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사진=크래프트하인즈
사진=크래프트하인즈
브랜드는 살아 있다. 브랜드는 단순히 매출을 위한 멋진 디자인과 이름표가 아니라 한 사람 또는 한 기업의 신념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러티브다. 이 때문에 브랜드에도 마치 사람처럼 생명주기가 존재하며, 탄생-성장-성숙의 단계를 지나 필연적으로 쇠약해진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브랜드는 쇠퇴기를 맞이하는 주기가 짧아져 가고 있다. 매일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이동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이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좇는 것만으로는 브랜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브랜드의 쇠퇴를 극복하고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는 ‘브랜드 회춘(Brand Rejuvenation)’이 있다. 브랜드가 쇠약해진 원인을 진단하고 전환점을 모색하거나 성장에 탄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노화한 브랜드가 의외의 면을 보여줌으로써 호감을 얻거나, 성숙한 브랜드가 쇠약해지는 것을 예방하고 젊은 감각을 다듬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킥’(요리에서 맛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한 브랜드를 오랫동안 좋아하게 만들기 힘들다면 계속해서 끌릴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에 끌리는 맛을 더하는 ‘M·S·G 전략’을 소개한다.
사진=인터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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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M·S·G 전략 요약. 사진=인터브랜드
브랜드 M·S·G 전략 요약. 사진=인터브랜드
Match up
의외의 조합으로 이목을 끌어라

하인즈 케첩 X 콜 오브 듀티 ‘HIDDEN SPOTS’


의외의 조합으로 세계 광고제를 휩쓴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로 154살이 되는 하인즈 케첩과 게임 제작사 액티비전의 유명 슈팅게임 ‘콜 오브 듀티’다.

2021년 이 두 브랜드는 손을 잡고 ‘Hidden Spots’라는 게임 속 맵을 만들었다. 하인즈는 엄폐와 은폐가 필수적인 슈팅 게임에서 캐릭터가 안전하게 숨는 동시에 게이머가 현실 속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인게임 공간을 제공했다.

게이머 대부분이 빠른 재합류를 위해 케첩과 함께 패스트푸드를 먹는다는 점을 활용해 소비자의 하인즈 브랜드 인지 가능 범위를 넓힌 것이다. 가상과 일상의 경험을 매끄럽게 연결한 하인즈 케첩은 색다른 맛의 매치업(Match-up)으로 낡은 브랜드에 젊은 풍미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실적 쇼크로 가속화된 크래프트하인즈의 쇠퇴를 막기 위해 당시 갓 부임한 미겔 패트리시오 최고경영자(CEO)는 기발한 홍보마케팅을 포함한 전략을 펼쳤고, 궁극적으로 사업 안정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수년간 가장 높은 케첩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해 온 하인즈지만, 그 역시 ‘낡음’을 인지하고 젊어지는 소비자층을 사로잡기 위해 과감히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이처럼 의외의 조합으로 발생한 호기심이 호응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개연성이다. 신선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소비자가 물음표를 가지고 다가간 조합에서 공감과 감동의 느낌표가 형성되는 것이 핵심이다.
국립박물관 뮷즈 웹사이트 워딩 활용해 인터브랜드 재구성. 사진=인터브랜드
국립박물관 뮷즈 웹사이트 워딩 활용해 인터브랜드 재구성. 사진=인터브랜드
Spice up
의외의 모습으로 호감을 더하라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


이공계 분야 대비 역사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줄고 전시 문화 공간 향유율이 감소하던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휴관의 연속으로 국립박물관은 관람객 수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세계 5위로 10위권 중 유일하게 팬데믹 이전 기록을 넘어섰다고 한다. 침체기를 극복하고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의외의 모습’으로 더해진 호감이 있다.

‘나에게 온 보물’이라는 문구로 소개되는 브랜드 ‘뮷즈(MU:DS)’는 웹사이트 서버가 마비되고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운영될 정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국립문화재단의 상품 매출액이 3년간 140% 상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혹자는 뮷즈가 박물관 기념품의 비영리적 본질을 흐리는 브랜딩이라 비판한다. 국립박물관이 팬심을 이용해 소비를 유도하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국립박물관은 대화를 통해 현대인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평상시 ‘접근하기 어려운’ 역사를 ‘소장하고 싶은’이라는 반전 감성으로 재탄생시켰다. 역사를 향한 관심을 되살리고, 유물에 대한 범세대적 팬덤까지 생기게 만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 뮷즈는 ‘누구나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재’라는 비전하에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새롭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확장했기에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다시 성장했다 볼 수 있다.

의외의 모습이 호감으로, 호감이 팬심으로 진화하는 배경에는 브랜드의 일관성이 있다. 브랜드의 본질을 고수하면서 소비자의 변화하는 니즈를 반영한 이미지 변신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더해 일관된 고객 경험을 만든다. 하나의 기분 좋은 묘미(spice)를 첨가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사진=파타고니아 필름
사진=파타고니아 필름
Geek up
의외의 진심으로 여운을 남겨라

파타고니아, 의외로 환경에 진심인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 필름은 2014년 론칭 이후 지금까지 80여 편의 환경 영화를 제작해 온 파타고니아의 영화 플랫폼이다.

올해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진행한 글로벌 캠페인 ‘MPA(Marine Protected Areas)’에서는 해양 생태계 보존의 인식 증진을 위한 소통의 일환으로 6편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옷을 만들고 파는 기업인 파타고니아가 수익성도 따지지 않고 영화까지 만드는 의외의 행보는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나는 지구를 살리는 것에 매우 진심이다”라는 말로 설명된다.

옷보다 환경을 외치는 파타고니아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덕업일치’에 있다. 이들은 브랜드의 가치적 방향성을 사업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전면적으로 녹였다.

제품의 소재 개발부터 생산 과정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물론 매년 매출의 1%를 지구에 내는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등 언행일치로 신뢰도를 형성한 것이다.

환경에 대한 완벽한 ‘덕질’의 본을 보여준 파타고니아에 소비자는 브랜드 덕질로 공감한다. 파타고니아의 환경에 대한 열정이 반영된 브랜드 경험은 지구를 위한 실천마저 하나의 패션으로 만드는 힘을 보여줬다.

앞서 ‘덕’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본 브랜드의 진정성은 브랜드 가치 제고의 강력한 기반이 된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진심으로 지켜가고자 하는 철학에 소비자가 공감하고 동행한다면, 브랜드는 비로소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리더십을 역할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렇듯 브랜드에 영원한 젊음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무한한 회춘(rejuvenate)은 가능하다. 계속해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매료했을 때 비로소 가장 살아 있고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오래된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회춘 마케팅을 넘어 다양한 의외성을 재료 삼아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수명을 늘리는 ‘브랜드 회춘’이 필요하다. 브랜드 회춘을 위한 M·S·G 전략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브랜드가 쇠퇴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살아 있는 영향력을 키워가길 응원한다.
(왼쪽부터)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권홍은 선임 컨설턴트·이예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제공
(왼쪽부터)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권홍은 선임 컨설턴트·이예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제공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권홍은 선임 컨설턴트·이예진 컨설턴트