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주요 상장사들의 2023년 3분기 실적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27곳 중 57.48%(73개)가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센서스 상회 종목은 전체의 42.51%(54개)였다. 주요 기업을 살펴봤다.

현대차·기아, 3개 분기 연속 상장사 영업익 ‘톱’

54개 기업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시장 기대치를 넘겼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3분기 매출 41조27억원, 영업이익 3조82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 영업이익은 146.3% 증가했다.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판매 대수 확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등과 함께 지난해 판매보증 충당금 설정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만년 실적 1위’ 삼성전자를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현대차는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를 대신해 국내 기업들의 평균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형제기업인 기아와 함께 올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위축에도 전기차 개발을 늦추거나 생산을 축소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수요에 어느 정도 허들(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허들을 고려해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개발을 늦추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가 주도하는 자동차를 필두로 건설, 부품, 철강, 물류 등에서도 선전하며 11개 상장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 현대로템)의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 3분기 현대차그룹 상장사 11곳(이노션 제외)의 전체 매출은 7.1% 늘어난 104조4500억원, 영업이익은 2.1배 증가한 8조3553억원에 달했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그래픽=정다운 기자
한화오션은 출범 후 첫 실적 발표에서 1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3분기 매출액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달성했다. 컨센서스 매출액 2조473억원을 소폭 하회했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35억원을 큰 폭으로 상회해 3년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말 새로 출범한 뒤 경영체질 개선과 사업부제로 조직개편 등을 통한 효율성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 그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K-방산 열풍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한 방산업체들도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5% 증가한 104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익은 컨센서스 964억원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1.1% 늘어난 1조981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시스템은 3분기 영업이익이 373억3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0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208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4%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495.23% 늘어난 411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에프앤가이드는 한화시스템의 3분기 컨센서스로 매출 5224억원, 영업익 210억원, 순이익 107억원을 제시했으나 실제 이 컨센서스의 4배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353.90%), 롯데하이마트(203.13),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48.18%), 삼성중공업(39.54%), HD현대일렉트릭(37.58%), LG전자(23.29%) 등이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그래픽=정다운 기자
리오프닝 기대주, 호텔신라·LG생건 ‘어닝쇼크’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던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 줄어든 1조118억원, 영업이익은 71% 감소한 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89%를 하회했다.

면세 부문에서 8월에 허용된 중국 단체관광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고 환율과 신규 오픈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감소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 1536억원을 16.36% 하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달군 2차전지 기업들도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국내 2차전지 주요 종목들이 약세로 돌아섰고 양극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의 하락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에코프로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45억원, 65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8.9% 급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매출액이 1조8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67.6% 감소한 459억원으로 집계돼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퓨처엠도 3분기 매출액이 1조28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늘어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6% 줄어든 371억원으로 급감했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4508억원, 영업이익 669억원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85.44%), 아모레퍼시픽(-52.82%), GS건설(-45.55%) 순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 축소…영업익 2조원대 회복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는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7조4047억원, 영업이익은 2조43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2.21% 줄었고 영업이익은 77.57% 하락했다.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지만 메모리 적자 폭이 축소되고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며 올해 처음으로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3분기 실적은 매출 16조4400억원, 영업손실 3조7500억원으로 여전히 조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올해 1분기(-4조5800억원)와 2분기(-4조3600억원)에 비해선 적자 폭을 크게 축소해 회복세를 보였다.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조62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영업손실 규모는 직전 분기 대비 줄었다. D램은 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기업 중 하락률이 가장 높은 곳은 SKC였다. SKC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5506억원, 영업손실 447억원을 냈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8%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2022년 필름사업 매각을 완료한 SKC는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2차전지 사업이 유럽 수요 부진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원가 상승 등으로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악영향을 미쳤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