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로 시작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저성장과 고용위기의 시대. 창업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는 배태준 변호사는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 멘토링, 투자심사 참여 및 자문 등을 통해 나름의 가설을 세웠다. 바로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대표의 ‘리더십’이 빛난다는 사실이다. 배 변호사는 성공한 창업자들을 인터뷰해 이 가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기로 했다. 각 분야에서 각광받는 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및 활동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리더십’의 세부 항목에 대한 창업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
AI를 연구하던 공학자에서 코스닥 상장사를 이끄는 창업자가 되기까지, 이예하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창업자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Q1 스타트업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과 멀리해야 할 마인드는 무엇일까요?
성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고난이나 실패에 맞서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는 ‘행동력’과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또한 본인이 스타트업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모여야 같이 꿈을 꿔서 키워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멀리해야 하는 것은 ‘독단적 결정’입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흔들리면 안 되지만 목표로 가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고집을 피우면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없습니다. 동료들이 떠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업을 할 만큼 의지가 있는 분들은 주관이나 목표가 뚜렷하다 보니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멀리해야 하는 자세입니다.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생각 역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명이 모이면 다들 생각이 다르고, 실적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모두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됩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어느 쪽이든 한 번 선택을 해야 할 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결정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때로는 욕먹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저는 시간과 비용이 허용하는 선에서는 최대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대되는 의견도 선입견을 버리고 수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대표의 몫입니다. 결정의 순간 또한 회피하면 안 됩니다.
Q2 직원들의 뜻을 모으거나 회사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마음에 새기는 문장이 있나요?
‘세상의 모든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한다’입니다. 다양성이 모여서 민주주의 사회가 발전하는 것처럼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회사 야유회를 다녀왔는데 사람들마다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운동이나 휴식 등 원하는 것이 각자 달랐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사업 제품의 가격이나 방향성을 결정할 때도 사업팀은 경제성, 연구팀은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등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잘 들어둔 후 때가 되면 용단 있게 결정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선택받지 못한 쪽은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한 모든 상황과 정보를 오픈하고 설득하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의 현재 자금과 비전은 어떠한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옵션 중에는 이 결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공유합니다. 제 말의 일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말이 달라지면 진실성이 떨어지고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의 상황 변화가 있으면 다소 예외가 생기지만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관된 메시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회사의 미션이나 비전이 명확해야 합니다. 저희의 사명은 ‘AI 혁신을 헬스케어에 적용해 더 좋은 삶을 살게 하자’입니다. 의사에게 집중된 정보나 의료기술을 AI를 통해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혜택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는 신약 개발이나 동물 헬스케어보다는 저희의 가치인 인간의 의료 데이터 분석에 집중합니다. 이처럼 수시로 초기에 설정한 가치에 맞게 행동하고 나아가는 것인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3 남들과 다른 사업의 구조나 제품을 찾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만든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누구보다 많이 합니다. 헬스케어 제품은 효과에 대해 의학적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헬스케어 제품은 환자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걷는지를 계산해준다고 했을 때 건강관리에 대한 이익이 직접적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어떠한 유효성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검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팀원, 데이터 분석과 검증, 의사들로부터 충분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신뢰 등 여러 가지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저희는 의학팀, 수가팀, 임상팀 등 다양한 팀을 갖추고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Q4 창업을 결심하는 데 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제가 아이템은 정하지 않고 AI 기술을 가치 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던 시절에 여러 창업가 선배와 투자자들을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투자자들은 아이템이 없다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하는 반면, 창업가 선배들은 일단 시작하고 보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아이템에 대한 조사나 계획 수립은 적정선까지만 하면 됩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사업 시작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흔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만, 사공이 많은데도 어디로든 가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초반에는 실행하고 나오는 결과를 보면서 방향을 조정하거나 구체화하면 됩니다. 사실 의료수가나 인허가 문제를 먼저 알았다면 창업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웃음).
일단 실행해야 사람을 모을 수 있습니다. 각자 특기가 있는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사업의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진행해야 사람도 얻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깨닫는 것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치를 이해시킬 수 있고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이지 않습니다.
물론 언제까지 가야 목표에 도달할지는 알 수 없으므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철학이 명확해야 합니다. 저는 제 기술로 가치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긴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아이템은 바뀔 수 있습니다. 본인이 오랜 시간을 바칠 수 있는 가치 있는 창업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5 창업 아이템이 생각나지 않거나,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은 대체로 아이템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두려움 없이 주저하지 않고 시행하면, 반드시 누가 옆에서 도와줍니다. 그렇지만 내가 나가지 않으면 주변에서 알 수도 없으니 도와주는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목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돼야지 꼭 무엇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것은 꿈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배태준 법무법인 세종 신산업플랫폼·ICT·TMT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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