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원년이 될 2024년…복합 불황 빠질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정다운 기자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정다운 기자
“세계 인구는 20세기 이후 120년 동안 지속돼 온 팽창 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앞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big change)를 몰고 올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인구절벽, 인플레이션 발생으로최근 세계 인구절벽 논쟁에 중심에 서 있는 국가가 중국과 한국이다. 매 10년마다 조사하는 중국의 인구센서스 통계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2년 전부터 “감소됐다”는 보도에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해 오고 있지만 2024년을 목전에 두고 사실로 드러났다.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저개발국 등 제도권 밖에 머물던 노동력 공급이 정체되는 또 다른 ‘루이스 전환점’을 맞아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력과 임금 수준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방화를 표방한 이후 세계경제는 중국 인구와의 최적 조합인 ‘스위트 스폿(sweet spot)’ 기간을 누려왔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세계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종전의 경제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경제’ 국면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 경제는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이후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혁명과 함께 값싼 중국 인구의 유입으로 신경제 신화를 톡톡히 누렸다. 19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로 닥친 스태그플레이션을 래퍼 곡선을 토대로 한 세금 감면 등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 의해 극복한 것의 연장선 차원에서 ‘공급 중시 경제학’이라고 부른다.

중국을 비롯한 인구절벽 논쟁은 세계경제에 의외로 큰 복병이 될 확률이 높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을 보면 이상기후 등 디스토피아 문제가 심해지는 시점에서 세계 인구까지 감소하면 세계 물가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구절벽이 세계 경제성장과 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간단하게 총공급 곡선(AgS‧노동시장과 생산함수에 의해 도출)과 총수요 곡선(AgD‧투자와 저축을 의미하는 ‘IS 곡선’, 유동성 선호와 화폐 공급을 의미하는 ‘LM 곡선’에 의해 도출) 이론을 통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최근처럼 인구절벽 논쟁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총공급 곡선이 우측(AgS1→AgS2)으로 이동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하락하는 ‘골디락스’ 국면이 도래한다. 반대로 앞으로 세계 인구가 감소해 총공급 곡선이 좌측(AgS2→AgS1)으로 이동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대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나타난다.
인구절벽 원년이 될 2024년…복합 불황 빠질까[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인구절벽에 따라 인플레이션 발생 여부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국민 경제생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전쟁 등을 맞아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도 있는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인구절벽으로 인플레가 지속될 경우 고금리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장기간 저금리 국면에 잠복돼 왔던 빚의 복수가 시작되고 자산 거품도 붕괴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 빚(국가+민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빚은 2007년 113조 달러에서 올해 3분기에는 250조 달러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은 유독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은 앞으로 세계경제가 빚 부담을 연착시키지 못할 경우 ‘복합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기준금리 등 정책 수단이 제자리에 복귀되지 않은 여건에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주체의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정책대응마저 쉽지 않아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 고령화 중심에한국도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 속에 고령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가구주의 연령별 분포도 빠르게 변화되는 국가다. 전체 인구 중 29세 이하 연령층의 비중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50세 이상 연령층의 비중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가구주 연령이 50세 이상인 가구 비중도 50%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29세 이하인 가구 비중은 한 자리대로 떨어졌다.

앞으로 우리는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구구조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50년 우리의 노령화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우리는 유엔 분류상 2000년에 ‘고령화사회’, 2018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을 경우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가 넘을 경우 ‘고령사회(Aged Society)’, 20%가 넘을 경우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우리 인구는 2030년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연평균 10만명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우리 인구구조는 1980년에는 전형적인 ‘피라미드형’에서 오는 2040년에는 ‘역피라미드형’으로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달리 은퇴 이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 보유 비율이 적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 계층이 두껍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이 그랬다.

코스피지수도 우리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핵심 소비계층 인구가 증가할 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계열을 조정해 핵심 자산 계층 비중을 코스피지수의 7년 후행 지표로 나타냈을 때 주식시장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도 핵심 소비계층이 은퇴하는 시점과 높은 관계를 보이는데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포함한 고위험 자산부터 처분하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자산 가격과 실물경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 비중이 높고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다. 우리만큼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인구절벽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