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강병의 조건 [김홍유의 산업의 창]
각 국가의 지향점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국방력을 강하게 하여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이루기 때문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의 안보·경제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부국도 없고 강병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 부국강병은 ‘부국’의 경세제민(經世濟民)에 있으며, 경세를 할 수 있는 첨단기술의 개발이고, 개발된 기술의 빠른 군사화다. 그 나라의 경제력이 크다고 ‘강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의 지속능력은 보장한다. 경세의 핵심은 창조적 파괴와 광범위한 기술혁신으로 국가가 지속 성장하도록 틀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다.

진화 생물학에 캄브리아기 대폭발 역사가 있다. 1960~80년대 우리나라는 부국강병의 캄브리아기였다. 자국의 시장도 없고 기술도 없었지만, 반도체를 꿈꾸었다. 자동차를 살 국민도 없고, 자동차가 달릴 고속도로도 없었지만, 자동차를 설계했고 만들었다. 외국으로 수출할 변변한 물건 하나 없었지만, 조선업을 꿈꾸고 실현해서 세계 1위가 되었다. 삽과 괭이를 만들려고 우리는 제철소를 짓지 않았다. 이는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두고 나라의 부국강병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을 키웠다. 강대국이 만들어 놓은 무역 네트워크에 진입하려고 머리를 싸매며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이제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착취라 여겼지만 결과는 포용적이며, 가혹이라 여겼지만 풍요를 가져왔다.

그런데 지금은 온 나라가 미래안보 걱정은커녕 쓸데없는 밥그릇 경제 논리와 전쟁이다. 최근 우리나라 미래안보의 방점에 있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대한 사업타당성조사에서 첫 생산량을 당초 계획 대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잠정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KF-21 전력화 지연과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고 있고, 대다수 국민도 미래안보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들에 따르면 KF-21은 오는 2026~2028년 초도물량 40대를 생산한 뒤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 양산해 총 120대를 공군에 인도한다는 목표로 현재 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ADEX에선 국민들에게 실기동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공군과 방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비공개 토론회에선 ‘초도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업타당성조사 잠정 결론이 공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 자리에서 KIDA는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초도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유의 핵심은 성공 가능성이 적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는 강한 군대를 만드는 훈련이나 첨단무기 개발의 성공보다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안보에 경제성을 말하는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안보는 생명과 같다. 한 번 잃으면 다시 복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많은 지원과 투자로 미래 건강한 체력을 소유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도자가 실수와 무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의도적 선택이라는 뜻이다. 그 나라의 지도자가 정권 유지를 위한 단기 이익에 집착하여 국가의 지속 발전을 해치면 그런 국가는 가난해진다. 그 나라 지도자가 기회 제공의 수많은 재교육보다는 인기 영합으로 현금 복지를 선호하면 그런 국가는 가난해진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이미 최근에 경험했다. 전쟁의 영웅은 군대의 용병으로 적을 내쫓는다. 나라가 부국강병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주변의 똥파리가 날아오기 때문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