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화물 운송에서 답을 찾다[테크트렌드]
물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확히는 물류 시장 중 미들마일로 분류되는 기업 간 물류 운송 부문이 2000년대 후반 택시 시장처럼 과열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KT 롤랩의 브로캐리를 비롯해 SKT 티맵의 티맵 화물, 그리고 최근 LG유플러스가 화물잇고라는 서비스를 론칭하겠다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택시 시장을 포함한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인 카카오 모빌리티 역시 카카오 T 트러커라는 서비스를 론칭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신 3사와 모빌리티 서비스의 강자 카카오 모빌리티까지 물류 운송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들 마일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 물류의 강자인 CJ대한통운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해 더 운반이라는 디지털 운송 플랫폼을 출시했다. 미들 마일 시장 내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디지털화가 더딘 미들 마일 시장?중간 물류라 불리는 미들 마일 운송 시장의 규모는 33조~3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라스트 마일 운송 시장의 규모는 7조원 수준이고 우리나라 택시 시장의 규모 역시 10조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단일 시장으로는 큰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택시의 카카오 모빌리티나 우티, 차량 공유의 쏘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강자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류, 특히 미들 마일 시장은 아직까지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미들 마일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화물 매칭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주요 사업자는 전국24시콜화물, 원콜, 화물맨과 같은 화물 정보망 회사다. 낮은 단계이기는 하지만 디지털화가 진행돼 있고 차주들 역시 앱을 사용한 주문 수락 및 운송에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화물 정보망에 대한 인식은 플랫폼 서비스보다는 시스템에 가깝다. 전화나 문자 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형태를 앱을 통해 제공하는 수준이다.

이런 점들을 IT 기업들은 시장의 개선 사항 및 진입 시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로 생각하고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이미 일상생활에서 사용 중인 내비게이션의 입구점 데이터나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활용한 도착 정보, 그리고 모빌리티 서비스 시 사용자의 수요와 사용 패턴에 따라 차량을 예측해 배차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반적인 기술조차 아직 물류나 미들 마일 시장에 보편화되지 않은 부분들이 IT 기업들을 유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데이터에 기반한 효율 극대화첨단 IT가 일상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서비스나 솔루션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다.

반면 물류는 아직 생성형 AI와 같은 서비스가 일반화되지 않은 단계다. 그 이전에 이를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역시 효과적으로 수집되거나 관리되지 않고 있다.

201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운송의 패러다임 변화 시도가 있었다. 택시 플랫폼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미들 마일에서도 사람 대신 사물을 매칭시키는 중개형 플랫폼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출시됐고, 물건을 보내는 화주나 주선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과 성숙도도 낮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단순히 차량을 배차하는 수준의 TMS는 매일매일 변화하는 수요에 맞게 최적의 배차 차량 숫자와 해당 차량들의 동선을 제안하기엔 기술적 성숙도나 데이터를 통한 검증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또한 이를 활용하는 화주나 주선사의 입장에선 효율화를 통한 운임 절감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모빌리티 기술을 물류로 이식하다미들 마일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 몇 차례의 실패와 택시 등 모빌리티 부분에서의 다양한 경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검증된 기술들이 드디어 미들 마일 물류 쪽에 하나둘씩 이식되고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들 마일 시장의 운임 이슈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바로 AI다. 미들 마일 운송은 택시처럼 시간과 거리를 기반으로 산정한 표준화된 공식이 없다. 1톤에서 25톤까지 다양한 체급의 차량과 짐을 가리는 탑이 있고 없고에 따른 차량 타입의 차이, 그리고 개조에 따른 차이 등으로 표준화된 운임 기준을 만들기가 어렵다.

화물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다양한 화주의 짐들이 존재하고 크기나 무게, 부피에 따라 운송의 운임이 달라진다. 여기에 원하는 차량의 수요·공급의 이슈와 이러한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는 명절과 같은 성수기, 그리고 거리, 유가, 날씨와 같은 외부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운임을 형성한다.

최근 시장에 진입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AI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머신 러닝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고 최적의 운임을 계산해 제안한다.

지도 정보와 위치 기반 서비스도 활용된다. 물건을 싣고 내리는 위치의 실제 거리를 기반으로 차주에게 좀 더 정확한 거리 정보와 예상 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차주앱에 통합 제공되는 내비게이션을 통해 차주가 운송 시 현재 위치를 화주에게 제공해 운송 간 발생하는 분쟁을 없애고 화주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차주의 위치 기반으로 주변 주문을 콜카드와 같은 형태로 맞춤 제공해 매칭 효율성과 배차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이미 모빌리티에 일상화된 이러한 기본 기술을 통한 서비스 외에 추가 고도화된 기술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복화라 불리는 연계 운송이다. 차주의 입장에서 가장 큰 비효율은 차를 비우고 운행하는 공차다. 예를 들어 경기도 수원에서 경북 구미까지 화물을 운송했고 집에 가기 위해 수원 인근까지 올라가는 화물을 다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운행 중에 돌아가는 주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복화에 대해 주문을 보면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주는 브로커도 존재했고 차주가 직접 만들어서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들은 이러한 복화를 만들어내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바로 분석하고 차주의 현재 위치 또는 도착 위치 데이터를 확인해 빠르게 제안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추가로 다른 화주사의 짐을 지나가는 경유 형태로 합쳐서 싣고 운송하는 합짐이라 불리는 부분 역시 화주와 차주 모두에게 효율성을 제공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운임을 더 받을 수 있는 형태의 기술도 나올 전망이다.미들 마일 운송 플랫폼, 그 이상을 보다미들 마일에 진입하고 있는 IT 기업, CJ대한통운의 더 운반 모두 단지 미들 마일 시장의 운송 효율화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미들 마일 운송은 낮은 이익률로 기술을 통한 효율화를 제외하고는 진입을 할 수 있는 틈이 없다.

미들 마일의 효율화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 향후 미래에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이 도입됐을 때 운송 플랫폼의 역할과 중요성에 가치를 두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반적 도로에서 대중교통으로서의 자율주행은 다양한 규제와 좀 더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미들 마일에서의 자율주행은 이보다 빠른 현실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창고 등과 연계된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는 시장에 또 다른 패러다임 변화를 제공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 기술이 적용되는 지금의 미들 마일 운송 플랫폼 전쟁이 미래 물류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점이 아닐까.

최형욱 CJ대한통운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