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김기남 기자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김기남 기자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5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며, 기존 EPC(설계·조달·시공) 건설에서 환경·에너지로 비즈니스 전환을 꾀했다. 특히 디지털을 활용해 환경·에너지산업에 혁신을 일으켜보자는 관점으로 폐기물산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배출에서 수집, 운반, 처리까지 폐기물산업의 다양한 어려움과 참여자들의 고민을 파악했다. 배출 이후 단계의 불투명성 해소

우선 폐기물 배출 기업이 원하는 배출 이후 단계의 불투명성 해소에 나섰다. 기업들은 폐기물 배출 이후 처리 과정과 실질 재활용률 등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기존 폐기물산업은 낙후산업으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여기서 기회를 발견한 SK에코플랜트는 대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폐기물 배출·수집·운반·처리 과정의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0월 디지털 폐기물 관리 솔루션 ‘웨이블(WAYBLE)’을 출시했다. 웨이블 플랫폼을 통해 폐기물 배출에서 수집, 운반과 처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도록 했다.

웨이블 서비스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산업폐기물이 폐기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자원화·에너지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름에도 이러한 의미를 담았다. 웨이블은 ‘폐기물(waste)’, ‘길(way)’, ‘가능하다(able)’의 합성어로 폐기물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길을 제안한다는 뜻을 담았다. 로고는 심장박동을 통해 죽어 있던 웨이스트가 심폐소생술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것을 표현했다.

웨이블 서비스를 도입해 폐기물 배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고, 높아진 가시성을 기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터가 모이자 적법한 배출 및 처리 확인뿐 아니라 재활용률 증대와 환경 인증 지원 등 ESG 경영에 기여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었다. 폐기물산업 내 전 밸류체인을 연결하고 폐기물이 처리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자 처리 이후 재활용·자원화에 대한 고민도 가능해졌다. 클릭 한 번으로 배출 신청…자원순환 전 과정 한눈에

웨이블 서비스는 지난 10월 27일 1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웨이블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는 국내 사업장은 200개가 넘는다.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지난해 9월에는 쿠팡과 사업장 적용 및 친환경 사업 협약을 맺어 웨이블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CJ대한통운과 사업장 적용 및 자원선순환 협약을 맺었고, 10월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자원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표적 협업 사례인 CJ대한통운의 ‘종이 자원 완결적 자원순환 체계(closed loop recycling)’는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통해 자원순환을 이루고, 이를 제품화해 다시 해당 사업장으로 돌아가게 하는 모델이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지만을 독립적으로 순환자원화한 것이다.

웨이블은 폐기물 순환자원 전 과정 관리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전 과정 흐름을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연결된 흐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기물을 관리한다. 웨이블은 환경산업에서 데이터 리더십을 확보하고, 웨이블 생태계 참여자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웨이블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배출 신청 과정의 복잡성도 해결했다. 기존에는 배출처의 폐기물 관리 담당자가 매번 일일이 업체에 연락해 수기 기반으로 배출 일정을 잡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웨이블은 클릭 한 번으로 배출 신청과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배출 당일에는 GPS를 기반으로 수거 차량의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도착 시간을 예상할 수 있다. 수집·운반 단계에서도 이동경로 데이터가 기록돼 처리장까지 이탈 없이 도착했는지 확인 가능하다. 폐기물이 처리장으로 인계되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올바로 시스템’(폐기물 적법 처리 시스템)에 인계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웨이블은 자동으로 차량 정보부터 폐기물 품목, 중량 등을 입력해 처리해준다. 최적 업체 추천 등으로 재활용률 높여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김기남 기자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김기남 기자
웨이블은 순환자원을 위한 보고서 발행, 컨설팅, 적합 업체 정보 제공 등도 수행한다. 웨이블은 월간·연간 단위 리포트를 통해 각 통계 추이를 보여준다. 전 사업장의 연도별 배출량과 재활용률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가 대비 폐기물 배출량을 조회해 어느 부분에서 관리가 더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올바로 시스템에서는 선택사항이라 등록되지 않은 고철, 폐지 등 폐기물에 대한 데이터도 일원화된 체계 속에서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그동안 본사는 전국 권역의 사업장과 연락해 정보를 일일이 취합해야 했다. 하지만 웨이블을 이용하면 투명성이 확보된 데이터를 사업장별 또는 통합형별 원하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비교·분석할 수 있다.

