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아! 카카오 배신의 경영]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카카오, 톡(talk) 까놓고 말해서 [아! 카카오 배신의 경영]
“액면분할 한 거 아니죠?”

카카오 주식투자자들의 한숨이 짙다. 한때 15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액면분할설’을 말하는 카카오 투자자들의 원성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분식회계·주가조작·쪼개기상장 의혹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를 정조준했고, 국민연금공단은 카카오에 대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증권가의 IT 애널리스트들에게 익명 설문을 요청했다. 다음은 애타는 투자자를 위해서 혹은 기회를 엿보는 예비 투자자를 위해서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전하는 ‘카카오, 톡(talk) 까놓고 말해서’다. ★ “10층에 사람 있어요”“이미 빠질 만큼 빠졌는데 기다려야죠.” (A)
“기다리기엔 단기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요.” (B)

한때 국민주 칭호를 들으며 ‘잘나가던’ 카카오애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정모 씨는 한동안 주식창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주식 투자자다. 카카오가 한창 잘나가던 2021년 카카오 주식에 발을 들였다. 1주에 9만5000원일 때다. 그는 ‘카카오는 앞으로 더 잘나갈 일만 남았다’는 동생의 말에 혹해 쌈짓돈 1000만원을 털어 넣었다. 결과는 –50.19%. 소중한 500만원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정 씨는 약과다. 1주에 10만원, 1주에 13만, 14만원에 투자한 이른바 고층 투자자도 많다. NH투자증권이 분석한 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카카오 평균 매입 단가는 10월 31일 기준으로 10만4029원이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이 있다면 카카오에는 통하지 않는다. 손실 투자자(평균 매입 단가가 전일 종가보다 높은 투자자 비율) 비율이 무려 99.92%다. 수익 투자자(평균 매입 단가가 전일 종가보다 낮은 투자자 비율)는 0.08%,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이 된 카카오다.

11월 1일 기준 종가 3만7600원. 손실 투자자라면 한 번쯤 고민할 때다. 쥘 패인가, 버릴 패인가.

한경비즈니스가 인터넷·IT 부문 애널리스트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애널리스트의 카카오주 매도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단, 공통 의견은 있었다. 향후 지금보다야 오르겠지만, 당장은 단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었다.

A 애널리스트는 “(손실 투자자라면) 지금 주가에서 3배가량 올라야 하는데 코로나19처럼 유동성이 풀리는 엄청난 모멘텀이 아니라면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B 애널리스트는 “향후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기간 내 10만원대 주가 상승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C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실적 회복과 함께 일정 수준의 주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구속, 회계 등 산적한 문제들로 단기 불확실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절대다수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10월 중 카카오 관련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 중 10곳이다. 키움은 6만7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5만6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10월 31일 기준 카카오의 평균 목표주가는 6만5947원이다.

지금 주가는 목표주가의 반토막. 매도를 권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타 종목에서 손실을 메꾸는 게 빠를 것이란 의견을 냈다. 반면 주식 보유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D 애널리스트는 “이미 상당수 빠졌는데 더 기다려 본다”, E 애널리스트는 “팔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향후 반등만이 남았다는 분석에서다.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카카오, 톡(talk) 까놓고 말해서 [아! 카카오 배신의 경영]
★ “지금이 기회일까요?”매수를 고민하는 예비 투자자라면 어떨까. NH투자증권이 분석한 평균 매입단가 데이터에 따르면 저가매수를 뜻하는 ‘발목’에 산 값인 5만4765원보다도 현재 값이 아래다. 가치투자자라면 헐값에 사서 장기투자로 보유하는 기회의 타이밍일 수도 있다.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외국인은 10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9월 내내 카카오를 내다팔며 매도 우위에 올랐던 외국인의 집중 매수다.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로 해석된다. 이 기간 개인도 3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수에 나섰다.

증권가도 매수 의견이 하나 더 늘었다. 한 달 전 18곳에서 19곳으로 매수를 권고하는 의견이다. 중립은 1개사로 동일했다. 매도 의견은 한 곳도 없었다.

“지금이 기회”란 의견을 낸 한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 6만3000원을 설정했다. ‘시장은 비정하다. 따라서 위기 속 기회를 보자’는 의견이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매수를 권하되, 주가 상승의 트리거가 될 메신저 ‘카카오톡’의 개편 효과를 확인한 후 매수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카카오톡 개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광고형 매출의 회복과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진 개선이 동반되어야 주가는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5월 카톡의 이용자 체류 시간을 높이고, 광고와 커머스 등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4분기부터 개편 효과가 나올 전망이다.

반면 “지금은 이르다”는 조언도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는 많이 빠졌지만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든지 우려할 상황이 있어 지켜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카카오와 일부 임직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벌금형 이상 처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고, 6개월 내 카카오뱅크 지분 중 10% 초과분인 17.17%를 처분해야 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 경우 카카오도 수익원인 카카오뱅크를 포기하는 대신에 불복 행정소송 제기로 수년간 법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주가 낙폭을 보고 들어가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도 있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비 낙폭이 큰 종목은 카카오 말고도 많다”면서 회사의 장기 비전을 보고 매수할 것을 권했다. 그의 추천은 경쟁사 네이버다. ★ 향후 주가 ‘이것’을 보라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은 단연코 ‘실적’이다. 당장은 4분기에 확인될 카카오톡 개편 효과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A 애널리스트는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신사업 관련 비용 증가로 올해는 영업이익 역성장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주가 회복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광고 업황의 턴어라운드, 카카오톡 개편 효과, 신사업의 턴어라운드 등이 반등 요인이다. AI 신사업에 주목하는 이도 있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자체 생성형 AI 모델인 ‘코GPT 2.0’이 10월 이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지만 현재는 직간접적 영향으로 연내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B 애널리스트는 “AI 전략이 (고점 또는 저점의) 맥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이 회사의 올해 실적은 매출액 8조3388억원, 영업이익 4691억원, 당기순이익 3449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17.33% 늘 것으로 예상되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9.2%, 당기순이익은 –74.5% 역성장이다. 2분기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의 자회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3분기 적자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카카오의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에 대한 인력 확충과 인프라 비용은 증가할 전망이다.

또 다른 모멘텀은 리스크 해소다. 카카오가 안고 있는 리스크는 산적하다. 첫째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에 따른 사법 리스크다. 금융 자회사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로 커질 경우 사안은 심각하다.

둘째는 모·자회사 동시 상장, 즉 중복 상장 이슈다. 카카오는 그간 ‘쪼개기상장’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핵심 사업을 중복 상장시키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상장한 2021년 이후 카카오 주가는 급락하면서 현재 액면분할 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주회사 할인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가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카카오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중복 상장”이라며 “지금 ‘카카오가 중복 상장 이슈를 극복하겠다’고 나오면 그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상장한 것들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추후 상장해야 할 사업들에 대해 자구책을 마련해 놓는다면 카카오의 한 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