사회참여 강화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 박해와 급증하는 사형 집행 건수 등 공포 정치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2018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1980년대부터 이어진 여성의 콘서트와 영화 관람 금지 조처도 해제하면서 여성의 사회참여 권리를 찾아주고, 네옴시티 건설사업이 핵심인 ‘비전 2030’을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개혁 리더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석유 의존적 경제에서 탈피해 첨단기술과 민간 투자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사우디가 여성 우주인을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긍정적 측면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왕세자의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미디어에 노출된 자료를 토대로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A(Appearance)
부드러운 미소와 냉정한 표정 공존


미디어에 노출된 빈 살만 왕세자는 중대한 사안을 언급할 때나 그에 몰입할 때에는 냉정한 표정이 포착되지만, 전반적으로 온화한 시선 처리와 부드러운 표정을 통해 안정감을 주는 친근한 느낌을 주고 있다.

2018년 “여성은 자신의 옷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아바야 착용 의무를 풀어줬던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도 전통 의상을 벗어나 시간·장소·경우(TPO)에 맞게 드레스코드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의 공식 행사에서는 사우디 전통 의상으로 흰색 바탕에 빨간 격자무늬의 구트라를 쓰고 ‘질라비야’ 또는 ‘토브’라고 불리는 의상을 착용한다. 왕세자가 주로 흰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로 알라를 영접하기 위해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9년 전기차 레이싱 대회에 참석했을 때는 전통복장 위에 영국 브랜드 바버의 네이비 재킷을 걸치고, 톰포드 에비에이터 선글라스에 블랙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는 믹스매치 패션을 선보였다. 빈 살만 왕세자가 착용한 바버 재킷은 순식간에 ‘왕세자 재킷’으로 불리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총수들 만날 때 믹스매치룩 선봬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만났을 때는 청바지와 흰색 셔츠, 캐주얼 회색 재킷으로 ‘실리콘밸리룩’처럼 입었고 2018년 미국 시애틀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만났을 때는 보수적인 마이크로소프트 분위기에 맞춰 짙은 회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바 있다.

2022년 서울에서 열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차담회에서는 사우디 전통의상인 화이트 토브 위에 그레이 재킷을 입고, 신발도 발가락이 보이는 사우디 전통 샌들인 ‘마다스’ 대신 브라운 옥스퍼드화를 신는 믹스매치 패션을 선보였다.

화제가 된 우아한 디자인의 구두는 영국 신발 회사에서 판매하는 모델로 관심을 받았다. 사우디 국부펀드 이사회에 참석할 때 입었던 프랑스 캐시미어 브랜드 조끼는 ‘왕세자의 조끼’로 알려지며 아랍인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하는 등 패션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2년 11월 17일 한국 기업 총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제공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2년 11월 17일 한국 기업 총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제공
B(Behavior)
겸손하지만 단호한 악수와 태도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들 간 악수를 보면 리더십은 물론 그 나라의 이미지와 국격이 보인다. 한국의 윤 대통령 및 세계 각국 정상들과 나누었던 빈 살만 왕세자의 악수를 보면 전반적으로 악수의 5원칙인 힘(Power)·거리(Distance)·리듬(Rhythm)·눈 맞춤(Eye contact)·미소(Smile)가 비교적 균형 있다고 분석된다.

악수는 제2의 얼굴로 왕세자의 가장 큰 강점은 악수하는 순간의 눈 맞춤과 타이밍이다. 아울러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과 작별하면서 40초간 손을 맞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킨십을 통해 상호 신뢰를 표현한다고 분석된다.

C(Communication)
외유내강형 화법 선호


“내가 장담합니다. 그 누구도 부패 혐의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그가 누구든지, 심지어 왕자거나 장관일지라도 말입니다.” 2017년 빈 살만 왕세자가 했던 경고다.

그는 이어 2018년 4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와하비즘(Wahhabism)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개혁 의지를 강조한 것이겠지만 일종의 건국 이념을 부정하는 표현일 수 있기에 전 세계적으로 놀랍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에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 관련 질문에 대해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안전보장과 중동 힘의 균형을 위해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보기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의 단호함을 확인할 수 있는 예다. 또한 “사우디는 21세기의 최대 성공 사례다”라고 말해 자신감이 있되 강하지 않게 말하는 외유내강형 화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장 차림으로 201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장 차림으로 2018년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왕세자의 진정성 있는 언행일치가 사우디 이미지로 연결

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 브랜딩은 오랜 시간 여러 사건을 통해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다양한 측면에서 형성돼왔고 올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 대접이 달라진 것은 고유가로 지난해 사우디의 경제성장률이 8.7%를 기록, G20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한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비전 2030이라는 국가 개혁 계획을 펼치고 이를 통해 경제 다각화, 여성 권리 강화, 문화산업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면서 개혁적 리더로 거듭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존중받는 글로벌 강국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빈 살만 왕세자가 먼저 진정성 있는 언행일치로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는 사우디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가 냉혹한 총리로 기억될지 아니면 개혁적 리더로 이미지 브랜딩을 하게 될지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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