웨이블은 글로벌 환경 인증 기업인 UL과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 연계 서비스도 개발했다. 웨이블을 적용한 사업장은 실시간 폐기물 배출 통계치를 기반으로 실버·골드·플래티넘 같은 ZWTL 인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현황과 연계해 인증 목표 달성을 위한 폐기물 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웨이블은 폐기물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컨설팅도 제공한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자회사를 바탕으로 실질 재활용률이나 인증, 친환경 목표 달성에 적합한 업체를 추천해준다. 매립장 대신 재활용 처리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폐기물을 찾고 컨설팅을 통해 최적 처리 방식을 적용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기업은 웨이블을 통해 실질 재활용률이 높고 관리 프로세스가 명확한 처리업체를 발견할 수 있다.

웨이블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스마트시티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폐기물 정보를 수집해 최적화된 배차로 한 번에 수거 차량에 최대 물량을 채우도록 하고, 모은 폐기물을 최적화된 처리가 가능한 곳으로 보내는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웨이블은 이러한 기술을 스마트 산업단지에 적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인터뷰] 문진수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장

“폐기물 재활용 인증 시장 커질 것…환경규제 강화가 성장동력”

- 웨이블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폐기물 관련 환경산업에서 혁신을 통해 참여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폐기물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웨이블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ESG 경영을 하려면 우선 투명한 데이터가 모여야 한다. 밸류체인 하나하나에 연결된 흐름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폐기물산업에서는 이러한 흐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 SK에코플랜트는 웨이블을 통해 폐기물 관련 환경산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환경산업의 데이터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웨이블 생태계 참여자들과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환경산업과 신규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 웨이블 사업의 중장기적 목표는.

“최종 목표는 순환자원 중개·유통 관련 지원 서비스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관련 의무 생산 및 투입 규제가 강화되고 투명성도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재활용 자원이 되는 폐기물이 실제 폐기물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환경규제 강화로 생산 시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재활용 원재료에 대한 수요가 커져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웨이블은 재활용 자원화에서 원재료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것이 실제 폐기물이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다. 웨이블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흐름 데이터를 통해 배출 단계부터 전 과정이 추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배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된 폐기물로 만든 재활용 원재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차별적 서비스를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있다.”

- 어려움은 없었나.

“현재 표준화된 폐기물 관리 디지털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선도적으로 독립적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밸류체인이 복잡한 폐기물산업을 바꿀 솔루션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고민이 많다. 웨이블 생태계에 배출 기업뿐 아니라 수집·운반과 처리업체 대표부터 관리자, 직원, 기사까지 폐기물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현업에서는 IT 플랫폼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시장참여자가 더욱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UI·UX를 구현해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편리하게 제공해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 웨이블 리포트는 어떻게 고도화해 나갈 계획인가.

“현재 리포트를 권역별, 품목별, 기간별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정을 완료했다. 향후 동종 업계 기업의 실제 배출량과 재활용률도 제공해 고객 기업이 폐기물 관리 방식의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개선 방안에 대한 컨설팅도 리포트에 함께 담아 지원할 것이다.”

-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웨이블의 입지도 커질 것 같은데.

“규제가 만든 산업이다. 웨이블의 탄생 배경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미션이지만, 규제 증가가 성장 배경이 됐다. 더 많은 투명성과 적법성 증명을 요구하는 국가일수록 웨이블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폐배터리만 해도 그렇다. 환경부 규제로 2021년 이전 판매 생산품은 지자체 허브에서 입찰로 처리장으로 넘어간다. 2021년 이후 판매 제품은 개인 소비자의 권한으로 처분된다. 올해 270만 톤에 달하는 폐배터리가 전 세계에서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광산으로도 불리는 폐배터리는 재활용률이 97%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환경부에서도 규제를 통해 재활용 의무 사용률을 높여갈 것이다. 이때 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이라는 걸 증명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배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전기차 폐배터리 관리를 웨이블 플랫폼에 담으려고 한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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